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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의 하루

깊고 푸른 밤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2. 2. 1.

프로이트를 가지고 놀았다. 재미있네.

지금은 눈이 뻑뻑해서 쉬고 있는 중이다.

안경도 쓰지 않고, 글자가 틀리라면 틀리라지 하는 똥뱃장으로 맘껏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다른 재미있는 책을 들춰보고 싶지만 논문처럼 딱딱한 프로이트도 나름 재미있어서 손을 놓기 힘들다.

 

2월과 3월 작업에 대하여 연구하는 중인데 머릿속이 많이 복잡하다...

삶의 여러 형태, 그 여러 형태의 삶을 사는 인간들의 다양한 심리, 욕구, 그런 것들에 흥미가 간다.

내면의 욕망과 억제기제들, 그리고 초자아와 이드의 대결...

질서와 도덕과 윤리 관습에 의하여, 때로운 양심의 이름으로 무의식속으로 밀어버리곤 하는

본능적인 욕망을 이성의 힘으로 안간힘을 쓰면서 누르려고 하는 의지가 참 가상스럽다...

 

종교의 힘은 그 때 발휘되는 것 같다.

나의 약함을 인정하고, 나의 약함을 그대로 보아주는 하나님의 존재는 바로 구원과 직결된다.

가끔은 나를 좀 내버려두세요 하면서 도망치기도 하지만 부처님 손바닥이겠지?^^

 

집안에서도 춥다.

상황도 춥고 날씨도 춥고 마음도 춥다.

노트북을 거실로 끌고 와서 담요를 뒤집어쓰고, 마치 도를 닦는 것처럼 글을 쓰고 있다.

한 달 전부터 듣고 있는 스프리추얼을 무한 리핏해서 들으면서 말이다.

몽환적인 그런 느낌의 음악에 나는 매혹당한다.

어깻죽지가 시렵다. 손도 차갑다.

아직까지 씻지도 않고 이렇게 앉아있네...

약간의 비참함이 주는 쾌락이 나를 감싸고 있다. 기분은 나쁘지 않다.

어쩌면 좋다, 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욕망과 상처라는 대명제는 누구나 소설로 다루고 싶어한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사람의 욕망, 그리고 저홀로 아물지 못하는 상처들은 극한 대립을 이끌어내고 있다.

나는 그 싸움을 지켜보는 것이 고통스럽지만 때로는 즐겁다.

고백으로 이루어진 글을 한 번 써보고 싶다. 일종의 후일담이 될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비밀을 깨닫게 되는 것일까.

너무 늦게 말이다. 너무 늦게 알게 되는 비밀은 슬프다.

그래서 가끔은 그 어떤 <깨달음>의 순간이 차라리 오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기도 한다.

왜곡이라고 할지라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은 것이다.

아무리 미화하려고 하지만 지난 날의 회고는 상처를 동반하게 되어 있다.

상처없는 영혼이 어디 있느냐 말이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바로 나.

나는 내가 모르는 최후의 사람.

또한

나는 당신이 모르는 최후의 사람.

멋지다. 이밤. 깊고 푸른 밤.

 

오늘 같은 날은 세수하지 않고 그냥 자는 게 좋겠다^^

가슴 속에 영혼의 노래를 품고, 그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잠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깊고 푸른 밤, 오늘은 낭만적으로 흐르고 있네...

 

오늘 하루를 완벅하게 누리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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