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포장이사를 신청했다.
그런데 우리 남편은 주방과 화장실까지 싹 비웠다.
죠리퐁박스, 삼양라면박스, 사과박스를 주워와서
집안의 모든 물건을 싹 다 담아놓았다.
박스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르는 이삿짐 센터 직원들은
어쩔 수 없이 그냥 박스만 내려놓고 가게 생겼다...
밥통은 어제 일찌감치 싸놓아서 하는수 없이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은 김밥이랑 빵이랑 우유와 바나나, 그런 거 먹었다.
커피포트까지 싸놓아서 오늘 아침은 커피 냄새도 못맡았다.
어제 저녁에는 책을 한아름 쌓아놓고 읽었다.
이사하기 전날, 너무 할일이 없어서 나는 무료하게 보냈넹
친구랑 이사할 집 청소때문에 외출했는데 남편이 전화했다.
실컷 놀고 들어오라고.
뭐라고? 내가 물으니까 다시 말했다.
오래오래 있다가 들어와.
내가 집에 있으면 마음대로 잠을 싸지 못하니까 그런 묘수를!
느지막하게 집에 들어왔더니 세상에, 완전 깨끗하게 박스박스박스만 쌓여있었다.
옆에서 하는 걸 보면서 느끼는 건데 남편은 일이 있으면 너무 좋아한다.
박스 속에 이렇게 저렇게 뭔가 집어넣고 마냥 좋아한다.
이걸...순진하다고 해야 하나?
아침에 일어나니 할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예배드리고 성경읽고 짤막하게 기도하고, 음악들으면서 빈둥거리다가
하릴없이 책 몇 권 다시 뒤적이고.... 아 심심.
지금도 8시까지 기다리기 너무 지루해서 이곳까지 기어들어왔잖아^^
목 마른데 물통까지 박스 속에 들어가서 꾹 참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약을 먹으려고 약 서랍을 열었더니 깨끗했다.
벌써 다 싸버린 것이다.
내 약 찾느라 남편 10분쯤 헤매고 게우게우 항호르몬제 먹었네.
기다리다 지쳐
벌써 눕고 싶다능...
아이고....
하나님 오늘 책임져 주실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