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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람데오, 유다

갈 바를 알지 못하지만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1. 12. 13.

열흘쯤 전인가? 문우의 번개에 잠시 들렀는데 한 문우가 말했다

"당신이 만약 하나님을 믿지 않았더라면 참 굉장했을 거야.

하나님을 딱 붙들고 있으니까 그렇게 중심을 잡고 있는 거야..." 

그 <굉장>이라는 단어에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타락과 흥청망청과 퇴폐와 음주가무와 교만과... 뭐 그런 것들.

맞다고 인정했다. 그랬겠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하나님 안에 살려고 무진 노력은 한다. 얼마나 노력하는가 하면.

새벽마다 일어나 교회나 성당을 가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새벽예배를 드리는

교회를 인터넷으로 들어가 동영상으로 예배를 드린다.

마흔 명이 넘는 중보기도자 명단을 앞에 놓고 한 사람 한 사람 떠올리면서 기도한다.

모든 사람을 사랑하기를 원하고

그 날 스케줄에 따라 <나의 정욕대로> <나의 생각대로>움직이지 않도록 내 중심에 성령님이

함께 해 달라고 기도한다. 늘 방정맞은, 그래서 실수 연발하는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마치, 쉬잇, 하는 모습으로^^) 하나님, 내 입술을 주장하여 주사 남에게 상처주는 말 하지 않게

해 주십시오, 간절히 기도한다.

일주일에 두번 성경공부를 간다.

제자반 교재를 열심히 예습하고, 토요일에 있는 성경공부를 가면 네 시간 꼬박 앉아있다.

지난 토요일의 일화.

목사님과 댓명이 모인 아담한 성경공부 자리에서 찬송가를 고르는데 <슬픈 마음 있는 사람>을

누군가 청했다.

내가 가슴이 뭉클하여 "제가 참 좋아하는 찬송이어요" 했더니 누군가 물었다.

슬픈 마음이세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웃었는데....목사님이 대뜸

"그런 이 찬송가 부른 후에 이 작가가 기도 좀 해주시지요" 하는 것이 아닌가.

처음 있는 제의였다. 아이고.

4절까지 찬송가를 부르면서 기도했다.

하나님, 내가 이 자리에서 기도할 때, 잘하려고 멋지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게 해주십시오.

오로지 하나님께 간절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기도하게 해 주십시오.

그래서, 기도했다.

떠듬떠듬, 조용히, 그러나 간절하게.

기도가 끝나 눈을 떠보니 옆에 있던 김 교수가 일어서는 것이 아닌가.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는데 목사님이 하시는 말씀.

"이 작가 기도에 너무 은혜 받아서 김교수가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군요..."

김교수는 한참 있다가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눈가가 벌개진 채^^;;

 

주일 아침에는 온 식구가 교회에 가기 위하여 5시 반, 6시에 일어나 난리법석을 친다.

7시 반에 시작하는 1부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다.

9시에 집에 오면 뭔가 미진하여 다시 100주년 교회에 들어가 시간마다 있는 예배 실황을 다시 본다.

아멘, 아멘, 하면서. 그리고 너무 자주 울기도 하면서...

 

토요일 아침과 월요일 아침에는 새벽예배가 없어서 실황을 보지 못한다.

그렇다고 안 일어나느냐,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토요일 아침에는 금요일 철야예배 녹화를 보면서 예배드리고

월요일 아침에는 주일 낮 설교와 주일 만찬 예배 설교 두 타임을 꼬박 듣는다.

아주 열심히 듣는다. 나에게 대체 무슨 말씀을 주시려나 기대하면서.

거의 일 년 동안은 많은 설교를 들으며 헤일 수 없을만큼 울고 또 울었다.

어느 설교는 세 번, 거푸 들었다. 세번째 들으면서도 울었지만.

 

아까처럼 오후가 되면 피아노를 치기도 한다. 가스펠과 찬송가를 적게는 한 시간에서 많게는 두 시간까지

마음에 와 닿는 곡을 연거퍼 치고 또 친다. 은혜 받으면 울기도 하면서, 찬송가는 4절까지 꼬박꼬박 부른다.

아까는 토요일 성경공부 시간에 은혜받았던 찬송가를 찾아서 쳤다. 다섯 시부터 여섯 시까지 한 시간 동안!

슬픔 마음 있는 사람과

주 안에 있는 나에게 딴 근심 있으랴 와

예수 사랑 하심은 거룩하신 말일쎄... 다.

 

좀 전에는 우리 교회 수요 예배 설교 동영상을 보았다.

그리고 홈피에 올려진 주옥같은 말씀들을 대 여섯 개 세심하고 신중하게 읽었다.

 

....그래도...

어느 순간은 내가 걷잡을 수 없어진다는 것을 하나님은 아신다.

오늘 점심때의 일.

정오의 햇살이 따스한데 남편은 소파에서 살짝 잠이 들었다.

참으로 평화로운 거실 풍경에서...나는... 냉장고을 열고 몰래 쏘주병을 꺼내어

물컵에 반 쯤 따라 원샷하셨다^^;;

범행은폐를 위해 양치질을 하고 책을 보는데...미진~~했다.

다시 뽕주 미니어처(글쎄 쏘주잔으로 두 잔은 되려나...?)을 꼴깍꼴까 넘겼다...

약간 기분이 좋아졌다.

술 마시면 마음이 더 슬퍼진다. 어쩔 수 없다. 가끔은 그럴 때도 있지 않은가...

술김에 낮잠을 한 숨 자고 일어나니, 내 자신이 너무 미워졌다.

 

주치의의 말인즉슨

알코홀릭 전단계 정도 된다고 한다. 주의를 요망.

집에서 술 마시고

혼자서도 술 잘 마시고

며칠 지나면 술 생각이 나는 상태는

조심해야 한다는 것.

 

조심....해야 한다....

 

내가 그토록 간절하게 하나님을 바라면서도

확실하게 끊어지지 않는 것들 때문에 힘이 든다.

어쩌면 끊고 싶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당장은 위로가 되니까...

 

노력하고 노력하지만, 여전히 갈팡질팡하는 나에게

그러면 된 겁니다, 하고 위로해 주시는 하나님 감사합니다.

 

갈 바를 알지 못하고 가는 나에게

성령과 지혜로 결단하게 해 주시고, 은혜로 채워주시기를...

 

하나님,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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