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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현장에서 붙잡힌 여인이 가로되

실비 오는 소리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6. 6. 12.

산책을 나선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실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몇 발짝 더 걸으면서 생각했다.

축축하게 끝까지 걸어갈까. 가만가만 비의 여운을 느끼면서?

제법 낭만적일 것 같았는데 어쩐지 내몸은 그냥 돌아섰다.

 

집으로 돌아와 베란다로 밖을 내려다보니 비가 그쳐있다.

많이 아쉬웠지만 참고 있다.

하는수없이 세음 다시듣기를 하면서 시를 필사했다

그런데 레너드코엔의 알렐루야를 스웨덴의 여자가수가 부르는데 악 소리가 날만큼 좋다.

산책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하나님의 위로? 하하

그래서 좋은 아침.

 

아침 6시에 아들의 문자.

죄송하지만 오늘은 동네교회로 가시지요.

이 녀석 밤을 샌 것이 분명하다. 밤드리 노닌 아들 덕택에 주일이 온전히 비어졌네.

 

어제 독서회에서 받아온 프린트물이 장난 아니다.

밤늦도록 형광펜 그으며 읽었지만 아직도 끝이 나지 않았으니 그것 쫑 치고

원고 정리하면서 궁리 좀 하고

신묘막측한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묵상도 하고

남편 손잡고 동네교회에 가서 예배도 드리지 모.

(이토록 평안한 시간이, 평안한 마음이, 평안한 공간이 주어졌다는 사실이

새삼 감격스러워지는군.

어제 친구에게 말했다. 너무 좋은 일들이 겹쳐서 닥치니까

어쩐지 불안불안혀~ 남의 것을 빼앗아 가진 느낌? 곧 빼앗길 것 같은 느낌?

오랜 시간을 엎어졌다 뒤집어졌다 개고생하면서 지냈더니 벨기에산 카펫 깔린 거실(ㅋㅋ)에서

완전 호사를 누리는 것이 이상한 것이징)

 

 

어디론가 한없이 걸어가고 싶은 아침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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