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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생각하라

데오빌로 각하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4. 1. 17.

데오빌로 각하.

가만 보니 지금 공포정치로 체감온도를 급격하게 낮추고 있는 것은 오 필승 코리아의 꼰대뿐 아니라

하나님도 저에게는 공포정치로 일인 왕국체제를 견고히 닦고 계시는 듯 보입니다.

작년서부터 새해 벽두까지 저에게 닥쳐온 소름끼치는 불행에의 예감은 오늘 해질 무렵에 이르러서는 저의 체감온도를 빙하기 시대로 몰고 가십니다 그려.

 

데오빌로 각하께서도 익히 아시는바와 같이 하나님은 어느땐 심술궂은 면도 없지는 않으셔서

털 한 가닥도 빳빳하게 서 있는 꼴은 보지 못하시는 것을 지금 이 순간 또 다시 절감하게 만드십니다.

언제부터인가 주변의 소울메이트에게 하소연하기를

하나님이 나를 아주 죽이려고 작정하셨나보다. 죽이시려면 아예 정신도 잃어버리게 하시지않고 말기암 환자같은 고통은 너무도 극명하게 겪게 하시니 하나님은 리미트 무한대의 심통을 가지신 게 틀림없다고 떠들고 다닌 것,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맞잖아요.

 

욥은 아니지만 욥처럼 부르짖을 수밖에 없는 현실은,

(욥과 분명 다른 점은 있지요. 욥은 하나님도 인정하는 의인이었고 저는 사도바울의 후손답게 '죄인 중의 괴수'이니)

쓰나미와 허리케인과 폭풍 토네이도를 합친 것 같은 악재들을 고스란히 살려내어 최대한 나쁜 쪽으로만 무쟈게 발전시키시는 그 능력을

어찌하여 저에게만 쏟고 계시단 말씀입니까!

 

다시는 사랑하지 않으려고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 눈을 부릅뜨고 성경을 뒤적였으되

또 다시 항복하고 납작 엎드려야 하는 신세를 하나님은 '내 자식'이어서 어쩔 수 없다고 시치미를 떼신다지요?

미치겠어요, 정말.

무슨 아버지가 그렇게도 교묘하게 저의 심중의 가장 약하고도 나쁜 쪽을 최대한 부각시켜서 삶의 굴곡을 깊게 알게 하시고

(그런거 알게 하셔서 대체 뭐할라고. 글 쓰지도 못하게 손목을 꽉 붙들고 계시는 주제(죄송)에!)

걷는 족족 딴지를 걸어 넘어뜨리게 하시는가 하면

숨통을 죄이는 재주 또한 남다르셔서 이제는 정말 제대로 숨도 못쉬게 되었나이다.

하니, 데오빌로 각하

내, 대놓고 하나님께 대들지는 못하겠고 속으로만 구시렁거리니 입에서 가래톳이 솟아, 어쩔 수 없이 각하를 불러내게 되었으니

깊은 겨울 밤 적적하신 김에 저의 하소연이나 들으시면서 군고구마에 살얼음 낀 동치미 국물이나 들이키심이 어떠하리잇까?

 

나쁜 것들은 손에 손을 잡고 다정하게 뭉쳐서 온다고 하는 말은 들었으나 요즘 제 곁으로 살금살금 다가오는 저 것들이야말로

아무리 밟아도 죽지 않고 아무리 태워도 죽지 않는 강시나 좀비같아서 이러다가는 제가 좀비 류가 되게 생겼나이다.

정말이지 미.치.겠.어.욧!

아무리 곱씹어 생각해도 제가 무어 그리 죽을 죄를 지었답디까. 아니, 그런 죄를 지었다면, 그런 죄를 짓고 지금 영영 형벌을 받고 있는 중이라면 이미 저의 죄를 태초에 이미 도말하여 주신 나의 형님이자 친구이자 구세주이신 예수님의 보혈은 대체 무슨 영양가랍디까!

이미 오래 전에, 미래의 죄까지 몽땅 짊어지고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신 주님을 모독해도 분수가 있지, 아니 핏값을 청산한 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죄부스러기를 질질 끌고 다니면서 저를 괴롭힌답디까.

이미 사해주셨다면서요!

 

그런데 이런 경우가 어딨슴까!

찬양과 기도와 말씀으로 날마다 새벽의 서너시간을 중무장해도 두어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슬픔과 고통과 괴로움을 겪게 하시니 정말 정말 살 맛이 안납니다. 대체 저를 살라는 겁니까. 아주 죽이려는 겁니까!

아니, 이 말은 데오빌로 각하에게 드리는 말씀은 아니라는 거 아시지요? 하나님께 대놓고 삿대질 할 수는 없어서 각하를 불러낸 것도 지레짐작으로 아시고 계시잖습니까!

미워, 미워, 미워!

오늘 같아서는 정말 내, 다시는 하나님을 나의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을테다, 하고 결심하고 싶지만, 그 결심 또한 약하기 그지 없어서

이렇게 눈치보면서 살살 각하에게나 읍소를 하는 이 신세를 정말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거 맞다' 그렇게 김성수 목사님을 통해서 말하고 계신데 이런 영광, 저는 싫어요. 저도 마이크 앞에서 방실방실 웃으며, 혹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면서 애교섞은 콧소리로 '하나님께 영광 돌립니다'이렇게 말할 기회도 좀 줘 보세요. 제가 그런 말 하나, 안하나, 궁금하지도 않으세요?

 

(한숨 이빠이 쉰 후...)

분질러 버리고 싶은 이 손목과, 중언부언하면서 가지 말아야 할 길로만 갔던 내 발, 향방없이 악의 정수리를 향하여 달음질치던 마음, 그거이 다 내 일부분인 것은 인정합니다, 각하. 하지만.

하지만, 저의 체질을 그렇게 만드신 하나님은 정말 터럭만큼도 잘못이 없다는 말씀이시죠? 지금?

그러니 국으로 가만히 있어서 이참에 아주 훅, 가버려라,

이렇게 하나님이 싸인을 보내시는 거라는 거죠, 지금?

 

내, 못살아요, 그래서.

울며불며 매달려도 귓등으로도 나의 눈물투성이 기도를 안들으시는 하나님을 호적에서 파버려야 하나, 어쩌나....

너무 열불나서 이렇게 한바탕 쏟긴 했는데 슬며시...뒤끝 장난 아니신 하나님이 슬며서 두려워지기는 하오나

각하, 이렇게라도 한 소리 지르지 않으면 오늘 자정이 지나기 전에 자진할 것 같아서

한 말씀 드렸나이다.

고구마 다 드셨나요? 동치미 국물 시원하시죠?

남 속터지는 모습 보는 재미도 쏠쏠하셨죠?

하나님도 참 재밌다 하셨겠죠?

그만 나갈께요, 배 고파요. 우유에 파운드케잌 남은 거 죄다 먹고 2킬로 살 쪄버릴 거예요!

하나님이 너 대체 누구냐, 하시면

당신은 모르실거야, 할 거예요.

 

하여튼, 안녕히 주무세요, 데오빌로 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