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들어왔다.
내 집 같지 않다.
하지만 사진을 보니 내 집은 내 집이다^^
담배 피우는 시간이 하루 시간 중 최고의 쾌락을 주던 때도 있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삼천원이 채 안되는 담배 가격은 몇 곱절은 인상할만하다.
삼만원쯤 한다면 마약처럼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한 모금 피울 때마다 연기의 생성과 소멸에 대하여 묵상하고
마지막 한 모금을 넘길 때 즈음에는 니르바나의 경지에 있을 것이다. 단언한다.
지금은 금연의 시간.
익숙해진 것은 다행이다.
베란다에서 남편이 담배를 피우는 냄새가 건너건너 내방까지 흘러들어오면
왕짜증이 날 정도로 민감해진다. 냄새가 싫어졌으니 다시 피울 일은 없을 것 같다.
그토록 사랑했던 기호품을 내려놓으니 쫌 내가 성숙한 기분도 들고(과히 나쁘지 않다, 그 기분은)
그럴 수도 있구나 하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고 싶은 마음도 부쩍 드는 요즘이다.
가끔
사진속의 나를 좋아하는 인간들을 만나면
나의 금연을 그토록이나 애석해하는 그 표정, 정말 보여주고 싶다.
어떤 인간은 담배를 끊었다는 나를 보고 '아니, 미쳤어요? 왜, 왜, 담배를 끊었어욧!!"
하면서 나를 완존 미친* 취급을 했다.
그런 인간이... 당장 떠오르는 인간만... 다섯이나 되넹.
나의 금연을 칭찬하는 인간에게 나는 비호감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그들은 나의 건강을 챙겨준다는 명목을 내세우지만
글쎄... 내 건강을 나보다 더 챙겨주는 것을 고마워하기는 해야겠지만 별로 고맙지 않다.
...쓰고보니 사진 속의 시절이 그리워지넹...
잊혀지지도 않는다. 올해 2월 10일 바로 구정날 아침.
문득, 하나님이 너무 고마워서, 순간적인 충동으로(그때 혹시 내가 미쳤던 것은 아닐까)
하나님, 저요, 제가 미치도록 좋아하는 담배, 걍 끊을께요.
이건요, 하나님께 감사의 표시임다~
아아아... 감사의 표시를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하나님은 좋아하셨을 텐데 대체, 왜, 내가 그런 짓을....ㅠ.ㅠ
나는 그렇다. 늘 그놈의 충동 때문에 인생 망친 적이 어디 한 두번이어야 말이지!!
어쨌든...금연의 시간이다.
좀 더 세월이 흐르면
일년 빡세게 콜라만 마시면서 맥주 한 모금도 안하다가 요즘 들어 슬슬 쏘주 두 잔, 맥주 500 정도 여유있게 마시는 것처럼
(그 이상은 목구멍으로 넘어가질 않는다)
일년 빡세게 금연하다가 그 후 슬슬 모모 목사님(목사님이라기 보담 교수님이라고 해야하나 신학자라고 해야하나 박사님이라고 해야하나...하여튼 그 양반^^- 지금은 끊었을라나)처럼 하루 한 두 개비로 천국을 누릴 수도 있지 않나...하는
비전도 가지고 있기는 하다.
제발 그렇게 될지어다...
그새...
8월이 왔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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