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치과에 다니고 있다.
겁을 더럭 먹고, 거의 누운 자세로 바들거리는 두 손을 꼭쥐고
그까짓 치료에도 공포를 느끼는 나의 나약함을 미워하면서
내 몸을 누군가의 손에 맡긴다.
그때부터 내 몸은 나의 소유가 아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진다.
꼼짝없이 하라는대로 해야 한다. 무섭다!!
옆에서 무시무시한 기구로 내 입속을 관장하시는 어떤 분은 짧은 말만 한다.
아프면 왼손을 드세요.(나는 왼손이 있다는 것을 감사한다. 아플 때 왼손만 들면 된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아, 하세요.(깜짝 놀라 입을 크게 벌린다)
암, 하세요.(입안에 그득하게 고인 것들을 흡입기로 뽑아내기 위하여)
그러니까...
아, 하면 치료가 시작, 내지는 진행하는 것이고
중간 중간 암, 하면서 몇 번의 마무리를 하고
마지막에도 암, 으로 끝난다.
나에게는 그 두 마디의 말이, 언어가 아니고 비명도 아니고, 그냥 감탄사로 들린다.
아.(아, 그렇구나...... 세상은, 삶은, 나는, 그렇구나....)
암.(암, 그렇지......세상은, 삶은, 나는, 그렇지.....)
그 두 마디를 반복하다가 내린 결론은?
모든 것을 다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암,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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