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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무술생의 아름다운 무술년

내 생의 봄날들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8. 3. 27.

열 살 이후로 봄날은 없었다.

늘 가난했고, 정신적 방황은 심했고, 미래는 불분명했다.

친구들은 나에게 차비를 대주고 밥을 사주고 술을 사줬다.

버스표를 주고, 몇 푼의 용돈도 주었다. 그야말로 친구들이 나를 먹여 살렸던 시절이었다.

궁핍보다 더 심각한 정신적 결핍은 나를 더 힘들게 했다.

그것을 지금 생각해보면 예술적 기질과 선천적인 무모함과 세상에 대한 불화, 불협화음과 짬뽕이 되어 막가파 인생을 살게 된 것 같다. 어쨌거나 나는 충분히 불행했다.

 

뒤늦게 문학판에 뛰어들 때에도, 나는 허공을 딛는 것처럼 위태로웠다.

(옆에서 보기에 그렇게 보였다는 것이다. 나는 나의 데인저러스한 상태를 인식하지 못했다) 어느날 도서관을 향해 걸어가는 나를 내 남동생이(그녀석도 도서관파여서 자주 마주쳤다) 멀찌감치 보게 되었는데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이 아니라 공중에 부웅 떠서 마치 허무한 공간을 허우적거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나는 내 자신을 점검할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나는 책 속에 빠져 어느 하루는 비평가의 비평집을 스무 권씩 훑어내리고 어느 하루는 목침만한 평론집에 밑줄을 긋느라 배고픈 줄도 모르고 살았다.

 

어찌어찌 마흔여덟에 등단을 하고, 머릿속의 대부분은 소설에 쏠려있는 동안, 한편 충만하였을지는 모르겠으나, 위험한 충만함이었다고 지금 나는 생각한다.

그래. 사람이 어느 한 순간 모든 에너지를 한곳에 몰아넣었던 때가 있었던 것은 감사한 일이다. 미쳐야 미친다는 말이 수긍되던 시절.

하지만, 그때는 일상의 귀중함, 소중함을 1도 몰랐다.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생활을 하는 것은 모두 글을 쓰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집안을 말끔히 치우느라 책 한 권 읽지 않는 주부의 삶을 경멸했다. 아니, 어떻게 그렇게 산단 말인가. 생각없이!

 

ㅋㅋ 그러나 생각해보면 내가 가장 생각없이 살았다. 나는 그냥 책속의 세상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바라볼 안목이 없었다.

 

요 근래 몇 년은 내 인생에서 봄날이다. 가장 안정되고 행복하고 충만한 날들이 날마다 꿈속처럼 지나가고 있고, 나는 그것이 날마다, 매 순간마다 경이롭다.

그리고 감사한다. 나에게 이런 기쁨과 환희와 희열을 경험하게 만들어주시는 나의 하나님께.

 

나는 여전히 죄속에 빠져 있겠지만 더 이상 두렵지 않은 것은, 영단번에 나를 구원해주신 예수님이 내안에 계시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감사와 찬양 뿐이다. 그리고 나날들이 나에게 꽃처럼 펼쳐지면서 아름답게 지나가고 있다. 설령 그렇지 못한 날들이 다가올지라도 나는 감사할 것이다.

날마다 꽃의 나날을 보내게 하여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감사드립니다.

 

날마다 죽게 하시고 날마다 부활을 경험하게 하여주시니 감사드립니다.

매순간 경이로운 삶의 환희를 느끼게 하여 주시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