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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람데오, 유다

하나님, 월급 주세요!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2. 6. 30.

초저녁부터 장장 몇 시간동안 이 블로그를 꽃단장했다. 맘에 든다. 이전의 얌전 버전을 확 바꿔서 나의 본색이 그대로 드러나게 만들었다.

붉은 색은 예수님의 피, 그리고 날마다 피흘리면서 살아가는 나의 모습의 상징이기도 하고, 검은색 타이틀 배경은 나의 불순한 마음이기도 하고 지난 토요일 부악문원에서 찍은 내 사진은 바로 나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므로 이제 나는 완전 자유로워진 것을 느낀다.

블로그 새단장도 남의 눈치보면서 할 일이냐고요...내 블로그 내 마음대로 꽃단장한다는데 누가 말리느냐 말이다. 

 

사람이 살면서 자기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이 대체 몇 가지나 될까....사실...별로 없다....

여자들은 기껏 (자신의)머리카락이나 좀 마음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긴 그것마저도 남편이나 자식들,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생각하느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헤어스타일을 할 수밖에 없는 마음약하고 마음착한 여자도 많기는 하더라만.

뭔가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아니면 심경의 변화가 일어났을 때 여자들은 미장원으로 달려간다.

가서 제법 호기롭게 외친다.

-이렇게 저렇게 짤라줘요, 왕창 뽂아줘요, 십대 아이들처럼 걍 쫙쫙 펴줘요!

이런 소리나 겨우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이다. 아, 그런 소박하기 짝이 없는 여자들에 대하여 미친듯이 연민이 샘솟는다.

터놓고 말하건데 남편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나, 자식을 바꿀 수 있나, 국적을 맘대로 바꿀 수 있나, 사는 집을 바꿀 수 있나,

이름을 바꿀 수 있나, 대체 무엇을 마음대로 바꾸느냐 말이다.

작년부터인지 그 전부터인지 잘 모르겠는데 나는 옷차림에 대해 많이 자유로워졌다.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남의 눈치 안보고)입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더 솔직하게 말해야 할까 지금 망설이는데...

실은 내가 지니고 있는 옷의 거의 전부가 협찬품(?)이다.

대개는 외모에 목숨걸고 있는 언니가 넘겨 준 옷이고, 친구들도 한 몫을 단단히 했다. 그렇게 굴러들어온 협찬품이지만 덕택에 길쭉한 행거에 줄줄이 걸려있는 옷가지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소유권이 넘어온 옷이니까 내 옷은 내 옷인 거지, 뭐.

내가 산 옷도 몇 개는 있다. 

여기서 또 고백한다면 올 2월 내 양력 생일, 무슨 일인가 지하상가에 들렀다가 나의 생일을 자축하면서 건져온 9900원짜리 후드 티. 사온 날 부터 얼마나 열심히 입었는지 십만원 값어치는 이미 한 것 같다. (그러고보니 오늘 비가 온다는 핑계로 그 9900원짜리 후드 티를 입고 서울의 중심부인 창덕궁까지 성경공부를 하러 가셨네? 그것도 아주 기분좋게 입고?)

그리고 어제의 쇼핑! 교회 연합속회 다녀오면서 모처럼 지하상가를 지나치게 되었길래 한 십분쯤 헤매다가 또 원피스 한 벌 건졌다.

가격은? 역시 9900원. (아항...이제야 새삼 깨달았다. 생일에 산 후드티도 어제 산 원피스도 모두 같은 가게에서 산 것이다. 그 가게의 이름은 '이곳에 있는 모든 옷은 9900원'이다. 푸하하!!!.)

지금의 나의 형편에는 몇 천원짜리 원피스라도 절대 사면 안되겠지만 지름신이 강림하셔서 어쩔 수 없었다. 다행인 것은 그 원피스가 대단히 나의 마음에 들었다는 것이다. 오늘도 비만 오지 않았다면 그 민소매 원피스를 기어이 입고 성경공부에 갔을 것이다. 왜냐? 새옷이니까.

 

어쨌든. 블로그도 내 마음대로 바꾸니 기분이 진짜 좋아져버렸다. 이런 것을 기분전환한다고 말하는 거겠지?

내일은 7월의 시작이고 게다가 주일이고 그리고 하반기의 시작이기도 한 역사적인 날이어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그리고.

지난 2008년 7월 한 달 동안 일기 형식으로 신앙 에세이를 쓴 적이 있었다(그것이 '하나님은 나의 스토커'에 한 달치 다이어리 형태로 올라가 있구나)그 때 쓰면서 해마다 한 달씩은 그런 종류의 네이키드 다이어리를 쓰려고 했는데 2009년 1월 한 달 쓰고는 쫑 쳐버렸다.(그것은 '유다는 교회다닌다' 시리즈가 되었고!) 

그 후로도 물론 거의 매일 일기를 쓰기는 했지만. 한 달 마음먹고 쓴 글과는 아무래도 차이가 있지 싶다.

그리고 삼 년이 흘렀다. 아, 나를 미치게 만들었던 삼 년! 그동안 과연 나는 얼마나 자랐을까. 그토록 힘들게 살았는데 설마....조금이야 성숙되지 않았을까...

그것이 나도 궁금하여, 내일부터 정식으로 다시 한 달 동안 열심히 신앙 에세이를 쓰리라고 마음먹었다.

삼 년 동안 나의 무엇이, 어떻게 변했는지 나도 좀 알고 싶어서. 그동안 나의 믿음은 좀 자랐는지, 정신 세계는 정리가 좀 되었는지, 하소연은 좀 줄어들었는지, 내일부터 써봐야 알 것 같다....

하루에 원고지 15장에서 20장, 필 받으면 30장도 쓰겠지만 일단 15장 이상은 쓸 생각이다.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

 

일단 부담을 갖지 않기 위하여 주 5일 근무로 9 to 5 체제로 갈 것이다. 하하하.

월. 화. 수. 목. 금까지는 필수 작업. 방 문  꼭 닫고 열라 작업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데..... 그렇게 열심히 작업하면 한 달 뒤에 누가 월급 안 주나?

 

하나님. 열심히 할테니까 월급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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