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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무술생의 아름다운 무술년

虛心者福矣(허심자복의) 2탄^^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8. 2. 1.

(어제 낮에 수필모임이 있어서 아침에 몇 자 끄적이다가 가져간 글.

원래 소설을 가져가려고 했는데 길다고 잘 안읽는 경향이 있어서 뭐라도 짧은 글을

가져가려고... 결국 모임에서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그냥 내버려진...

그런데 어제밤 꿈에 계속 <虛心者福矣>가 떠오르는 것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虛心者까지만 보였다. 허심자. 누구 이름같기도 한 이것이 읽을수록

매력있어 보인다. 책 제목으로 한 번 써볼까 궁리하는 중이다^^)

 

 

虛心者福矣

 

  

 虛心者福矣.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느니라. (문리역 한문성경)

마음이 가난하다는 것을 마음을 비우는 것으로 읽는다. 虛心下心이라고. 마음을 비우는 것은 마음을 내려놓는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우리는 흔히 마음을 비웠다고도 하고 마음을 내려놓았다고도 한다. 말은 쉽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그 마음이 바로 그 사람 자신이다. 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끌고 가는 것이 마음이지 않을까. 그 사람의 삶은 그 사람의 마음의 키로 진행 방향이 결정되고 그렇게 움직인다.

그런데 그 마음이라는 것이 참 묘하고 요상스럽다.

마음에는 의지도 있고 감성도 있는데 의지는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하지만 감정이나 감성은 조절의 영역을 벗어날 때가 많은 것이다.

 

성경에서도 무릇 네 마음을 지키라는 말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마음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우면 그렇게 시시콜콜 잔소리를 늘어놓았겠는가.

하지만 어떻게 마음을 지킨단 말인가. 내 마음을 지킬 능력이 있어야 비우기도 하고 내려놓기도 할 것이 아닌가. 그것은 확언하거니와 내 수준으로 결코 이룰 수 없는 경지이다. 내 수준만 아니라 거개의 사람의 수준이 그러하다.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마음을 비우거나 내려놓는다는 말이 어떻게 성립이 되는 것일까. 마음이 의지로 변할 수 있을까. 얼마나 굳은 의지를 가져야 마음이 변할까. 우리가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의 영역은 이성적인 부분일 것이다. 나의 의지를 밀고 갈 수 있을 때까지 밀고 가는 것.

하지만 감정이나 감성에 맞닥뜨리면 상황은 좀 달라진다.

수치로 환원될 수 없는 감정의 깊이와 너비와 높이가 그 사람의 삶을 (내가 생각하기에는)풍성하게 어지럽힌다.

물론, 예술은 문학은 그 혼돈과 방황과 헷갈림속에서 향유된다. 이성으로 해결되지 않는 감성의 세계를 승화시킬 수 있는(해결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마음을 종교적 면에서 생각하면 그것은 수동태가 되어버린다.

마음을 지키는 것이 내가 아니라, 내 안에 계시는 성령님이 지켜주시는 것이다. 성경에 이런 유명한 말씀이 있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여기에서 단서가 있다. 첫째,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라고 하고, 둘째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를 하고, 셋째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는 것이다.

장애물이 또 등장했다. 첫 번째부터 마음이 껄끄러워진다. 아니, 어떻게 아무것도 염려하지 않을 수 있나! 세상에 아무것도 염려하지 않는 인간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나는 이렇게 타협했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순도 100%는 포기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한다면 거의 염려하지 않겠다. 문장으로 읽으면 'I will'이 포함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여기에 나의 의지는 전혀 없다는 것을 밝혀두고 싶다.

성경말씀에 힘입어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나의 마음과 생각을 지켜주실 것을 믿고 있고, 또 그렇게 산 경험이 있으므로 앞으로도 그렇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는 것이다.

 

결국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의지도 없을 뿐더러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어떤 것도 없다는 것을 나는 살아갈수록, 하나님과 교제를 하면 할수록 느끼고 있다. 그것은 축복이다.

나는 그냥 입에 추파춥스나 물고 앉아서 하나님이 나를 어떻게 하실까를 궁금해 하면서 맛있게 냠냠거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나의 텅 빈 머릿속을, 나의 가늠할 수 없는 앞날을, 더 나아가서는 생로병사까지 '신의 손에 의탁하옵는' 완전 수동태 인생을 살아버리는 것이다.

이 놀라운 마음 내려놓기 혹은 마음 비우기 역시 하나님의 의지로(절대 나의 의지가 아니다) 나를 일으켜 세우고 머리통을, 마음 밭을 갈아엎으시는 것이다. 이럴 때 크리스천이 하는 말, 할렐루야(하나님을 찬양합니다).

 

많은 설교를 듣고 성경을 보고, 다른 크리스천들은 어떻게 사나 곁눈질도 하고 세상 사람들은 또 어떻게 살고 있나 삶 속에서 부대끼면서 새해라서 너무도 많이들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의 그 복이라는 것이 결국은 마음이 가난한 자가 받을 수 있다는 말씀에 아멘 하는 아침이다. 감사한 아침이다.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