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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나의 스토커

15일 - 타로와 팥빙수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1. 6. 23.

15일 - 타로와 팥빙수

 

 

요한복음이 끝났다. 무엇을 읽을까 고민하다가 사도행전을 읽기로 했는지 다 읽지는 않고 고넬료 이야기까지만 읽고 다시 공관복음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올해, 나는 예수님의 말씀이 어떠한지 집중적으로 알고 싶다. 때때로 시편을 읽으면서 마음을 녹이고 그러면서 올해를 마치고 싶다.

일단 사도행전 1장 묵상.

데오빌로각하.

나도 얼마 전, 누가처럼 데오빌로 각하라는 사람에게 편지를 쓴 적이 있었다.

한국 사람에게 말하기 싫은 것들이 있었다.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이상한 규범, 관습, 전통 같은 것들에 대하여 시비하고 싶을 때 데오빌로 각하를 끄집어내어 한바탕씩 쏟아내고 했던 것이다. 지금도 가끔 데오빌로 각하에게 소리쳐 묻고 싶은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묵상을 시작했다.

 

십자가 사건이후(하긴 예수님이 잡혔을 때 이미 다 도망쳤다)뿔뿔이 흩어졌던 제자(내가 생각하기로는 제자들이 그렇게 멋지게 보이지는 않는다. 배운 게 있나 가진 게 있나 생각이 깊은가, 대개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 모인 '오합지졸'같은 느낌이다)들이 예수님이 부활하신 모습을 보고 다시 모이게 되었다. 누가 어떻게 소집했는지 모르지만 예수님이 부활하기 전까지 그들은 기도하는 모습이 없었다. 모여서 우왕좌왕하거나 걱정만 산더미처럼 하고 있다. 그런데 14절 끝부분을 읽으면 그 제자들과 더불어 무덤에서 왔다갔다 한 여자들, 그리고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와 예수의 동생들까지 '모두 함께 한 마음으로 기도에 힘썼다', 라고 되어 있다. 

그들이 뒤늦게 기도의 맛을 알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예수님께서 마지막으로 기도 열심히 하여라, 그렇게 말씀하신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렇게 모인 형제들이 120명이나 되었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렇게 모여 실컷, 아주 신나게 기도한 후 제일 먼저 한 일은 제자 티오를 메꾸는 일이었다는 사실. 성경에서 말하는 이유는 이러하다.

22절. 예수께서 우리와 함께 지내시는 동안에, 곧 요한이 세례를 주던 때로부터 예수께서 우리를 떠나 하늘로 올라가신 날까지 늘 우리와 함께 다니던 사람 가운데서 한 사람을 뽑아서, 우리와 더불어 부활의 증인으로 삼하야 할 것입니다.

부활의 증인으로 삼기 위하여 사도의 수를 완전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이거 참... 뭔지 모르지만 제자들이 비장한 어떤 각오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나 역시 예수님의 부활의 증인으로 사도행전을 쓰는 가운데 단 한줄이라도 남기려고 지금 이렇게 길고 긴 일기를 쓰는 것이 아닌가.

나의 기도문. 하나님 저를 부활의 증인으로 써 주실 것을 믿~ 쑵니다.

 

갑자기 어떤 확신이 나를 강하게 휩싸는 가운데 기분이 좋은 나머지 산책을 시작했다. 어제 산책했던 맛이 삼삼해서 이제부터 산책을 하루 일용할 양식 중의 하나로 만들기로 했으므로.

아침의 천변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부지런한 사람들은 벌써부터 장갑 끼고, 외계인 같은 마스크로 귀하신 얼굴을 감싸시고(자외선 차단이라는 목적이겠지만 좀비도 아니고 프랑켄슈타인도 아니고 아이언 마스크도 아니고, 하여튼 볼 때 마다 만정이 떨어진다)굳세게 걷고 계시는 분들에 끼어 나도 천천히 -양반걸음으로- 거닐었다. 잘 정돈된 천변, 각종 체육시설, 품위 있는 나무다리, 분수대, 폭신거리는 초록색 아스콘을 밟으면서 감사가 저절로 나왔다. 쾌적한 환경이 되어가는 한국으로 발전시켜주신 하나님, 매우 감사합니다.

 

11시. 문인협회 아녀자 다섯 명이 한 차에 바글바글 타고 강남까지 진출. 목적은 얼마 전 문인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에서 빙수를 먹음으로 살갗을 뚫을 것 같은 무더위를 자알 넘기자는 것. 

따끈한 떡과 함께 커피 빙수, 과일 빙수를 먹는데 나중에는 입이 얼얼하여 뜨거운 커피 한 잔 마시고, 그러다보니 다시 더워져서 냉커피 마시고 이러면서 두 시간을 보냈다. 이 때 한 문인, 가방에서 보자기 하나를 꺼내 테이블위에 척, 펼치더니 하시는 말씀. 이제부터 내가 타로점을 봐주겠노라.

그리하여 다섯 명이 줄줄이 무녀가 된 문인 앞에 다소곳이 앉아 재미 겸 장난 겸 타로점을 보게 되었다.

나는 난생 처음 하는 짓거리에 은근히 흥분이 되어 나의 패가 어떠할지 자못 궁금하였는데 결과는.

하나님 말씀을 재확인시켜주는 차원이었다고나 할까. 나는 하나님이 타로를 통해서도 나에게 안심을 시켜주시는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감사했다. 문우가 나에게 말해주는 것을 얌전하게 받아 적어왔다.

 

나의 물음: 책이 나올까요?

타로를 통한 하나님의 (매우 철학적인)말씀:

(나의 상태에 대하여) 내면의 생각으로부터 나오세요.

당신은 스스로 상처받는 자신을 딛고 일어서야 합니다.

이제 새로운 시작만 남은 거죠.

의심하지 말고 앞만 보고 가세요.

지금 시작하면(이미 시작했으면)그것을 열심히 하세요.

그것으로 너무 집착하지 말고 당신의 감수성을 믿고 계속 진행하시면 일년 안에 당신보다는 타인이 만족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타인의 만족이란 이제야 비로소 세상과 소통하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나는 타로에 만족했다. 아멘.

 

아침 굶고 점심은 한 시 넘어 빙수, 커피 이런 물만 들이켰더니 뱃속이 IMF처럼 빈곤해졌다.

수락산 근처 보쌈집에서 4시 넘어서야 겨우 밥을 먹었다. 오랜만에 만난 아녀자들, 신이 나서 도수 약한 술도 마시면서 보쌈을 먹다보니 발동이 걸렸겠다. 서둘러 집 근처로 이동하여 2차를 시작. 계속 약한 술을 마시니 취하는 진도가 매우 느린 바람에 좀 재미는 덜했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중간에 집으로 뛰어가(오 분 거리였다) 아들의 저녁 메뉴로 김치찌개를, 남편은 저녁과 안주 겸하여 문어 다리를 데쳐주고 잘 썰어 거실 상에 차려드리고 바람난 뭐처럼 다시 2차 장소로 달려갔다. 가서, 11시까지 대화의 시간을 가짐. 문학하는 인간들은 말도 잘한다. 생각도 재미있고 성격도 유별난 인간들이 많아서 특색 있는 대화의 자리라고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럴 때 빠질 수 없는 담배!

문인하면 대화, 대화하면 술자리, 술자리 하면 담배, 뭐 그렇게 사이좋게 순환되어가는 것이 아니런가!

그렇게 밤은 깊어갔더라. 기분은 매우 좋았더라, 즐거운 하루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