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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현장에서 붙잡힌 여인이 가로되

가끔 삶이 지겹다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6. 6. 14.

헬쓰한 지 한 달 만에 겨우 내 담당 트레이너를 만났네. 아침 일곱 시에.

계약서에는 한 달에 3번 해준다고 했는데... 어쨌든.

몸짱 트레이너가 인바디 체크도 해주고 식생활 조언과 더불어 나름 성실하게 잘 가르쳐 주었다. 

한 달 동안 일주일에 두세번, 많게는 서너번 헬쓰를 했는데

몸무게는 오히려 일킬로 늘어버린 요상한 상황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매일 아침 산책하고 일주일에 몇 번 런닝머신도 3킬로 4킬로 걷고, 크다만 빨간 공을 등 뒤에 대고 앉았다 일어섰다를 가르쳐 준 대로 성실하게 15회씩 몇 번을 했는데도!

며칠 째, 지난 토요일의 어떤 나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기분 그닥 좋지 않았고.

(왜 나는 그때, 좀 더 참지 못했을까. 하나님이 너무 멀다면 이장우 목사님 살려주세요^^;;)

토요일의 해프닝을 적을 날이 있으리. 별 것도 아닌데 너무 내 마음을 압박하넹

 

그렇게 마음은 꿀꿀한 채 며칠 지났고 드뎌 헬쓰 갔다와서 푸욱 쉰 후,

하기 싫은 공무(?)을 해야 했다. 사회 관계망속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나 할까.

주위의 권유로 (그 권유라는 것이 압박이 너무 심하여, 마치 그 권유를 듣지 않으면 나쁜 뭐시기 되는 것처럼 푸시하길래 하는 수없이) 주거급여라는 것을 신청하게 된 것이 몇 달이 지났다.

어마무시한 서류를 오기로 제출하고 장장 한 시간 가까이 동사무소 담당직원과 상담하고(거의 취조수준이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천신만고 끝에 서류 제출되고 두 달안에 통보가 갈겁니다 했는데 그 두달은 훌쩍 지나고 거의 세 달째 이르른 지금(속으로 서류가 뭐가 잘못 되었나 주지 않겠다면 말지 뭐 하면서), 주일 아침 식사하는데 전화가 왔다.

동사무소 직원의 전화였다. 받으면서 아, 잡무에 시달리느라 일요일 아침도 편히 쉬지 못하는구나 하고 안쓰러운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 직원말인즉슨, 이러저러한 서류를 더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서류라는 것이 몇 년 전 서류였다. 부탁도 해야 하고, 뛰어가야 하기도 해야 하는 번거롭기 짝이 없는.

통화 중에 '에이, 그만 둬 버릴까'하는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왠지 모를 오기가 생겼다.

검색한 바에 따르면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하고도 넘쳤다. 누가 안되는 것을 억지로 달래? 한참 불불거리다가 생각하기를, 돈이 쓸데없이 새는 것을 막기 위한 철저한 관리, 라는데 점수를 주었다.

그런데

그 중 한 가지 서류를 오후에 했다. 그 한 가지 서류라는 것은 몇 년 전 돈을 빌린 금융기관에서 금융거래 확인서 비슷한 것을 떼어야 하는 것인데 장장 두 시간이 걸렸다

제일 먼저 융자를 담당했던 분께 전화드렸고 그분이 가르쳐준 번호로(자동응답기는 얼마나 번거로운가) 인내심을 최대한 발휘하여 잘 찾아갔는데 주민번호 대라, 본인 바꿔라 수없이 주문한 연후에는 다른 부서로 이관하는 작태를 무려 세번. 다른 부서로 이관될 때마다 다시 똑같이 본인 주민번호, 전화번호, 제출 서류 내용을 앵무새처럼 읊고 또 읊었다. 결국은 금융기간에서 아예 보금자리론(그 때 받은 것이 그것이었구나)을 담당한 한국주택금융공사인가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끝. 동회 담당자는 금융기관이라고 했는데 이게 뭥미? 어쨌든 다시 또 전화하고 똑같은 말을 되풀이한후 연결된 담당자님 말씀인즉 뭐 뭐 복사해서 팩스로 보내라는 것.

그간의 고생이 끝났다 싶으니까 정말 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이제 나는 내일 남편 신분증을 복사해야 하고(어디서? 문구점이 어디 있을까?) 팩스로 보내야 한다(어디서? 이전에 살던 곳에는 문구점에 팩스시설이 있었는데 내 집 주변 어디에 있을까?)

그렇게 하면 세 가지 보완 서류 중 한 가지를 하게 되는 셈이다.

 

아아. 이렇게 열심히 (나의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하고 마음고생까지 하면서)서류 다 냈는데 주거급여 안주면

울어버릴 테다.

매우 철학적이며 인문학적인 문장들로 가득 차있던 노트에 부채 계좌 거래 내역서, 금융거래 확인서, 부채잔액증명서 팩스 번호 등등과 함께 적혀있으니 쫌 슬퍼질라고 하넹...

 

가끔 삶이 지겹다...

라고 쓰는 순간, 전화가 왔다. 밥사준다는 전화. 남편은 부지런히 옷을 입고 있다^^ 갑자기 웃음이 나오네.  

오늘은 크림생맥주 한 잔만 마셔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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