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러므로 생각하라

집으로 가자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4. 1. 14.

Dear J.

 

고갱의 마지막 그림의 제목은 꽤 길더군. 사춘기 때 몇 번 써먹었을 법한, 어찌보면 유치하기도 한 질문이 그 제목이라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누구인가? 어디로 가는가?

타이티의 붉은 흙을 밟고 살아온 긴 세월 동안 그가 깨달은 것은 고작 해답없는 그 물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묻지 않는 질문을 예술가들은 매일 한다네.

예술가로서의 나는 매일 그 질문을 하고

종교가로서의 나는 매일 그 질문에 답을 한다네

하지만 J

그대는 아직 모를 것이네 질문을 하기에 너무 바쁘니까

그리하여 그대 역시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른 채 살다가 어디로인가 가겠지.

마치 타박네처럼.

 

햇볕이 따스하던 토요일 어느날 정오가 가까워 올 무렵, 나는 말문을 그렇게 열었다네.

여러분은 잘 모르시겠지만 김성수 목사라고 있어요. 아니, 있었어요.

작년 3월 이미 돌아가셨으니. 그분은 서울대도 나오고 모모 대학가요제에서 대상도 받고 꽤 똑똑하기도 한 분이었는데 쉰도 안된 나이에 벌써 가버렸다고요. 근데요, 그분이 만든 가스펠 중에서 <집으로 가자>라는 복음성가가 있어요.

작년 오월인가 그 목사님을 알게 된 후, 거의 매일 그 목사님의 유언같은 설교를 많게는 너댓편씩 듣고 보고 하는데요, 얼마 전, 그 노래를 다시 듣고 그만 울어버렸다는 거 아닙니까. 제가 가사의 첫부분을 읽어드릴께요.

집으로 가자

집으로 가자

이런 눈물 흘리지 않는 곳

집으로 가자

집으로 가자

내 아버지 기다리시는 그곳에....

다들 앉아있고 나만 홀로 서서 그 말을 하는데 모인 사람들이 한 번 불러보라겠지?

...못 불렀네.

울까봐

눈물이 쏟아질까봐

그런거 있잖나.

이생이 비루하면 저생이 간절해지는거 같은 거.

 

J.

오늘 나의 하루는

진정한 하비루의 표면적 생애 중의 하루는

평온했다네 그러나

진정한 하비루의 이면적 생애 중의 하루의 결론은

집으로 가고 싶다.

이런 눈물 흘리지 않는 곳으로.

그래서 내 영혼에게 이렇게 말하네.

집으로 가자

집으로 가자

내 아버지 기다리시는 그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