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오후부터 좀 바빴어요, 하나님. 아시죠?
약간의 분란과 약간의 속상함, 그리고 약간의 의문 등등이 부산스레 머리속에서 사분오열되는 와중이었죠.
이걸 어떻게 하나...
제 인생을 살펴보건데 현명한 판단을 내린 것의 거의 전무한지라 문제가 생기면 입에 손가락부터 물어요. 가장 멍청한 표정도 자연스레 함께 하죠. 어릴 때부터의 버릇.
가만히 생각해보니 하도 좋은 일이 겹쳐서 생기니까 맨날 좋아라 좋아라 하면서 기도를 하지 않았더라고요.
그냥 이게 웬 떡이람, 아이고 감사해요, 이런 환호성 섞인 감사(감탄사가 많이 들어 간)만 몇 달 동안 하지 않았나 싶어요.
....
반성했어요, 하나님.
종이짝 처럼 얄팍한, 입에 발린 감사로 그냥 내 멋대로 살았다는 것을 엊그제에야 비로소 깨달았어요.
앗, 죄송, 하나님.
이걸 어떻게 하나...
손가락 입에 물고 멍청하게 서 있는 저의, 문제같지도 않은 문제를
이번에도 여지없이 하나님께서 잘 알아서 해결해주시는데 저는 정말 염치없는 감사만 드리게 되네요.
하나님, 앞으로는
중간에 방정맞게 말이 먼저 튀어나오지 않게 하시고
순간의 생각을 마구 쏟아내지 않게 하시고
9월은 좀 조신하게 맹글어주세요.
지금에라도 간장종지만한 나의 역량과 믿음을 깨닫게 해주시는 나의 하나님께
부끄럽지만
하염없는 감사를 올려드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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