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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라 60

패밀리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7. 1. 17.

작년 1월 초, 막내동생의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정초부터 많이 속상했었다.

그런데 새해 1월도 마찬가지다.

똑똑하고 이쁘고 착하고 상냥한 우리 유미(둘째 남동생의 와이프니까 올케로군)가

갑자기 유방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그 후 나의 새벽은 유미에게 자꾸 향한다. 아이고 하나님, 곡소리가 절로 나오네.

이십 년 넘는 결혼생활 동안 펌을 딱 한 번 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 (돈이 없어 미용실에 못갔다능) 재산 제로의 상태에서도(어쩌면 빚이 더 많은지도 모른다) 세상 부러운 거 없는 마음가짐으로

화 한 번 내는 거 본 일이 없는 우리 유미에게 그런 고통의 시간이 찾아오다니.

인과적 입장에서 본다면 이제부터의 삶은 고생 끝에 낙이 온다, 뭐 그렇게 흘러가야 하는 것인데!

급작스레 수술 날짜까지 잡았다는 소식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리고...속상했다.

하나님 쫌 너무하시는 거 아님까? 하면서 눈을 흘겼다.

병원에서 이런 검사 저런 검사 하는데도 "세상에 검사비가 얼마나 비싼지 억 소리가 나요!" 한다.

지금 그런 소리 할 땐가 말이다. 그래도 빠듯한 생활이므로 자꾸 돈 생각이 나는 모양이다.

실비보험도 안들었다고 하니 할 말이 없네...

하나님. 나 돈 많이 벌어서 우리 유미 도와주고 싶어욧!!

이것이 토요일의 상황.

 

그런데 일요일.

뉴욕에 사는 고모의 막내아들인 오빠(나와 동갑이지만 한 달 먼저 태어나 오빠라 부르는 사촌)가 사업차 한국에 오게 되면서 나에게 연락을 했다. 그래서 잠시 우리집에 들러 한 두 시간 머물다 갔다. 고모가족은 오래전 부터 로얄패밀리였고 여전히 그러했다. (모르겠다 열 두살 이전의 우리집 역시 그와 비슷했는지...도)

관계성에 별 관심이 없는 나는 다정하게 연락을 하는 편도 아니었으니 소원하게 지냈다. 하지만 몇 년전 고모를 뉴욕에서 잠시 뵙고 온 후부터는 가끔 명절에 전화를 드리곤 했다.

고모 식구들이 미국으로 이민간 1970년 이후로 오빠는 세 번째 만났다. 마지막 만남은 2002년 즈음이었으니 알 만 하징~

고모에게 형제는 남동생인 아버지뿐이었으므로 세 살 많았던 고모는 아버지를 많이 도와주었다. 진짜, 아주 많이. 당시 나이가 어렸지만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평생 감사해야할 부분이다.

근데 불교신자인 오빠가 종교에 대하여 이야기하는데 깜짝 놀랐다. 종교의 진수를 알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기독교의 진수도 알고 있었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정말 많이 배웠다.

앞으로는 한국에 올때마다 만나기로 약속했다. 이번 만남도 오빠가 먼저 연락을 해서 만났다. 고맙고도 죄송했다.

 

나는 그동안 글자 문학, 책, 교회에 미쳐서 가족을 소홀히 한 것이 아닐까 하고 반성한다.

오빠가 나에게 조언했다.

"네가 이 가족을 이끌어야 한다. (나보다도 더 철딱서니 없는 언니는 내 수하에 있으므로 ㅋㅋ)"

나의 삶에서 전혀 고려해보지 않았던 부분이었으나 생각을 바꿨다.

앞으로는 좀더 패밀리에 대하여 생각할 결심이다.

 

그나저나 하나님, 착하고 이쁜 우리 유미에게  좀 잘해주세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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