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집에서 대심방을 받았다.
속별로 모이는데 한 분은 회사갔고 한 분은 학원 강사라 학원갔고 한 분은 장사하느라 또 한 분은 제주도 연수라 결국 우리집 말고 내 친구 딱 한 사람 이렇게 두 가정이 예배드렸다. (요즘 여자들 나이 먹어도 집에 안 있는다. 대개 일하러 다닌다. 예전에는 일하는 여자가 드물었는데 세상이 변한 것이다 ㅋ)
부목사님과 구역장님(감리교회는 몇 속씩 묶어서 구역이라고 한다는데 나는 2교구 5구역이라나 뭐라나...) 두분이서 따로 오시고 내 친구 따로 오고...
수더분하고 솔직하신 목사님은 (솔직히 말해 우리 교회 목회자님 중에서 가장 좋아한다) 어찌나 진솔하게 말씀해주시는지 은혜 충만했던 예배 포함, 은혜 만땅이었던 기도 포함하여 거의 두 시간 동안 꼬박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이건 딴 이야기.
목사님께서 말씀하시는 중 우리 구역을 맡으신 구역장님(물론 그냥 권사님이시다. 교회의 직원이 아니다)이 오래 동안(거의 십년?) 잘 감당하셨는데 이제 좀 쉬고 싶다고 하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고....
내가 알고 있는 구역장의 일은 정말 장난이 아니다.
일단 매주 구역에 있는 성도들의 출석을 체크해야 한다. 매주일마다 한다.
한 속에 대 여섯 가정 정도 되는데 그런 속을 또 몇 개를 묶으면 관리해야 할 성도가 대체 몇 명?
그리고 일년 내내 그 구역에서 일어나는 경조사 심방을 가야 한다.
입원하면 병원, 수술하면 병원, 애기 낳으면 또 병원, 환갑잔치하면 하는 곳, 결혼하면 결혼식장, 그외 수많은 심방이 있다. 그럴 때는 전도사님과 혹은 담당목사님과 심방을 간다.
내가 보기에는 일주일에 적어도 두 세번 이상은 심방을 가는 것 같았다.
(목회자도 아닌데!)
우리 아들, 교회 마당만 밟고 주차장에서 차를 세워놓은 채 차에서 내가 싸준 도시락까먹고 우리가 예배 드리고 나올 때까지 단잠을 주무시는 것이 취미생활이신데 우리 구역장님은 그것도 다 체크하신다.
'아들, 예배당에 안 들어왔던데? 좀 같이 예배 드리자고 해요'
심방 뿐인가, 교회에서 진행하는 각종 수많은 행사(기도회, 수련회, 수요예배, 금요철야, 속장회의, 등등등등등등)을 교회 집행부에서 말하면 입의 혀같이 움직인다(움직여야 한다)
정말정말 그렇게 많은 일을 하고 계시다 우리 구역장님은. 우리 구역장님 뿐 아니라 모든 구역장님이 그런 수고를 하고 계신다. 내가 보기에 일주일에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들이 교회와 관련된 일일 것이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주일은 온종일. 내가 뺀질거리고 안하는 바람에 우리 구역장님이 더 많이 일을 하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다.
요 몇 년 사이에 우리집에서 많은 일이 일어나서 (이사, 이사, 이사, 나의 발병, 입원, 우리남편 병원 등등) 그 일이 하나씩 닥칠때마다 한번도 빼놓지 않고 심방오셨다.
이사했는데 전도사님과 함께 오시더니 목사님이 심방오실 때도 또 같이 오셨다. 어휴.....
예전에도 그랬지만 요즘은 일거리가 한 사람에게 더 쏠리는 느낌이다. 예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여자들이)집안에 있지 않고 직장에 나가는 바람에 더욱 그렇게 한 사람이 하는 일이 더 많아진 것같다. 우리 구역장님 몇 년 동안 거의 쉬지못하고 수고 한 것 일일이 다 말하지 못하지만 정말 너무 미안하고 고맙고 그리고 조금은 안쓰러웠다. 죽도록 충성하라는 성경말씀이 대체 왜 있어서.....
게다가 빈손으로 오지 않으시고 늘 언제나 무엇인가 자비로 사들고 오신다. 돈없으면 구역장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무리 보아도 그렇다. 구역장님께서는 오늘은 밤이 듬뿍 들어간 우리밀 빵을 들고 오셨다. 금방 만들어서 폭신폭신하고 촉촉하고 맛있는 빵을 먹으면서 구역장님께
감사드렸는데 이게...감사만 드려도 될 일인가....그런 생각이....
교회는 왜 그렇게 일이 많은지...그렇게 많은 일들을 교회에서 말 잘듣고 믿음 좋은 몇 몇 분들에게 (군말없는 것을 기회로)일감을 몰아주니 정말 힘드실 거다...
교회에서 그렇게 (마치 대기업처럼, 무슨 회사처럼) 많은 일이 필요할까? (필요하겠지, 어느 정도는)
나는 그런 것에 조금은 회의적이다.
좀 더 자유롭게, 좀 더 편안하게, 좀 더 말씀에 집중할 수있도록 성도들에게 많은 자유시간 좀 주었으면 좋겠다.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음악회도 가고 친척들과 놀러도 가고, 이런 삶속에서는 신앙생활을 증명하기 어려운 것일까?
쉴 새 없이 교회로 불러모으는 교회 방침이 올바른 것일까? (피켓 들고 전도대 나가기, 병원에 단체 심방가기, 교도소 방문, 노숙자 점심 봉사, 인근 불우이웃 돌보기. 듣기에 따라 너무도 좋은 일, 착한 일 같이 보이지만 집을 팽개치게 만드는 일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십몇 년전, 부목사님께 이메일로 질문한 적이 있다.
목사님이야 직업이라 그렇다치고 무보수로 완전 교회일로 휘몰아치는대로 순종하며 따라가는 성도들은, 가족보다 교회 일 우선을 믿음 좋다고 하는 일이 옳바른 일인가요? 성도들도 월급 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렇게 쎄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부목사님 너무 놀라셔서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목사님 괴롭히는 것 같아서 그 정도에 그쳤지만 지금도 의문이 남는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좀 이상한 사람이 되는건가???
죽도록 충성하라. 그 충성이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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