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겠다, 하나님 땜에!
하나님은 시간도둑인 것이 분명하다. 어제를 보더라도 그렇고 오늘의 상황도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여기서 잠깐 어제의 일을 되새기자면....
알람님의 쇄된 목소리에 5시 20분에 일어났다.
눈을 비비고 화장실에 들른 후 물 한 잔에 약 두 알을 삼키고 블랙 커피 한 잔을 타 들고 내 방으로 들어갔다.
노트북을 켜고 5시 30분에 시작하는 100주년 기념교회 새벽기도회 실황 중계를 집중하여 시청하시고
약간 못미더워서 문자화 되어 있는 설교문을 다시 한 번 주욱 훑었다.
그리스도 교회의 새벽예배 실황이 시작되기까지 십 여분의 막간을 이용하여 담배를 한 대 피우시고
보통 30분에서 40분, 어느 때는 50분도 소요되는 그리스도 교회 목사님의 설교 실황을 눈이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가슴에 박히는 말씀이 있으면 노트 필기도 하면서)
이미 땡볕의 조짐이 보이는 아침 7시 쯤 집을 나섰다.
귓구멍에는 100주년 기념교회 수요 성경공부 2강을 틀어놓고 말이다. 수요 성경공부는 자그마치 세 번째 듣는 것인데
들을 때마다 새롭고 들을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의 감격적인 은혜를 받는다.
40분 거리의 산책 코스를 돌고, 세 종류의 운동기구에 올라가서 말씀이 끝날 때까지 몸을 건들거렸다.
귀엽기 한량없는 남편님께 아침 식사를 차려드리고(나는 대개 아침을 먹지 않는다) 커피까지 대령한 후
다정하게 마주 앉아 스모킹 타임을 가진 후, 다시 노트북 앞.
이번에는 아주 좋은 기독교 사이트를 발견했다. 보석같은 설교들이 1년은 들을 만큼 꽉 차 있는 것을 보고 탄성!
그 중 제목이 만만한 것 하나를 골랐다. "제 손 좀 잡아 주실래요?"
하나님께서는 뺀질거리는 내 손목을 굳건히 잡고 계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인간에게도 살짝 기대고 싶은 마음이 들어
클릭한 것이었다. 그런데 어머나?
오래 전 우리 교회의 오빠이자, 우리 교회의 전도사이자, 내 친구의 남편이기도 한, 꽤 잘 알고 있는 한 뭐시기 목사의 음성이 들려오는 것이 아니런가. 그 양반이 예전에 번역한 책을 충격적으로 읽은 경험이 되살아나면서 집중하여 들었다. 좋은 말씀.
내가 좋은 말씀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하나님의 말씀이 허공에 떠 있지 않고 이 비루한 세상속에 인생안에 녹여져 있다는 것, 그래서 너도 나도 적용하기 쉽게 풀이되었다는 것. 아주 멋지구랴, 한 목사님!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어느 목사님의 설교가 무진장 담겨 있는 사이트를 바라만 보아도 배가 부르고 기분이 좋아졌다.
이어, 심각한 불협화음을 자랑하는 피아노 뚜껑을 열고 가사가 아삼삼한 찬송가만 골라서 대 여섯곡 때렸다.
600 여곡의 찬송가를 다 칠 수 있으면 참 좋겠지만, 박수 치며 불러야 제 맛이 나는 빠른 템포의 찬송가는 역부족이므로 늘 느려터진 찬송가밖에 못치는 어설픈 실력이 통탄할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하루에 찬송가 한 장씩만 마스터해도 금방 될 텐데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피아노를 칠 때마다, 늘 시작하는 찬송가가 있다. 너 하나님께 이끌리어.
이 찬송가는 지난 주일 예배 시간에도 불렀던 찬송이었는데 예배 참석자들과 한 목소리로 부를 때 마음이 뜨거워졌었다.
찬송은 곡조 있는 기도, 라고 한 말을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튀어나오는 말. 하나님, 참 감사해요....
슬슬 책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또 입에 가래톳이 돋는 나는(ㅋㅋ) 읽을거리가 필요했다.
그리고.. 요즘 교회에 대하여 정리할 필요를 느껴서 오래 전 몇 번이나 읽었던, 내가 너무너무너무 존경하고 사랑하는 박영선 목사님의 저서 "교회론"를 다시 집어 들었다. 이번에는 연필까지 준비해서 밑줄을 그으며 읽는데 와, 이전에는 밝히 보지 못하는 구절들이 새삼 눈에 들어왔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목사님의 교회론은 내가 이제까지 생각한 교회론과 거의 맞아떨어진다는 것.
그러니까 나는 삐뚤어진 길을 제멋대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추인을 받은 셈이었다. 당장 하나님께 감사기도 드렸다.
알 수 있는 지혜를 주신 것에 대하여, 깨달을 수 있는 성령을 주신 것에 대하여 감사!
그렇게 시간을 보내니 오전이 후딱 지나가버렸다. 교회론을 절반 쯤 읽고 덮었는데 뒤가 궁금하여 또 다시 책을 펴고, 눈이 침침해져서 다시 덮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다가...보낸 시간들. 결국 어제는 글을 쓰지는 못하고 들입다 말씀을 인풋만 했다. 그래도 충만하고 즐겁고 기뻤던 시간이었음은 물론이다.
나는 중독이다. 그냥 온종일 말씀만 읽고, 설교를 듣고, 신앙서적 같은 것만 읽었으면 좋겠다....
내, 이러니까 하나님을 시간도둑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근데...사람이 어떻게 자기 좋은 짓만 하고 사는 가 말이다!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돈도 확보해야 하고, 그 돈을 확보하려면 나의 몸이나 머리를 돈으로 치환될 수 있는 무슨 짓꺼리라도 해야하는데 별 묘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생각한다.
하나님은 나에게 즐겁게 설교말씀을 듣게 만드신 이유가 있을 거야. 책을 좋아하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게 만드신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야.
하나님은 나를 분명히 쓰실 거야. 나로 하여금 이렇게 날마다 말씀을 듣는 재미로 살게 하는 이유가 있을 거야.
나에게 주어진 시간의 가장 많은 비중을, 말씀에 집중하게 만드신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야!!
근데요, 하나님... 저 그냥 이렇게 살고 싶은데 어떻게 삶을 해결해주시지 않을 겁니까?
금쪽같은 저의 시간을 그만큼이나 훔쳐가셨으면 저에게 뭐라도 좀 보상해주시는 것이, 하나님 되신 분의 도리가 아닐까...하고 저는 생각합니다만...
뭐, 기다리라고 하신다면 기다려야 하겠지만 너무 기다리게 하시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는 저의 작은 바람을 아주 조그만 목소리로 피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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