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라 소설쓰던 시절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단편소설의 제목이 <타르>다.
나의 소설을 한 편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타르를 고를 수밖에 없다. 타르는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중독이 되어 있는 여자를 그리고 싶었다.
중독에 대하여 사람들이 느끼는 혐오가 나에게는 없다.
나에게 중독이란, 몰입과 미침과 '꼴림'의 동의어이다. 한 번 미쳐봐. 인생에게 어느것에게, 혹은 누구에게!
미쳐보지 않은 사람과는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도 않다, 는게 그간 나의 지론이었다.
근데 알고 보니, 미쳐보지 않은 사람이 미쳐 본 사람보다 훨씬 많았다. 내 주위를 보건데 열명 중 한 사람도 집어내기 힘들 정도다.
내가 오랜 시간 중독에 파묻혀 있었던 것은 굳이 그 중독의 '경지'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에게 교회 가는 것과 성경 읽는 것과 말씀 듣는 것도 중독의 일부이다. 그래서 몇 년 전인가는 이재철 목사님의 5년치 주일 설교 수요예배 설교 등을 한 달 동안 몽땅 다 듣기도 했다. 미친듯이!
올 봄, 김성수 목사님의 설교를 하루에 여섯, 일곱 개를 연거퍼 들은 것처럼.
그러던 어느 순간, 나의 몸에서, 나의 영혼에서 그 끔찍하게 집요했던 <중독>끼가 서서히 사라져 가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의지는 아니었다. 나는 내 손끝 하나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니까.
작년 술에 대한 중독이 단번에 끊어졌고, 올해부터인가는 가벼운 술자리를 즐기게 되었다. 이제, 술에 미치지 못한다. 약간 슬프기도 하다.
술에 미쳤던 당시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동반했고, 가히 쾌락적이었으며, 야릇한 퇴폐적 감성이 온몸과 마음에 코팅되어 있었는데, 어쨌든 그 순간은 감성의 극대화를 충분히 만끽하곤 했다. 호시절이라고 말해도 과히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과유불급이라는 것...
담배는... 정말 끊고 싶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하나님이 너무 고마워서 그 사랑의 표현을 한다는 것이 오바되었다.
아, 그때를 생각하면 미치겠다. 내가 왜 그런 망발(죄송!!!)을.
그래도... 지금은 담배 생각이 전혀 나질 않으니 그것도 감사한 일이다. 단언컨대 나에게는 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보다 담배가 윗길이었다.
금단 현상 하나 없이 거의 열 달이 지났다. 담배 중독에서 벗어난 것은 감사할 일이지만, 담배를 찾을만큼 답답하고 고통스러운 일들이 생기지 않은 2013년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타르를 읽으려고 내 책을 펼쳤는데 어쩐지 가슴이 아리아리해지는 바람에 도로 덮었다.
나는 대체 왜 글을 쓰려고 그 오랜 시간동안 영혼을 팔아먹을만큼 광분하여 미친 듯 빠져들면서 지랄을 했을까.
그 허망한 짓꺼리를 왜? 왜?
앞으로 한 열흘 동안 몇 개의 수필을 다듬어야 하는데 한숨이 나온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살아오면서 그토록 좋아했던 몇 가지 취미생활의 중독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증거겠지...
중독에서 빠져나오면 무엇이 있을까?
교회에 열불나게 뛰어가던 그 중독에서도 벗어난 지금 (그래서 오늘 부흥회 마지막 날인데 이렇게 집에서 놀고 있잖나^^),
아침에 눈을 뜨면 중보기도자 명단의 프린트지를 펼치던 그 중독에서도 벗어났고
인터넷 성경필사의 중독에서도 벗어났고
책을 읽지 않으면 하루를 망쳤다고 생각하는, 우라질 독서의 중독에서도 벗어났고
그 무엇보다 블로그에 들어와 이런 하소연 저런 하소연 늘어놓아야 직성이 풀리던 그 중독에서도 벗어났고
온종일 듣고 또 들었던 음악에의 중독에서도 분명 벗어났다....
그렇게 자유를 찾았다.
그래서 찬송가 가사의 그 깊이를 다시금 깨달았다.
<죄에서 자유를 얻게 함은 보혈의 능력....>
죄와 자유가 어째서 그토록 멀리 있는지 알게 된 것이다. 그 의미를 어제 오전, 갑자기 깨달았다. 어메이징 그레이스!
나를 중독에서 벗어나게 해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하나님, 그런데요....
그렇게 해서 텅 빈 영혼의 빈 들에 무엇으로 채워주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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