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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의 하루

루이스에서 시작하여 헨리나우엔으로 끝나다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4. 6. 30.

오늘 새벽교회에서 있었던 일.

동네의 조그마한 교회-작다고는 하나 4층정도되는 신축건물 예배당을 멋지게 지었다. 새벽예배에는 열 명 남짓 출석한다. 엊그제 남편과 함께 수요저녁예배에도 함 가봤는데 열댓명 정도 앉아있었다-의 새벽예배에 맛들인지 쫌 되었다. 요즘은 그맛에 사는지도 모른다.

조신하게 예배드리고, 감사기도 드리고 그리고 천변을 걸으면 하늘을 날아갈 것 같다.

근데 오늘 새벽에 목사님께서...

예화를 많이 인용하시는 편이기는 하지만 오늘따라 C.S. 루이스를 적극적으로 꺼내셨다. 감격하여 듣고 있는데 중반 이후부터 살짝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가만 보니 목사님께서 그만 루이스의 일생과 헨리나우엔의 일생을 혼동하셨던 것.

그리하여 루이스의 말년은 뜻하지아니하게(^^)캐나다의 장애인 공동체에서 말년을 보낸 것으로 되어버렸다.

아이고 이런...

혼자 얼굴이 빨개져서 앉아있는데 다행히도 목사님은 자신의 혼동을 눈치채지 못하신 채 그냥 설교를 끝내셨다.

순간적으로 목사님의 지식적인 오류를 바로잡아주어야 도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스쳐갔다. 하지만 어떻게 알려주지?

그런데 꼭 알려주어야 하나? 모르면 클라나? 목사님이 예화 좀 잘못 알려주면 세상이 무너지나? 그거 좀 헷갈렸다고 구원을 못 받나?

 

쪼금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

아무려면 어떠랴. 루이스나 나우엔이나 다 좋은 분들인데! 글은 또 얼마나 잘 써!!

 

가슴을 펴고 심호흡 한 번 하고 기도를 하려는데 아이고...

기도가 쏙 들어가버렸다.

자꾸 루이스와 나우엔이 겹쳐지는 것이다.

그런 아무것도 아닌 것에 마음을 뺏기는 것이 좀 안타까웠다. 하는수 없이 음악을 들으며 산책하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박영선 목사님의 에베소서 15강을 들었다.

하필(하나님의 약삭빠름이겠지?) 그 설교에서 교회에서 잘 견디라는 호통을 고스란히 들었다.

박영선 목사님은 늘 그렇다. 나를 못잡아먹어서 난리다. 쳇.

듣다듣다 못견뎌서 MP3에 대고 한마디했다.

알았어요, 다 괜찮다구요. 루이스의 말년이 나우엔으로 끝나도 괜찮다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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