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 레너드 코헨과 함께 작업을!
나는 오늘 묵상에서 엊그제 나의 기도의 해답을 찾았다.
'숭고한 기도'는 맨날맨날 나에게 선물을 준다. 그것도 명품으로!
"기도에서 중요한 것은 입이 아니라, 느끼고 바라는 것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과 진실이 가득 차 있는 마음입니다. 사람의 소원이 너무 강하고, 많고, 커서, 마음에서 나오는 어떠한 말과 눈물과 탄식으로도 그것을 다 표현할 수 없을 때에야, 우리는 비로소 소망하는 것입니다. ...
가장 훌륭한 기도는 말보다는 탄식일 경우가 많습니다. 말은 마음과 생명과 기도의 정신을 얕고 빈약하게 보여줄 뿐입니다. - 존 번연
우리가 (기도할 때)말을 잊어버리는 이유는 마음이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가득 차 있거나 무거운 짐에 눌려 있기 때문입니다. ... 하나님은 다른 언어, 곧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와 탄식을 자아내는 언어도 잘 알아들으십니다.
요즘 하나님은 내가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이렇게 금방 가르쳐주신다. 그러니까 기도회 시작하기 전, 예배당에 홀로 앉아 하나님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그렇게 탄식하며 울었던 것도(말 한마디 못하고 겨우 주님 몇 번 되뇌이던 모든 것을, 그 마음을) 결국 하나님은 다 잘 알아들으셨다는 표시를 이렇게 글자를 통해 확연하게 드러나게 보여주신 것이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나는 이렇게 즉각적인 하나님의 응답을 왜 이제까지는 그렇게 듣지 못했는지 그것이 오히려 궁금해졌다.
오늘 월요일, 마치 교역자도 아니지만 느긋하게 게으름을 피우면서 새벽 5시 시간을 고수하지도 않고 놀다가 7시가 넘어서야 비로소 기도시간을 가졌는데 기분이 아주 업 되는 느낌이다.
남편이 TV를 켜지 않기에 잘되었다 하고는 볼륨 크게 높이고 레너드 코헨 전집을 몽땅 듣고 계속 되풀이 들었다. 무려 4시간 동안이나 들으면서 작업. 좋은 노래 들으면서 글쓰는 작업을 하니 진도도 잘 나가고 오늘 모든 것이 너무 순조롭게 잘 되어 간다. 코헨의 노래는 질리지 않고 들을 수 있는 명곡(?)들이다.
아들 와이셔츠 열 장, 바지 두 벌 다림질. 다림질 하는 시간은 꼭 남편과 대화를 하게 된다. 생활언어 말고 대화 말이다. 어제 본 신의 길, 인간의 길에 대하여. 그리고 요즘 우리 교회의 신앙형태에 대하여 조금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요일저녁과 금요일 밤 교회에 가는 것에 대하여 남편과 아들은 불만이 많은 모양이었다.
많지도 않은 세 식구가 저녁에 오봇하게 모여 같이 저녁도 먹고, 이야기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혼자 교회에 간다고 가버리니 두 남자, 맥이 빠지는 모양이었다.
하긴 엊그제 간만에 서로의 얼굴을 본 아들이 아이구 오랜만입니다, 하고 인사를 했다.
"엄마, 여기가 화장실이야. 오랜만이어서 구조를 잊어버렸을까봐."하면서 놀렸다.
친구들에게 우리 엄마 해외 여행 갔다고 말하려고 했다나.
수요일, 금요일은 교회 일 때문에 저녁을 비우게 되지만 꼭 그날만 저녁을 비우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하다 보니 일주일에 서너 번 이상을 저녁에 외출을 하게 되었다. 오죽했으면 아들 밥 차려주려고 번개를 11시에 때릴까...
남편은 교회에서 맨날 사람들을 불러내는 것은 가정을 소홀히 하는 것을 조장하는 일에 다름 아니라고 언성을 높였다. 교회는 일주일에 한 번, 주일에 가는 것이지 한국처럼 맨날 새벽기도, 기도회, 수요예배, 금요 기도회, 속회 예배, 이렇게 수많은 꺼리를 맡겨주어 나오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견 맞는 말씀이다. 그것은 교회가 풀어야 할 숙제이다. 집에서도 경건생활을 잘 할 수 있게끔 교인들의 신앙이 성숙되고 자립심이 높아지면 굳이 몇 시간 걸려 교회를 와라가라 이것 해라, 저것 해아 하면서 명령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또 모르지...
나는 하나님께 몰입하고 싶다. 하지만 그것이 교회에 몰입하는 것과 동일한 의미는 될 수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예수님을 사랑하고 교회를 사랑하지만 교회의 방침에 무조건적인 예스맨으로 일조를 하고 싶지는 않다.
어제 방송에서도 그렇게 말했다. 생각하지 말도록 얽매는 것은 진정한 종교가 아니라고 말이다.
지금 나의 상태는 일주일 내내 교회로 달려가(한 시간 반 거리의 교회를! 승용차로 24킬로이지만 버스 전철을 타면 30킬로는 될 것 같다)새벽기도회를 하고 싶고 매 집회마다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싶고, 하다못해 아무 일이 없는 날도 홀로 교회 지하기도실에서 기도하고 싶은 심정이다. 나, 미쳤나?
교회가, 교회 행정이, 목회자의 마인드가 좀 더 현명해졌으면 좋겠다. 예수님이, 성령님이 주시는 지혜로 말이다....
황동규 시집을 읽고 있다. 시인의 뇌 속에 들어가 구경 좀 하고 싶다. 그 황당한 전개는 어떻게 생성되는지, 그 끝간데 없는 비약은 어디서 비롯되는지, 가슴을 송곳으로 뚫는 듯한 날카로운 언어들은 대체 어떻게 직조되는지...
20년 전에 나온 시집인데도 나에게는 깊숙하게 흡입된다.
낮잠을 자는데 내가 시인이 되는 꿈을 꾸었다. 그것은 진짜 꿈이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모습을 보고 산책을 결심. 남편에게 같이 가자고 꼬드겼더니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는다. 해는 졌지만 날씨는 여전히 폭력적이었다. 남편이 동행하지 않으면 휴대폰에 내장된 음악 99곡을 들으면서 커다랗게 한 바퀴 돌려고 했다. 예전에는 내가 음악 밑에 폭삭 눌려있는 느낌이었는데 요즘 나의 상태는 음악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경지이다. 업그레이드 두 단계 정도?
몰입과 관조를 좀 더 편안하고 자유롭게 넘나들고 싶다. 음악, 책, 술, 담배, 소설, 그외의 모든 작업에 대해서, 그리고 친구 관계나 온갖 사색과 슬픔까지!
비상금 만 원 가져 간 것으로 오는 길에 홈플러스 들렸다. 내가 사고자 하는 품목은 빵 단 한가지였는데 우량주부인 남편이 우유와 초콜릿을 덧붙인다. 우유는 선식을 타 먹기 위하여, 그리고 초콜릿은 당이 떨어질 때를 대비한 비상약의 용도이다. 나는 한 가지를 살 때마다 덧셈을 하느라고 꽤나 땀을 흘렸다. 산수나 수학은 나에게 명왕성처럼 멀다. 소시적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 옛날 예비고사를 보던 때가 생각난다. 수학은 필 오는 대로 3번을 쭉 마킹하는데 시험 감독하던 어떤 녀석(감독관이라고 존경심을 갖게 하지 않으므로 이런 명칭을 사용해도 나는 별로 미안하지 않다!)이 보더니 드러내놓고 경멸하는 것이다. 수험생에게! 세계 명작 소설과 지은이를 마구 흐트러놓은 문제 100개쯤 내면 겨우 서너 개 맞출 것 같은 녀석이 말이다. 하여튼 그렇게 열심히 더하고 더하는데 남편이 자꾸 예상 밖의 물품을 마구 집어넣는 것이다. 내가 말렸다.
"만원 넘어가면 안 됩니다!"
"하여튼 넣어보고."
"카드도 안 가져 왔는데? (실은 가져왔지만 절대 꺼내지 않을 결심이다. 요즘 가계부의 상황은 눈뜨고 볼 수 없으리만큼 처참하기 때문에!)"
"내가 보태 줄께."
알고 보니 남편은 비상금이 든 지갑을 뒷주머니에 차고 왔던 것이다. 그 후로 나는 정신없이 사재기를 했다. 베이컨도 넣고 콜라도 넣고 두부도 넣고 고기도 넣고 과자도 몇 가지 집어넣었다. 카트가 수북해졌다.
내 돈 만 원 보태고 남편이 내 돈의 네 배쯤 보태 계산을 마쳤다. 나는 미안해서 우리의 외상장부인 달력에 만원 이라고 적어주기로 했다. 남편은 비상금을 여기저기(이를 테면 타이타닉 비디오 사이, 파바로티 CD 밑, 이런 식으로 만 원짜리를 분산시켜 놓았다) 숨겨놓았는데 급할 때 급전 돌리기로 남편에게 몇 만원씩 빌리기도 하는데 캐시뱅크보다도 더 고리대금을 받는다. 3만 5천원 빌리면 4만원, 만 6천원 빌리면 2만원 하는 식으로 고이율을 붙여서 재산을 불리는 악덕업주이다. 매달 결제기일은 말일이다. ^^
그러니까 내 돈은 결국 이 만원이나 보탠 것이다.
쇼핑 보따리를 하나씩 들고 집에 가서 남편을 모셔놓고 나는 다시 산책을 나왔다. 음악을 들으면서 한 시간 천변을 걸었다. 밤 열시의 천변은 아주 걷기에 그만이었다. 생각은 구태여 하려하지 않았고 두서없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대로 흘러가게 내버려두었다. 이것저것 편안하게 끄집어냈다가 제풀에 사그러드는 이야기 열 몇 개쯤 풀어내면서 걸었다. 땀이 나는 것도 카타르시스가 되는지 기분이 상쾌했다.
내가 지금 고민하는 것 중의 하나는 과체중이다. 나의 고혈압의 상세한 병명은 비만으로 인한 고혈압이기 때문에 체중을 줄이면 거의 해결되는 병 아닌 병이다. 얼마 전 40일 저녁 금식을 했을 때는 체중이 거의 원 상태까지 내려가 의사로 하여금 즐거운 고민을 하게 만들기도 했다.
"어쩌면 다음 달부터 약을 안 드셔도 될 것 같아요. 이 정도로 유지만 된다면."
하지만, 그 때 저녁 금식이 끝났고, 그 이후는 이틀에 한 번 꼴로 술자리가 이어졌다. 저녁 때 먹는 안주는 또 얼마나 기름진가! 결국 한 달 만에 다시 원상 복귀되고 말았다.
나에게 지금 문제되는 것은 담배보다 술이다. 술을 마시면 저녁에 안주를 먹게 되고, 술을 마셨으므로 산책은 포기하게 되고, 마냥 풀어져 노닥거리기만 하니 체지방이 휘핑크림처럼 뱃속에 뭉개져 있을 것이다.
내일부터는 다시 마음잡고 체중을 줄이기 위한 한 달 작전에 돌입하기로 마음먹었다.
누워서 하나님께 기도드렸다.
하나님, 술자리는 일주일에 한 번만 있게 해주세요. 그 날 하루만 망가질게요. 망가지는 기쁨, 하나님도 아시지요? 마음이 넉넉해지고 세상이 돈짝만해지고, 누구에게나 관대해지고... 하나님 믿~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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