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언 QT? 하지만 나는 관상기도.
목사님은 잠언을 큐티하라고 했는데 내가 성경 중에서 제일 영양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잠언이다. 나는 잠언에 대해 거부감이 많다. 몇 구절을 제외하고는 너무도 상식적인 말이기 때문이다. 당시의 관습을 잘 알 수 있어서 좋은 면도 있지만 그것은 잠언에 불과하다. 우리 옛 선조들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명언들과 무엇이 다른지 나는 모르겠다. 하여튼 나는 잠언을 큐티하기 싫었다. 그런데 마침 좋은 것이 하나 떠올랐다.
이전 시간에 특강을 한 관상기도에 대해 나는 큐티 했다. 그것도 큐티라고 말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하여튼! ^^
크리스천의 영성수련은 <인내>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신약성서에 의하면 인내란 무제한의 시간동안 하나님을 기다리는 것이며, 중도에 포기하거나 지루함으로 절망으로 빠지지 않음을 뜻한다. 이것은 무제한 기다림의 게임이다
--토머스 키팅---
일주일은 관상기도와 함께 살았다.
무지의 구름 (The Cloud of Unknowing) 앎을 버린다, 앎에서 벗어난다.
관상기도 입문을 특강해 주신 외부 강사 목사님께 감사드린다. 그 목사님의 열의와 하나님을 향한 사랑에 무척 감동받았다.
나에게는 엑기스와 같은 시간이었다. 오랜 시간 신앙생활을 하면서 기도 문제에 있어서는, 뭔가 다른 것이 있으리라고 그렇게 갈급하게 생각해왔다.
관상기도 특강으로 나의 의문점이 완벽하진 않지만 거의(어느 정도까지)해결되었다.
가르쳐주신 노래 중에서 주 예수 그리스도여, 라는 노래를 집에서 여러 번 불렀다. 조용히 있을 때 생각날 정도로 불렀다.
특히 감동받은 것은 목사님이 나눠주신 프린트 물 맨 뒤에 있는 <관상기도 40일 실천 자기 점검표>였다.
특강을 하신 날짜부터 12월 19일까지 40일이 하루 두 번씩 칸칸이 만들어져 있었다. 특강에 의하면 하루에 두 번씩 적어도 20분 이상 관상기도를 하라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그것을 바라보았다. 우리 성인학교 학생들을 위해 날짜를 입력하셨을 목사님의 정성을 생각하고 어쩐지 마음이 저려왔다. 그 표를 만드시면서 특강을 들은 많은 사람이 다 참여하기를 기도하셨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말씀을 받아들였다. 그것을 보는 순간, 그 정성에 감사하여 나는 40일 관상기도를 빠지지 않고 하리라고 결심했다. 물론 결심을 실천할 때 하나님의 도움이 전적으로 필요하지만 나의 의지가 그랬다는 말이다.
추천해 주신 관상기도 입문서를 보통 책 3권 읽는 시간에 걸쳐 천천히 세심하게 읽었다. 너무너무 좋았다. 밑줄도 치고 생각할 여지가 많았다. 책 중에 나온 14세기 누군가 쓴 <무지의 구름>에 대해서도 매력을 느꼈다. 그것을 제목으로 어떤 종교 소설로 써볼 생각을 하고 있는데 삼천포로 빠져서 지금 다른 글이 되고 있다. 아직 덜 여물어서 그런 것 같다.
실화, 간증 하나.
목요일 가자마자 관상기도를 시작했다. 처음이었는데 시간이 너무 빨리 가버려서 깜짝 놀랐다. 하지만 목사님께서 관상기도 전에 기대하지도 말고, 관상기도 중에 분석하지도 말고, 관상기도 후에 평가하지 말라, 고 언질을 주셔서 그대로 흘려보냈다.
기도가 끝난 지 5분에서 10분이나 지났을까,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좀 소원했던 친구인데 주님의 이야기, 아들, 딸의 신앙적 성숙에 관하여 이야기했다. 예전에는 다른 이야기를 많이 하던 친구였는데 놀라웠다.
당장 관상기도에 대해 대강이나마 이야기 해주었다. 친구도 흥미를 보였다. 끊기 전에 사실은, 하면서 친구가 말했다. 갑자기 내 생각이 났는데 시골에서 올라온 철원 그 맛있는 쌀과 껍질 채 먹는 무공해 사과를 주고 싶어 전화했다는 것이다. 나, 관상기도 할 때 쌀 달라고 기도하지 않았는데!
목요일 밤 두 번째 관상기도를 끝냈는데 이번에는 믿음의 동역자가 전화를 했다. 그 친구도 요즘 바빠서 거의 한달 만의 전화였다. 당장 관상기도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 기도에 웬만한 경지에 오른 사람이라 쉽게 알아들었다. 특강을 들었던 바로 그날이라 따끈따끈한 강의를 그대로 전해줄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그 친구는 며칠 후 다시 일동 쌀 한 포대를 지고 집까지 택배로 갖다 주었다. 그제 밤에는 서울 사는 친구 부부가 저녁에 잠깐 들린다고 하더니 먹거리를 주고 서둘러 돌아갔다. 나 원 참...
사람들이 나보고 2005년에 무엇을 했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교회에서 성인학교 1년 과정 했습니다.
나의 신앙을 돌아보고 점검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습니다.
소설을 열심히 썼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정말 아쉽기는 하지만 하나님께서 내게 필요한 것을 먼저 주셨으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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