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헌금위원을 하고 있는 중이다.
첫날은 죽을 것처럼 겁이 났지만 막상 해보니 아주아주 편하고 쉬운 봉사(?)였다.
다만 예배 시간보다 15분 일찍 온다는 것이 어려웠다. 그것은 내힘으로만 되는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난 매주일 15분 일찍 오는 것이 아니라 훨씬 먼저 일찍 와서 예배 준비실에서 헌금위원 가운을 갈아입었다. 천사같은 흰 가운을 입을 때는 정말 행복했다.
헌금위원 봉사는 생각보다 아주아주 쉬웠고 단순했다.
졸졸졸 담임 목사님 방으로 가서 짤막하게 기도하는 시간을 갖고
다시 졸졸졸 목사님 뒤를 따라 예배당으로 들어가 맨 앞자리 정해진 헌금위원 석에 앉아
절대로 졸지 않고 열심히 예배를 드리다가 참으로 희한하게 생긴 헌금 주머니를 들고
내가 맡은 구역을 한바퀴 돌면 헌금 주머니는 교인들이 알아서 옆으로 옆으로 전달해 주신다.
나는 그냥 헌금 주머니가 가는 방향을 눈으로 따라다니다가 헌금 찬송가 마지막 절 후렴을 할 때
다른 세 명의 헌금위원들과 함께, 마치 결혼식 웨딩 카페트를 걷듯이(이런 생각을 하면 안되는데, 하나님 전을...쯧) 발걸음을 맞추어 단상앞까지 걸어간다. 줄을 맞추어 일렬로 나란히 헌금 주머니를 들고 서있어야 하는 짧은 시간은 좀 뻘쭘한 기분이 들기는 한다. 헌금송의 마지막 소절을 부를 때 대빵 헌금위원은 목사님께 헌금 주머니를 드리고 나 포함 다른 위원들은 앞의 테이블에 십자가가 잘 보이도록 얌전히 접어 올려놓는 것이 끝이다.
예배 후에 이층 예배 준비실에 헌금 가운을 가져다 걸어놓아야 하지만 언제나 어떤 헌금위원님이 가운을 가져가주신다. 항상 웃으며 가운을 달라고 손짓하는 그 이쁜 헌금위원님께 다음 주 마지막 헌금위원 할 때 감사카드라도 한 장 써드리고 싶다...아주 작은 일 같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나도 그렇게 남들을 배려해야겠다!!
덕택에 아들이 좀더 일찍 뛰어오느라 고생이었다. 고맙다. 그것이 바로 효도란다, 아들아. 한달에 한 번 정도는 꾀를 부리고 안갔는데 이번에는 꼼짝없이, 전날 힘든 일이 있어 늦게 퇴근해도, 출근시간보다 먼저 일어나 달려와야 했으니 아무리 아들이라 해도 참 죄송스러웠다.
어제는 한달에 한번 있는 여선교회 월례회가 있어서 아들은 예배 후에도 30분을 더 차에서 기다려야 했다. 미안, 아들아.
그렇게 해서 매일 예배당에서 나온즉시- 성도와의 친교를 개무시하고 -주차장으로 직행하던 악한 행실을 버리고(ㅋㅋ) 한달에 한번은 지하의, 많은 교인들이 담소를 나누는 '가나홀'이라는 곳을 지나친다. 식당의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우리 여선교 월례회를 가는 길목이다. 그 지나치는 동안 대략 열 사람 이상의 교인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작년에는 정말 서너 번 가나홀에 갔으려나.... 너무 반가운 나머지 심지어는 화장실에서도 허그를 하기도 한다.
인원 빵빵한 우리 여선교 회원님들은 나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분들이 항상 그 자리에 그렇게 모여서 교회의 이런 일 저런 일을 소리소문없이 잘 해내고 있는, 이른바 우리교회의 튼실한 허리통에 해당하는 여선교회이다. 거의가 권사님들에다가 장로 부인 아니면 본인이 장로님인 회원도 계시다. 그러니 얼마나 대단한 여선교회인가!
작년 미얀마 선교에서 룸메이트였던 분(그때 처음으로 대화를 나누었지만)이 회장님이 되어서 더욱 마음이 쓰여 올해는 빠지지 않고 자알 참석하고 있는 중이다....
교회일에 쌩깐지(헉 죄송) 몇 년은 족히 지난 것 같다.
교회에는 갖가지 잡스럽고 수고로운 일들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정말 매일매일 교회로 불려나가야 할만큼 모임도 많고 조직도 많고 예배도 많고 성경공부도 많다.
경조사는 거의 언제나 한 두 건씩 있다.
그 모든 일들은 교인들의 손길을 필요로 하므로 누군가의 헌신이 필요하다.
예전에 나는 그것이 헌신인줄도 모르고 마냥 좋아서 뛰어다녔다. 망아지처럼.
그 시절도 좋지만 지금 얌전모드로 있는 것도 좋다. 하지만 조금씩 교회의 일에 대하여 좀 더 봉사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다. 그냥 자연스러운 나의 마음이 그렇다는 말이다....
그러나 늘 조심해야지, 이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인지, 그냥 종교행위인지....
메시지 성경의 히브리서의 머리말은 이렇게 적혀있다.
이상한 말 같지만, 지나친 종교 행위는 좋지 않다.
하나님, 믿음과 순종, 사랑과 예배는 아무리 많이 찾고 추구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하나님을 "이롭게 해드리려는 마음"으로 행하는 노력들,
이른바 종교 행위들은 아무리 선의에서 나온 것이라 해도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행하시는 일을 가로막을 수 있다.
존피터슨 목사님은 이렇게나 우려를 했지만,
헌금위원을 하면서, 그리고 교회 일에 애쓰는 사람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들의 순수함이 아름답다.
예배를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진심으로, 그리고 전심으로 애쓰는 모습 하나하나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정말 그 손길이, 그 마음이 아름다웠다. 그것은 나에게 감격이었다.
기쁨으로 교회 일에 봉사하는 시간이 나에게도 다시 오게 될 것 같다...
피터슨목사님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자알 할께요^^
수요일 8시에 이사한다.
그 후에는 또다른 새로운 아름다운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 터.
그러니 오늘도 하나님께 감사의 뽀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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