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23편을 외우면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지금 개정판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모르겠으나 내가 외우는 구절은 이렇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이 중에서 "내가"가 나는 좋다.
여호와가 나의 목자라는 것, 그것을 알게 되었으므로, 나의 미래까지 (앞으로도 계속 좌충우돌 엉망진창 개떡같이 헤매더라도) 확실하게 책임져 주실 것이므로, 고바가지를 옴팍 뒤집어 쓰실망정 내 손목을 꽉 붙들고 인도하시리라는 것을 내가 전폭적인 은혜로 완전 파악해버렸으므로(실은 이말도 수동태로 써야 하겠지만. 파악할 수 있게 해주셨으므로, 이렇게^^)
이제는 내가 부족함이 없다, 하면서 기죽지 않고 떳떳하게 큰소리 탕탕 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늘, 지금 이시간 그렇게 큰소리치다가도 에구 하나님, 이러시면 안되죵, 하면서 난리를 칠 사건사고가 한 시간 후에 닥친다하더라도 그땐 그때고 하여튼 지금 나는 부족함이 없다.
어제 오후, 한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우리집에 방문하여, 언제나처럼 위문품(어제는 무공해 야채 한 보따리와 그 야채를 쌈싸먹을 수 있는 쌈장, 그리고 맛이 장난아닌 인스턴트 베트남 커피였다)을 하사하시고 우리집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딸리안 레스토랑(일전에 예약했다가 취소한 곳)에 가서 해물빠에야에서부터 시작하여 크림파스타빠네, 수제돈까스에 홍차까징(주인장이 집에서 직접 담궜다는 포도주 한 잔씩 써비스로 받으면서. 덕택에 공개적으로 술 한잔)마구마구 먹어치운 후, 단골 카페까지 진출하여 아래 사진과 같은 카페 앞뜰이랄까 하여튼 그런 야외 장소에서 두 부부가 노닥거렸다. 와, 바람이 산들거리는 곳이 완전 마음에 들어 앞으로 애용하기로 맘먹고 당장 오늘 아침부터 보따리 싸들고 와 자리잡았다. 역시 기가 막히게 좋았다.
읽어야 할 책을 들고와서 형광펜 그으며 읽으며 가끔씩 고개를 들어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세계를 바라보는데, 아, 이곳이 바로 천국이로군. 천국의 이웃집이 아니고 바로 그 천국 말이다.
카페 주인이 지금 막 와서 새로 개발했다는 청포도차를 시음 겸 갖다 주고 갔는데 맛이 기가 막히다. 지금 제가 천국에서 향기로운 청포도차 마시고 있는 거 맞죠 하나님?
오늘 새벽, 타고난 아침형 인간이므로 5시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떴는데, 거참, 집 앞 교회의 기도실이 사무치게 그리워지면서(어제밤 한 시 다 되어 잠이 들었기로 오늘은 가지 말까 하는 생각에 알람도 꺼놓고 잤건만) 기어이 교회를 갔다. 어쩔 수 없었다. 나원 참. 뭐 그렇게 열심히 갈 것 까지야.... 그래도 가고 싶으니 갔다. 가고 싶다는 마음을 주신 하나님의 속셈이 뭘까 궁금해 하면서^^
역시. 가서 말씀 들으니 정말 좋았고, 끝나고 찬송가 들으니 더욱 좋았고, 기도 몇 마디 웅얼거리다 가만 생각하니 휴대폰에 에베소서 강의 잔뜩 다운받아놓은 생각이 났다. 그리하여 발딱 일어나 천변을 걸으며 오부지게 한 시간을 보냈다. 아, 세상은 어쩌면 그렇게도 아름답단 말인가. 자연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타고난 까도녀임에도(ㅋㅋ) 원더풀 월드 노래를 흥얼거리게 만드셨으니. 하나님이 나에게 오월을 선물하신 것이 틀림없다.
아침부터 전복죽(내가 얼마나 맛있게 만들었는지 남편은 제주도 바닷가에서 먹은 것보다 낫다고 나를 추켜세웠다. 고맙네, 나의 남편이여. 요즘은 칭찬도 제법 하시는 거이 꿈속에서 하나님이 뭐라뭐라 코치한 것 같기도 하궁) 실컷 먹고 책가방 챙겨들고 이곳에 와서 앉아 있으니 부자가 따로 없지, 모....^^
내게 상을 베푸시는 나의 하나님이 너무 감사해서 어쩌면 좋을까요.
내가 무엇을 하리이까, 나의 하나님. 그걸 좀 알려 주세요. 웬만하면 따라할께요.
(저기 보이는 아파트는 내가 살고 있는 바로 그 아파트.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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