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기 그지없는 주일 아침은 늘 아들 때문에 깨진다.
아니, 아들때문에 화가 나는 남편 때문에 평화가 깨진다.
아, 물론 나는 한 마디도 덧붙이지 않고 인형처럼 얌전하게 모든 말을 듣고만 있다 ㅋ
아들은 늘 늦게 온다.
그것이 문제다.
9시 30분에 시작하는 우리 교회 2부예배를 가려면
8시 40분까지 우리집으로 데리러 와야 하는데
10분이상 늦는다.
모든 준비를 진작에 마친 우리 남편은 시계만 쳐다본다.
오늘도 8시 45분이 지나가자 남편이 화를 있는대로 냈다.
왜 아직도 꾸물거리느냐, 지금 가면 교회 예배 늦는다,
예배 시작하고 옆문으로 (기어)들어가는 것이 싫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또 교회 안간다네?
하는 수 없이 9시가 다 되어 겨우 도착한 아들차를 혼자서 타고 갔다.
(어쩐일인지 길이 빵빵 뚫려 3분 늦었다. 2부 예배는 열린 예배라 찬양, 헌금, 광고를 앞에서 하기때문에 조금 늦는다고 그렇게까지 큰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언제나 늦는 이유는 있다.
배가 아팠다. 잠깐 눈을 붙인다는게 깜빡 잠이 들었다. 등등.
아들 늦게 온다고 다 차려입고 교회 안간다고 뻗대는 남편.
벌써 한달 들어 두 번째다.
아들이 늦게 데리러 오는 것이 교회 안가는 이유가 되는 건가?
복잡해지는 마음을 잘 다스리고 겨우겨우 교회에 갔다왔다.
오후 예배는 미얀마 선교단이 필히 참석해야 한다기에
한 시간 쉬고(실은 창원늘푸른 교회 예배 드리고) 다시 교회갔다.
아프리카 선교 6년하고 지금은 감리교 선교국장인가 하는 여자분의 설교를
지루하게 듣고
다시 미얀마 워크숍하고 (간식으로 준 옥수수, 남편 생각해서 반만 먹고 반은 잘 싸서 가방에 넣고)
집으로 오는 길에 은행에 들렀다. 이쪽 은행에서 돈을 빼내어 내일 보험금이 빠져나가야 할 은행(잔고가 모자란다)으로 집어넣고 허전해진 지갑을 뒤지고 있는데 왜 빨리 안오느냐고 전화가 왔다.
다시 마음을 다스리고 (남편이 좋아하는 도너츠 사가지고)집에 갔다.
"여보야~~ 나 왔엉~~"
문 열어주는 남편 손에 얼른 도너츠 박스 쥐어주었다.
밥 뜸이 드는 맛있는 냄새가 나고 있다. 남편님은
밥해놓고, 돼지고기 사다놓고 기다리시는 중.
아이고 아이고
하나님, 제 입에서 안 좋은 말 안나오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식탁 차리는데 남편은 반쪽짜리 옥수수를 맛나게 먹는다.
"야~~~이거 완전 찰옥수수네!"
지금 남편은 신나게 설거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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