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6현장에서 붙잡힌 여인이 가로되

자상하신 나의 하나님!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6. 5. 5.

어제, 이십년 넘게 매달 만나 수필공부를 하는 모임에서 대박이 났다.

공평하신 하나님은 중년에서 할머니로 넘어가는 네 명의 여자 중 둘은 돈걱정 없이 팔팔하게 살게 하시고 나머지 둘은 돈걱정으로 팔팔하게 살게 하시는데 돈걱정 없이 팔팔하게 사는 한 여인이 돈걱정으로 팔팔하게 사는 여인 둘을 위하여 화장품 샘플 한 보따리를 들고 오신 것이었다.

으악.

공부에 앞서 펼쳐놓은 화장품 샘플 잔치에 기쁨의 비명이 절로 나왔다.

내가 평소에 흠모하던 설화수 샘플(그다지 작지 않은 병으로 용량이 꽤 된다)이 수십 개, 아이오페, 동인비까징!! 게다가 내노라하는 화장품메이커의 갖가지 일회용 샘플이 빠닥빠닥한 자태 그대로 한 뭉텡이 쌓여있다.

게다가 더 놀라운 사실. 수분쿠션크림인지 뭔지(그것도 어디서 업어온 것이지만) 거의 다 써서, 이런 것을 사야하나 말아야하나 하며 심각하게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샘플 속에 크다만 정품 수분쿠션크림이 떡하니 끼어있는 것이 아닌가. 리필용품까지 곁들여서!

돈걱정 없이 팔팔하게 사는 여인 왈, 친구가 화장품 가게를 해서 어떨결에 사서 딱 한 번 발랐는데 자신이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는 말씀, 정말 딱 한 번 발라봤어. 여인은 새것이 아닌 것이 신경쓰이는지 딱 한 번을 연발했다. 

앗, 나의 하나님은 자상하기도 하셔라.

나는 뚱뚱한 수분쿠션크림이 샘플 사이에서 빛나고 있을 때부터 알아봤다.

영양가 있는 수필공부가 끝나고 집으로 오자마자 식탁위에 그것들을 쏟아놓고 같은 종류까지 잘 분류했다. 일회용샘플들은 스태플러로 몇개씩 묶어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들었다.

다 하고 나니 재벌집 여사님이 부럽지 않았다.

샘플일까 아닐까 의심스러우리만큼 덩치가 있는 설화수 크렌징오일로 얼굴을 닦으면서 생각했다.

하나님이 아직도 나를 어린이로 생각하셔서 어린이날 선물을 주셨는갑다.

아무튼

특제 화장품으로 통통한 내 얼굴이 더욱 뽀샤시해질 것이다. 

감사해요, 하나님. 

수분쿠션크림 뚜껑을 열때마다 감사의 기도를 날려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당

내 삶을 책임져 주신다는 약속을 그렇게 세밀하게 지켜주시니 저도 앞으로는 좀더 잘할께염~

 

(쓰면서도 기분이 좋아 입이 헤 벌어지는 아침이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