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6개월만에 암센터에 갔다.
진료예약시간보다 무려 한시간 40분을 더 기다린 끝에 초음파, 촉진.
기다리면서 수많은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모습, 표정, 그들의 어두운 얼굴들을 혼자 스캔하고 있느라 솔직히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몰랐다.
병은 사람을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드리어 진료실 진입에 성공.
명의 반열에 계시는 샘은
어떻게 지냈어요 별 다른일 없어요? 하고 물으시는데
나는 우울한 표정으로
아팠어요, 했다.
몇 주 전부터 진짜 아팠다. 수술 부위가 이런 저런 갖가지 통증으로 나를 소스라치게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으므로 급기야는 나의 영혼까지 괴롭혔다.
길고긴 연휴의 어느 순간마다
겁이 더럭 나서 여기저기 의사의 감각으로 자가촉진을 하였던 바, 뭔가 만져지는 듯도 하궁~~~
이게 뭥미? 하나님은 늘 약주는 듯하다가 병주고 병주는 듯 하다가 약주고, 하나님의 병원은 하나님 마음대로 운영하시니까 내가 뭐라고 말은 못하지만 불만은 쫌 있다능~~~^^;;
이래저래 어제 리무진 타고 햇살 좋은 가을 속을 달려가는데 약간의 우울이...
근데 쌤의 대답이 재밌다.
원래 병원 오기 전에는 다들 아프다고 그래요.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가...? 그렇다면 월매나 좋을겨!
지난 6개월 동안 조신하게 식생활 한 것도 아니고, 고기 디립다 먹고, 치맥 심심찮게 먹고,
어느 한 날은 며칠 후유증이 갈 정도로 음주마귀와 놀아났으니
할 말은 없었다.
그래도 쌤은 나를 눕혀놓고 이전보다 더욱 세심하게 초음파를 해주셨다.
그러시더니만
아무 이상없으니 걱정 마요, 하신다.
할렐루야.
그리고 다시 6개월 후에 뼈스캔도 하고 CT도 찍고 뭐뭐 이런저런 검사하자는...
그러니까니 나는야 6개월 동안 연장받은 셈~~~
기분이 너무 좋아서 뛸 듯이 병원을 나서서 항호르몬제 6개월치 약을 보물단지처럼 들고
히죽히죽.
그러면서 갑자기 이런 이상스런 생각이....?^^
세상의 모든 사람을 6개월마다 하나님이 부르셔서 너 이번 6개월 연장해 줄터이니
어떻게 사는지 보고 다음에 결정할 것이다~~ 이렇게 협박, 엄포를 놓으신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전보다는 더 멋지고 재밌고 성실하고 아름답게 살지 않을까 하는
웃기지도 않은 생각이 왜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저도 그렇게 살겠습니다.
6개월 후는 제가 어떻게 될지 조금도 알 수 없으니, (아니, 엄밀하게 말하면 오늘 오후의 일도 모르는데, 내일일도 모르는데 한달 후도 모르는데 무슨 6개월까지 고민할까마는)
오늘도 이 시간도 매 순간을 하나님께 감사하며 찬양하며 살겠나이다.
이것은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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