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의 경우 유다의 하루는 이렇게 뺑뺑이 돈다.
새벽 5시 15분 알람.
기분 좋게 일어난다.
제일 먼저 노트북을 켜놓고 커피물을 올려놓고 화장실 들른 후 약을 먹는다.
기분이 괜찮을 때는 체중계 위에 올라가보기도 한다. 그것도 어느 정도는 스트레스여서 요즘은 일주일에 몇 번 안올라간다.
커피 한 잔 타서 노트북 앞에 앉으면 5시 반이다.
100주년 새벽 기도 실황 동영상을 클릭한다.
보고 듣고 생각하며 느낀다. 동영상이 꺼지면 문자화 되어 있는 새벽 묵상을 다시 한 번 읽어본다.
글자가 주는 영향력과 설교자의 모습과 태도, 목소리가 주는 영향력이 다르기 때문에 색다른 맛이 난다.
기도한다.
기분 좋을 때는 많이하고, 간절히 원할 것이 있을 때는 집중하고, 꿈속에서 나를 헤매게 한 인간이 있으면 그을 위하여도 기도한다.
외출할 일이 있으면 더 기도하고, 난감한 일이 기다리고 있으면 망연자실하게 기도한다. 중언부언하기도 한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눈만 깜빡거리기도 하고, 커피만 몇 잔 마시면서 머리를 긁적이기도 한다.
오늘 해야 할 일과 오늘 하고 싶은 일과 오늘 했으면 참 좋겠다는 일 따위를 구분해본다. 스케줄을 짠다.
(책 읽기의 스케줄은 잘 짜야 온종일 책속에 파묻히지 않는다. 그거... 중독이 있어서 까딱하다가는 책 한 권이 하루를 도둑질해가기 때문이다)
요즘은 친구가 보여주는 그리스도교회의 동영상을 잘 찾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가끔은 들어간다.
포이에마예수교회로 들어가 보물처럼 귀한 설교 덩어리를 한 꼭지나 두 꼭지 정도 보고, 생각하고, 따라가고, 정리한다.
진짜 좋은 시간이다. 연필 들고 필기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덕택에 두꺼운 노트가 몇 장 남지 않게 되어버렸다)
남포교회에 들어가 새로운 말씀이 올라와 있나 확인하고, 만약 올라와 있으면 기뻐 죽는다.
박영선 목사님의 말씀은 주어와 술어 사이가 장난아니게 길어서 완전 집중하지 않으면 헷갈리므로 몇 번이나 뒤로 갔다가 다시 듣기를 해야한다. 그 때 누군가 말을 걸거나 이상한 소리 하면 3, 40분짜리 설교 하나 듣는데 한 시간 반은 걸리기도 한다. 대개는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말씀 듣다가 열이 받치거나, 감동이 오면, 베란다로 기어나가 담배를 피우며 생각을 정리한다. 좋은 시간이다^^
메일을 확인하고 블로그에 들어간다. 전날 생각없이 써 놓고 잠들었던 내 글을 다시 읽어본다. 탈자, 오자 난무하는 것을 조금 손을 본다. 내 글은 내가 썼어도 퇴고하기 어렵다. 글의 진행방향을 생각해 놓고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삼천포로 빠지는 글이 대부분인 것을 안타까워한다.
(위 일상의 중간 즈음, 아들을 깨우는 시간, 아침을 차려주는 시간, 커피 리필하는 시간, 담배 피우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다.
남편은 대개의 경우 8시 넘어서 일어난다. 얼마 전에는 하도 늦게 잠을 자는 바람에 10시가 기상시간인 적도 있었는데 그때 나는 천국이었다. TV소리 없는 아침이 꽤 길었으므로 음악을 마음대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너무 좋았던 것이다. 하지만 추석이 지난 후부터 다시 남편은 8시 정도가 기상시간이 되었다)
삶의 일상과 내 작업이 공용하는 시간은 그때부터이다.
대화, 식사, 같이 TV 보기, 같이 커피 마시기, 같이 담배 피우기, 같이 수다떨기, 같이 뉴스 보기, 같이 일기예보 보기, 같이 아침마당 보기, 같이 토크쇼 보기, 물론 중간 중간 검색도 하고, 책도 읽고, 수다 떨면서 숙제도 하고, 나름 요령있는 시간을 보낼 수는 있다.
결국 그렇게 해서 아침 열 시 정도까지는 아무래도 남편과 같이 하는 시간이 많으므로 아까운 시간을 줄줄 흘린다고 아쉬워 한 적도 많았지만 지금은 생각을 많이 바꿨다. 같이 누리는 시간, 즐기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그야말로 신선놀음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마음을 바꾸니 그 시간도 꽤 쓸모있어 보였다. 사는게 별거던가.
이때쯤이면 나에게 작업삘이 오는지, 독서삘이 오는지, 설교삘이 오는지 대략 감이 잡힌다. 어느 땐 클래식삘이 나를 당혹스럽게 만든 적도 있다. 한 시 정도까지의 3시간은 그날 삘에 의해 집중과 즐김과 난이도가 결정된다. 처절한 시간이다. 나와 싸워야 하고, 나의 생각과 싸워야 하고, 나에 대한 회의와 싸워야 한다. 힘든 시간이기도 하고, 쾌락적인 시간이기도 하다. 그 시간을 잘 보내는가 아닌가에 따라 하루의 행, 불행이 나누어지는 것 같다.
오후는 많이 릴렉스하다.
무엇인가 먹고, 마시면서, 여유있는 작업을 한다. 대개의 경우 한 시간 정도는 낮잠을 잔다. 알람을 해놓고 볼륨을 줄인 TV 소음을 자장가 삼아 머릿속에는 글자들이 난무하므로 좀 희한한 꿈을 잘 꾸는 편이다. 나는 눈만 감으면, 잠이 들기만 하면 컬러풀한 꿈을 꾼다. 단 십분을 자도 꼭 꿈을 꾼다. 꿈이 많아서 꿈을 잘 꾸는지도 모르겠다^^
외출은 될 수 있으면 3시 이후에 하려고 한다. 오전에 일이 있으면 하루가 허무하게 부서지는 것 같아 웬만하면, 정말 웬만하면 오전의 시간을 잘 보내려고 하지만, 그것이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러므로 안달하지는 않는다....
휴...여기까지만 적어야겠다. 반나절만 적는데도 진이 빠지려고 한다.
8월 초, 무더위 때문에 그 다음에는 태풍 몇 개 오는 바람에 우야무야된 저녁 산책을 어떻게 해야 되살릴 수 있는지 모르겠다. 매일 생각하고는 있다. 내일부터는 꼭 산책해야지. 말씀 두 바닥 들으면 천변을 한 바퀴 도는데 그 시간은 대략 한 시간이다. 약 5킬로. 정말 적당한 시간이고 적당한 거리인데, 산책하고 나면 그렇게 좋은데 요즘 어떻게 된 것인지 문밖을 나서기 싫다. 산책할 때 들으려고 설교도 MP3에 빵빵하게 채워놓았는데! 으윽. 정말 내일부터는!
8월 필 받아서 글 좀 썼을 때는 이른 아침에도 작업을 했고, 오전 작업은 충만했고, 오후 설렁설렁 쉬면서도 꾸준히 작업했다. 그때가 얼마나 그리운지 모르겠다. 오후 해 넘어가면 가스펠도 치면서 새롭게 은혜도 받고, 하루가 아주 멋졌는데 말이다...
고3 수험생처럼 글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고, 고시생처럼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공무원준비생처럼 책만 끼고 앉아있을 수도 없는 노릇인 것은, 글이라는 것은 가만히 앉아 있는다고, 앉아 있는만큼 튀어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 있다.
앉아 있지 않으면 절대 한 글자도 쓸 수 없다는 것. 앉아 있는 시간 없이는 글을 쓸 수 없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은.
글은 혼자만의 작업이라는 것. 누가 도와줄 수도 없지만 방해할 수는 있다는 것. 아이고야.
하지만 또 알고 있는 것이 있다.
환경이 아무리 좋아도, 일테면 럭셔리한 오피스텔을 얻어놓고 작업실을 삼는다고 해도, 머릿속에 글 걱정외에는 무사태평한 삶을 산다고 할지라도 내 역량이 안되면 글을 쓸 수 없다는 것.
게다가!
그리스도인인 작가로서 절감하는 것은,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신앙 에세이건, 그냥 수필 나부랭이건, 소설이건, 시 이건간에 하나님이 도와주시지 않으면 한 글자도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
그러므로, 늦었지만 지금에 와서라도 감사해야 할까?
하나님 이제까지 뭐시뭐시라 끄적인 것, 끄적이게 해 주신 것,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알고 감사드립니다.
절대 내 힘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글 쓰는 재주를 주셔서 많은 결핍에서 '승화'의 길을 알게 해주신 것도 감사드림다.
하오니, 하나님.
이제 무엇을 하오리이까? 무슨 글을 쓰오리까?
하루를 어떻게 영양가있게 보내면 하나님이 기뻐하시겠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