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외출하는(사업차 나가는, 이라고 하고 싶지만)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아, 오늘 수요일이다. 일찍 와서 예배드리러 가자.
넵. 최대한 일찍 올께염.
정말 아들은 4시가 조금 넘어 집으로 오셨도다.
정작 수요예배를 기다리던 남편은 갑자기 몸의 조시가 안좋아져서 교회 못가겠다고 드러누워버렸다. 어쩔...
아들도 잠깐 사이 코를 골며 단잠을 자고....
아들아 아빠 못가겠다고 하는데 어떡하지? 했더니 잠자던 아들이 오늘은 방학! 이런다.
나 어떡해!
하는 수 없이 혼자라도 가야지(숙제도 많이 밀렸는데)하면서 옷 갈아입고 준비하는데
아들이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묻는다. 엄마 혼자 교회 갈꺼야?
그럼 가야지. 나는 아빠처럼 아프지도 않고 너처럼 잠도 안자는데.
주섬주섬 준비하는데 아들이 그럼 나랑 같이 가. 하고 말한다.
엄허나!
그리하여 남편은 누워있고 아들과 둘이 수요예배에 갔다.
가보니 역시나 목사님은 단상에 무릎꿇고 기도하고 계시고 사모님은 화면 정리하고 계시고 딸래미는 반주하고 있다. 그리고 휑~~비어있는 예배당.
아들과 나 둘이 앉아서 찬송가 복음성가 무지하게 부르고, 예배드림.
오늘따라 목사님 말씀이 귀에 쏙쏙 잘도 들어온다.
매우 은혜로웠다.
끝나고 가려는데 목사님과 사모님이 커피 한 잔 하고 가라고 붙들어서 다시 삼십여분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허심탄회한 시간이었다.
돌아오면서 아들이 오늘 예배 참 좋았다고 한다. 모처럼 귀에 쏙쏙 들어오더라는 것이다.
오! 세상에나!
지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내 옆에 앉아 찬송도 열심히 따라 부르고 성경도 잘 찾아 큰소리로 읽고
목사님이 말씀하시면 피드백도 끝내주게 하는 아들이 너무도 놀랍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수요예배를 허락해주셔셔요!!!
집에 오니 남편이 '힘들더라도 따라 갈 껄' 한다. 내 그럴 줄 알았어.
살다보니 아들과 함께 둘이서 수요예배드리러 교회가기도 하는구나.
하나님이 웃으신다.
아, 글쎄 내 생각은 너의 생각이랑 다르다니까 그러네~~~ ㅋ
하나님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나도 지금 계속 웃고 있는 중이다.
아마도 내일 아침까지 계속 웃고 있을 것 같다.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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