어제 수요일, 몇 년 만에 수요 예배를 갔다.
왜냐? 기도를 맡았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솔직한 이유.
나의 교회 생활에서 수요 예배가 사라진지 오년은 족히 넘는 것 같다.
그 전에는 수요 예배 후에 성가대 연습이 있어서 임도 보고 뽕도 딴다는 식(고스톱으로 말하자면 일타이피)으로 열심히 수요일 저녁예배를 드렸다. 주일 예배와는 다른 은혜의 시간이기도 했다.
어제 꽃단장하고 ( 이 폭염에 린넨 머플러까지 두르고^^) 얌전히 앞자리에 앉아 있는데 감개무량했다.
늘 오시는 단골 어르신들이 늘 앉으시는 곳에 자리를 잡고 소곤소곤 잡담을 나누는 소리도 정겨웠다.
마침 내 뒤에 친구 어머니가 앉으셨다. 그 분은 나에게 많은 은혜를 주신 분이다. 은혜 중 하나를 꼽자면.....
고등학교 3학년 때 우리집은 완전 파산했다. 정식 파산은 중학교 들어가던 무렵이었는데 부자는 망해도 삼년 간다는 말이 있듯 어떻게 어떻게 간신히 살아왔다. 그런데 그 '간신히' 살던 것도 끝이었다. 집의 모든 세간이 몽땅 집밖으로 팽개쳐져 있었던 것이다. 영문을 모르고 대문을 들어서던 나를 보고 윤이 반들거리는 안방 건너방을 워커발로 짓밟던 무지막지하게 생긴 건장한 남자들이 휘파람을 불었다.
그날 저녁부터 비가 왔던가? 대개 목재로 이루어진 가구들은 두서없이 쌓여 길을 거의 점령했지만 동네 사람 어느 누구도 불평하지 않고 조용히 그 사이를 지나갔다. 누군가 비닐을 가져다 장롱위를 덮어주고 갔다. 서랍장을 처마 밑으로 바싹 당겨놓고 간 사람도 있었다. 그날로 식구들은 흩어졌다. 나는 친구 집으로 갔다. 그 친구의 집에서 두 달 동안 매일 그집 식모가 차려주는 밥을 먹고 친구와 같이 공부하고 싸주는 도시락을 들고 학교에 갔다. 친구 엄마는 나를 딸과 똑같이 대했다. 식후에 내놓은 탐스러운 포도 두 송이-나 한 송이, 친구 한 송이 먹으라고 친구 방으로 따로 가져왔던- 가, 농익어 달콤하기 그지 없었던 그 맛이 선연하게 떠오르는군. 그때는 어려서 그 도움이 얼마나 크고 감사할 일인지 잘 몰랐다. 그토록 나는 철부지였던 것이다. 바로 그 친구의 엄마다.
마침 어제 치과에 들르면서 오는 길에 은행을 털어서(잔돈을 다 긁었징) 몇 만원이 있었다. 가방을 뒤지며 낮에 은행에 들른 것이 바로 하나님의 선견지명이었다고 감사드렸다^^
"더운데 냉면이라도...."
고상하고 럭셔리하게, 정말 품위있게 나이를 드신, 그러므로 여전히 아름다우신 친구 어머니가 손사래를 쳤지만 기어이 손에 쥐어드렸다.
"친구 엄마는 내 엄마잖아~~"
친한 척 반말도 했다.
예배 드리고 집에 도착할 때까지 마음이 기뻤던 것은 준재벌 정도로 잘 사시다가 노후의 삶이 좀 팍팍하게 되어버린 친구 엄마에게 무엇인가 드릴 수 있었다는 그 사실 때문이었으리...하나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많이 주세요.
결국 나는 수요예배에 가서 말씀도 듣고 기도도 하고 친구 엄마도 만났네? 일타 삼피면 모두 부러워하는뎅^^
기도문을 올린다. 진심으로 썼고 진심을 담아 기도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2016년 8월 10일 수요예배 기도문
어제나 오늘이나 변함없이 우리를 사랑하여 주시는 하나님 아버지.
모든 사람을 기진맥진하게 만드는 이 무더위 폭염 속에서도 하나님의 말씀이 듣고 싶어 이 자리에 함께 한 교우들과 함께 주님을 찬양합니다.
백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우리 교회에서 신앙과 삶의 모범을 보여주시는 많은 믿음의 선배들을 통하여 눈으로 익히 보고 들으며 경건의 훈련을 쌓게 해주심도 감사드립니다.
우리가 무엇이기에 이토록 험한 세상에서 곁길로 가지 않도록 매 순간마다 이끌어주시는지요. 예수님의 보혈의 공로로, 자비롭고 인자하심으로 우리의 죄와 허물을 덮어주시는 하나님의 끝없는 사랑을 감사드립니다.
하나님의 자녀답지 못한 생각, 하나님의 자녀답지 못한 행동으로 매일 밤 가슴을 치지만 앞으로 지을 죄까지 이미 도말하여 주셨고, 창세전에 이미 구원하여 주셨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늘 구원의 기쁨만을 누리는 것은 아니어서 지금까지 도대체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죽을 것처럼 힘들 때, 몸과 마음이 아파 견딜 수가 없을 때, 상처받고 상처 주고, 하나님께 버림받은 자처럼 헤맬 때 그 곳에도 예수님이 함께 하신다는 것을 알게 하여 주십시오. 곁에 아무도 없다고,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다고 절망할 때도 예수님이 함께 하신다는 믿음으로 잘 견디게 하여 주십시오.
앞으로의 삶속에서도 여전히 이리저리 방황하고 헤매겠지만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신다는 말씀에 의지하여 강하고 담대함으로 그리고 당당함으로 결국은 멋지게 살게 하여 주실 것을 믿습니다.
수요일 저녁. 폭염은 계속되어 견딜수 없이 무덥고 세상은 어지럽고 공포스러운 뉴스 투성이입니다. 경제는 힘들고 올림픽으로 떠들썩합니다. 이기기를 원하고 금메달을 원하고 그것이 영광이라고 생각하는 세상에서 모든 것을 배설물로 여긴 바울의 십자가의 영광까지, 그 믿음의 깊이까지 우리도 같이 가게 하여주십시오. 이 시간만큼은 목사님의 한국교회 이야기 말씀에 집중하게 하시고 은혜와 감격을 나누는 시간이 되기를 원합니다.
또한 교회 안에서 하나 되어 준비하는 모든 행사들이, 미얀마 선교와 9월 창립 109주년 부흥성회와 축제한마당 행사의 모든 초점이 주님을 향하도록 하시고 시종일관 은혜 속에 진행되어 그야말로 천국잔치가 되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우리가 날마다 말씀과 함께, 말씀속의 예수님과 함께 함으로써
우리가 마주하는 가난과 병과 아픔과 오해와 실망과 슬픔과 눈물이 오히려 주님 앞에 더 가까이 가게 하는 계기가 되고, 아무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소유한 자로써 복된 인생을 누리게 될 것을 믿습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인생이 끝날 즈음, 주님의 뜻 안에서 최선을 다하여 진지하게 살았다고 고백할 수 있도록, 우리의 삶을 성령으로 이끌어 주시기를 원하오며
이 예배를 기뻐 받으시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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