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 교회에 갔더니 전도사님께서 나를 붙드신다.
-속장님. 선물 받아가세요.
-네?
-1년동안 속장님 수고하셨다고 교회에서...
그 말을 듣는데 정말 얼굴이 붉어졌다. 미안하고 죄송해서.
일년 동안 속장 교육 딱 한 번 갔다. 미얀마 목사님들이 견학온다고 자리 좀 채우라고 해서.
그리고 기도 순서가 있었는데 병원 간다고 둘러대고 못간다고 말씀드렸다.
(실은 그 전날이 검진일이었는데 속장 교육 한 번도 안가다가 기도순서 돌아왔다고 가는 것이 정말 너무너무 죄송해서 갈 수가 없었다. 그럴 때라도 가는 것이 옳은 일이었나 몰라도)
글쎄다 내가 일년동안 속장일 한거라고는...
우리는 직장속이라 매주 모이지도 않고 한달에 한번 모이는데 그나마 각자 너무 바쁘고 시간이 안맞아서 두 달에 한 번 정도밖에 못 모였다. 모여서 뭘했는가 하면 주로 먹고, 떠들고, (인도하시는 장로님이 교회일로 먼저 자리를 뜨시면 맥주도 한잔 했지). 찬송가 부르고 기도하는 예배는 두어번 정식으로 봤을라나 몰라. 내가 한일이라고는 고작 모임 연락하고 일년에 두번 대심방 때문에 시간, 날짜 조절하고...
교회에서 행정상 지역별로 작은 그룹으로 나누는 것을 감리교에서는 속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맡고 있는 사람은 속장, 인도자는 따로 있다. 나는 속장 몇 년하다가 곧 인도자로 승격(?)되어 거의 이십년을 예배인도했다. 그때 일주일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은 금요일 예배 말씀 전하고 나서 식사할 때라고 할 정도로 최선을 다했고 열심히 했다. 그렇게 할 때는 정말 일주일에 서너 번은 꼭 교회에 갔고, 그 외의 심방 경조사 등등으로 일주일에 다섯 번은 교회나 교회 관련일로 이리뛰고 저리뛰었다.
싫지는 않았다. 하지만 좀 이상하기는 했다. 이게 정말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일까?
집을 팽개치고 교회 일만 죽자고 하는게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일 맞나?
복받으려고 그렇게 뛰어다닌 것은 아니었다. 정말 하나님이 좋고 교회가 좋았다.
오죽하면 제기역 1번 출구 계단(교회가 전방 50미터에 있다^^)을 오를때는 늘 가슴이 뛴다고 고백했을까. 교회 외벽의 빨간 벽돌조차 너무도 사랑스러워 한번씩 쓰다듬으며 히죽거렸던 나날들...
시간보다 훨씬 일찍 교회에 도착해 부지런히 지하 기도실에 들어가 어둑어둑한 기도실에 (거의)혼자 앉아서 단상앞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묵상기도 드렸던 행복한 기억.
어느 고통의 순간에는 완전히 오체투지의 자세로 엎드려서 흐느껴 울었던 때도 있었다.
나에게 닥치는 수많은 일들이 도무지 해결할 방법이 없는데 날마다 죄에 죄만 더하고 있는
자신이 부끄럽고 화가 나고 속상하고 슬퍼서 눈물만 줄줄 흘린 적도 있었다....
...지금은?
교회 일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우리 선배 언니는 내가 할 일까지 대신 하느라(내 생각에는 그렇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죽도록 수많은 교회 일을 마치 적군 무찌르듯이 맹렬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예배 드리고 나면 열불나게 집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교회에서 점심 먹은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이다. 아마 몇 년은 되었으리라...
친교, 친목 전혀 없다. 한달에 한 번 여선교회 월례회 30분 있는 것을 20분만 있다가 먼저 빠져나온다.
남편과 아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하 로비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분들과 허그하고 안부를 묻고 악수하고 웃음을 나누는 것도 그때뿐이다. 한달에 한번 여선교 월례회가 있는 날 이외에는 지하 로비에 내려가지도 않고 예배당에서 주차장으로 직진한다....
지금도 무엇이든 교회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런 저런 예배에도 참석하고 싶다.
지난 주일에는 내 남친이 장로 취임식을 하는데도 창원 결혼식에 다녀온 후유증으로 교회에 가지 않았다. 그리고 집에서 인터넷 라이브 예배...^^;;
예전 같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지금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가책은 별로 받지 않는데 교회에 가고 싶은 생각은 많이 있다.
그래도 지금은 남편과 같이 있을 때라는 생각이 들어서 꾹 참고 있다.
오죽하면 도서관도 못가고 있을까...
같이 아침 먹고 커피 마시고 이야기하고 같이 TV 보고 내 방에서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너무너무너무 루즈한 생활이라 내가 생각해도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나, 이렇게 살아도 되나...??
아직 결정하지는 못했다.
다만 네파 양말(이런 메이커 양말 처음 신는다^^) 한 켤레 조심스레 신었다. 기분은 디따 좋다.
실내온도를 낮춰 놓아서 맨바닥은 너무 싸늘하니 네파 양말이 나를 더욱 따뜻하게 해주겠지?
하나님의 사랑, 감사합니다^^
송구스러운 감사인사 드리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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