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개비하면서 즐겨찾기가 사라지는 바람에 많은 인연을 서서히, 아주 서서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잊어버렸는지도 모르게 뇌리에서 사라진 분은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런데 조금 전, 우연히, 나의 다른 블로그를 뒤지다가 감사하고 고마우면서도 잊지못할 인연을 다시 찾게 되었다.
유다 시리즈 1권 정도를 쓴, 2008년인지 2009년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하여튼 그 때 즈음.
대체 이런 글을 출판해 줄 곳은 어디에 있기는 한 것인가 의구심을 가득 가진 채 서핑을 하던 중, 이상한 블로그를 발견.
<바울을 형님삼아, 빈센트를 친구삼아>라는 대문글이 가슴에 확 와 닿는, 여기저기 기독교 계통의 책 소개로 가득 차 있는 블로그였다.
블로그 주인의 글솜씨는 장난 아니게 쿨하고 간결했고 유쾌했으며 유머러스했고 많이 감동적이었다. 분명 자연스럽게 튀어나왔을 타고난 작문 솜씨(너무 낮추어 말한 것 같아 죄송하다...)에 내가슴이 펄펄 끓어올랐다.
내가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지성과 신학의 꼭대기에 있다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다짜고짜 <쪽지>를 보냈다.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다. 신앙 에세이라면 에세이고, 하여튼 교회다니면서 살면서 느낀 것들을 썼는데 출판하는 것 좀 도와줄 수 있겠느냐, 뭐 그런 요지의 쪽지였다.
오래지 않아, 그분의 성실한 답변이 왔다.
그분의 책 사업은 외국책들을 소개하는 에이전시이므로 한국인의 책 출판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운을 떼었다.
자신이 거래하고 있는 출판사에 나의 원고를 보내어 의향을 물어주겠다는 것.
그리고 그 방면에 깊숙히 관여하고 있는 지인에게 나의 원고를 보여주고, 그의 답메일을 나에게 고대로 복사해서 보여주었다.
상당히 고무적인 답변이었다....
그렇게 해서 나의 원고는 한국의 저명한 출판사를 떠돌게 되었는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하나님의 때가 아니어서인지 나의 출판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어쨌든 그렇게 인연을 맺게 된 후 일년에 한 두번 정도 쪽지나 메일을 주고 받았는데 그것도 2년 전쯤 끊어졌다.
나의 소설집이 나온 후, 우편으로 보내준 이후로 말이다...
그분의 블로그를 보면 참 멋진 그리스도인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오늘 우연히 다시 찾게 되어 살펴본 결과...
목사였다....이 놀라움.....
내가 바라던 마인드를 가진 쿨한 목사.(그분의 말에 의하면 목회를 하지 않아 몇 년 전에 면직되었다고 하는데, 목사는 교회관련 일이나 신학대학계통의 일만 해야 목사인가, 에 대한 회의가 온다...그분이 하고 있는 사업은 교회 몇 개를 하는 것보다 훨 한국의 기독교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데?)
내 블로그에 찾아와 "담배는 건강에 해로우니 절제하면 좋겠다"고 조언하던 그분의 멋지고도 넓은 마인드가 고맙고도 감사하다...
아까 그분의 블로그를 찾은김에 너무 좋아 즐겨찾기로 등록했다.
참, 좋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쪽지>를 읽고 백방으로 원고를 보내주고, 지인의 조언을 구해주고, (두번째 신앙에세이도 그분의 도움으로 여러 출판사를 떠돌아다녔었다^^::)그리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새삼 감사해서 한 마디 하려고 들어왔다.
언제인가 나의 에세이들이 세상에 나오게 되면 진심으로 축하해줄 몇 안되는 분 중의 하나.
감사해요!!
(추신. 감사를 취소하고 싶어졌다^^ 그분의 블로그에 있는 기똥찬 글들에 취하여 벌써 세 시간째 은혜의 도가니에 파묻혀있기 때문.
덕분에 손끝에서 빠져나올 글들이 완전 막혀버려서 내 손이 매우 허전한 상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