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총 재산은 국민임대 보증금 3100만원에서
2000만원 융자와 600만원 연금융자를 뺀, 500만원이시다.
그리고는 이 은행에 몇 만원, 저 은행에 십 몇 만원 이정도.
그래도 우리 하나님은 나의 냉장고를 늘(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빵빵하게 채워주셨고
저지방우유도 아낌없이 마시게 하셨으며
비록 연금 나오는 며칠 전은 백동전 몇 개 헤아리며 애를 태우게는 하셨으나
적어도 남에게 손 내밀며 나 클랐어 좀 임시변통이라도...하면서 애원하지는 않게 하셨다.
그렇다고 커피 마실 때 손이 부들부들 떨리게 하시지도 않으셨고
친구 만나 내가 밥사줄께 하는 말도 고민하지 않고 할 수 있게 하셨으며
적어도 개척교회 목사님 떡국떡은 짊어지고 갖다드릴 정도는 되었다.
이것이 은혜가 아니고 무엇이던가.
잠시 고통의 순간도 없지는 않았다.
지난 1월 말.
설 선물로 김 한 박스씩 선물하고 싶다는 우리 속 인도자 장로님 언니가
나에게 주문을 주문(!!)하셨을 때...
당시 이체할 수 있는 통장의 잔고는 3만여 원( 그나마 인터넷요금 빠져나갈 예정인),
비상금조로 숨겨놓은 새마을 금고 통장에 5만원이 좀 넘는 금액만 있었는데,
우리 싸랑하는 장로님 언니는 내 사정은 모르시고 84000원이나 하는 김 박스 주문을 하라는 것이었던 것이다.
언니는, 아주 쿨하게, 전화로
"얘, 네가 빨리 주문해라, 내가 돈 부쳐줄께."라고 하셨지만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득~해졌다.
'언니...주문은 돈을 입금해야 주문이 되는 거죵...흑흑'
이 말은 속으로 했다. 언니가 어찌 알리. 아무리 돈이 없어도 설마 그만큼은 있으려니 했을 것이다. 아, 8만 4천원!
당시 영하 18도. 체감온도 25도 이런 말도 안되는 온도로 모두 나가 떨어질 때였는데
나는 하는 수 없이 머플러 두개, 옷은 집에 있는 거 거의 다 주워입고 미쉐린 타이어가 굴러가는 차림새로 집앞 마을 금고에 가서 돈을 싹싹 긁어 이체할 수 있는 통장으로 옮겨놓은 후, 옆 슈퍼에 들러 달걀 한 꾸러미도 못 사고 집으로 왔다.
그렇게 겨우겨우 이체해서 김 대금 지불하고 주문한 것을 하나님은 아시리....
그때 얼음으로 꽉 찬 거리를 걸으며
아니, 하나님은 내 통장에 어찌하여 십만원도 안 집어넣어주신단 말인가, 하면서
집에 올때까지 하나님의 쪼잔한 배포를 원망했다.
그런데....
지금은 한 달 만에 재산이 3배가 늘어나 나는야 졸부의 반열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졸부의 뜻이 졸지에 부자가 된 사람이라며? ㅋ
그런데 돈이 많아지니 고민도 많아졌다.
그 돈을 자알 써야 하는 것이다.
돈이 없을 때는 결코 고민하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는 고민이 된다.
이거, 누구도 줘야 하고 누구 밥도 사야 하고, 아들내미 용돈도 줘야 하고
가스도 넣어줘야 하고, 나머지는 어디에다 꿍겨넣고
하나님이 또 언제 모르쇠할지 모르니 채곡채곡 쟁여놓기도 해야 하고....
일단 우리 아들, 우리 이쁜 하나, 우리 남편과 일박이일 속초로 여행을 다녀왔다.
물론 차 뒤 트렁크에 (음식은 하나도 없고) 고스톱 담요, 화투 등을 싣고^^
회 먹고 유명한 닭강정 사가지고 콘도로 들어와서 장장 새벽 2시 너머까지 고스톱!
늦잠 실컷 자고 처음으로 아바이마을에 가서 오징어순대에 순댓국도 먹고,
씬나게 돌아다녔다.
그리고 다음 주는 제주도 이박삼일 여행 간다.
우리 남편과 같이- 남편이 가고 싶어하는- 다낭에 갔다오려고 했는데
(우리 남편과 나는 같이 해외여행을 한번도 가본 적이 없어라~~~)
우리 남편이 나보고 해외여행 필요없으니 용돈이나 두둑히 달라고 해서
하는 수 없이 용돈으로 드렸다. 그 용돈은 담배값, 헌금 빼고는 거의 다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 속초에서 오는 날도 '도쿄 스테이크'에 가서 한턱 내셨다.
고마워요, 서방님^^
이 엄청난 재산 증식은 어떻게 해서 된 것인지 나는 전혀 알 바 없고,
그냥 우리 하나님께서 보너스를 완전 배포 크시게 주신 것이라고만 알고 있다.
'너, 깜짝 놀래게 해줄까? ㅋㅋ'
하나님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하나님, 저 너무 놀랬잖아요.
어쨌든 오늘도 감사합니다.
졸부가 되었지만 그래도 절약하면서 잘 살께요.
그리고 이번 여행은 보너스라고 생각하겠습니당
남들은 환갑여행으로 유럽, 이런 데 가지만(내 친구들의 경우가 그렇다, 대개 그렇게 하는 것 같다) 우리는 그냥 쌈박하게 우리 아들과 우리 이쁜 하나와 같이 제주도 가서
이박삼일 열씨미 고스톱 치다 오겠습니다...
해맑은 봄날, 하나님께 해피해피한 감사 인사 올립니다.
아 글쎄 콘도에 들어가서 베란다에 나가보니 저렇게나 아름다운 전경이.... 여기가 혹시 천국일까 하면서 놀라는데 우리 아드님이 찰칵. 너무 황홀해서 눈을 감았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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