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욕의 매혹
새벽, 교회에 갔는데 평신도가 설교를 했다. 종종 그렇게 한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 평신도의 설교를 가끔 들은 적이 있는데 먹물 냄새 물씬 풍기면서도 끈끈하고 깊다.
그가 오늘은 벌거벗은 예수에 대하여 이야기(설교라고 꼭 해야하나...)했다. 사순절 기간이어서였겠지...
익히 아는 말이지만 예수는 십자가에서 죽을 때, 알몸이었다는 것.
언덕위에, 그리고 십자가위에 높이 매달린 예수는 벌거벗은 모습을 죽을 때까지 모든 사람에게 보여주어야 했다는 것.
가장 비참하게, 정말 비루하게, 아아 그토록 창피스런 모습으로 마지막을 장식한 예수.
나도 가슴아프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그 장면을 설명하는 성경구절을 읽을 때면 늘 가슴이 따끔따끔해지고, 내가 벗은 것처럼 얼굴이 뜨거워지고 알 수 없는 수치심이 솟는 것은... 나만 그러한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어떤 사람의 고백에 따르면, 그곳에서 제일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배고픔도, 추위도, 죽음의 공포도 아니었고, 모든 사람 앞에서 벌거벗었을 때라고 했다.
아담과 하와가 벌거벗었음을 깨닫고 수치심에 에덴동산 구석에 숨어있는데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아담아, 어디 있느냐
(아주 어릴때, <아담아, 어디 있느냐>라는 제목의 두꺼운 소설을 읽은 기억이 나는데...)
그 때, 아담의 대답은, 빨가벗어서 넘 창피하여 숨었나이다, 이다^^
하하, 이전에 아담이 선악과를 먹고 한 첫번째 행동은,
그들의 눈이 밝아져 자신이 벌거벗은 것을 깨달았고, 심한 부끄러움에 나뭇잎으로 옷을 만들어 수치스러운 부분(참나...)을 가렸다는 것. 에고...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면서까지, 그렇게 힘들게 선악과를 먹고 얻은게 고작 <수치심>이라니... 아담은 아주 밑지는 장사를 했넹...
우리는 언제 벌거벗을까
나는 언제 벌거벗을까
수치심없이 벗을 수 있을까, 하와도 못견뎌서 에덴동산에 숨었는데 하물며 칸나야...
BUT, 왜 사람들은 수치심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십자가 위의 예수나 수용소 사건 부분은 타인에 의하여 강제로 벌거벗김을 당한 때이고
스스로 벗을 때도 있지 않나! 그래도 수치심은 없어지지 않겠지만.)
그래도 없어지지 않는 생각, 사람들이 치욕이라고 말하는 것들에 대한 매혹,
치열하게 다가오는 그, 치욕이라고 말하는 것들에 대한 매혹 때문에, 으으으, 새벽부터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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