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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착한척 하기

목사 사모는 선덕여왕!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1. 6. 24.

(교회 홈피에 올리려고, 입이 험한 몇 부분은 삭제하거나 온유스럽게 고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했다^^;;)

 

목사 사모는 선덕여왕!

 

 

그녀들이 입을 열었다. 그녀들의 수다 한 대목.

(*그녀들: 남편을 목회자-그냥 쉽게 말한다면 목사-로 둔 크리스천들)

 

전제: 나는 그녀들을 속칭 '사모'라고 부르는 것에 대하여 그다지 호의적이지 못하다. 선생 마누라도 사모요, 교수 마누라도 사모요, 의사 마누라도 사모 아닌가? 교단에서 특별히 그녀들에 대한 명칭을 만들지 않은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녀들의, 교회 내에서의 위치가 불분명하다는 것은, 아직까지 제대로 된 평가가 없다는 반증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에서 '사모'의 존재는 막강하다. 그것은 목회자들의 잘못이다. 자신의 직업을 신성시하는 (못된)버릇 때문에 신성한 직을 수행하시는 남편 옆에 계신 사모의 위치도 덩달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달아 올라간 것은 아닌지...

 

하나님께 받은 최고의 선물이 바로 남편이라는 자긍심을 굳게 지니고 있는 1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대단하고도 왕성한 수다 실력에 혀를 내둘렀다. 쉴 새 없이 누군가와 이야기했고, 웃었고, 제의했고, 때때로 명령 어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물론 나는 그녀와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으므로 그녀의 수다 상대에서 제외된 채 지낼 수 있었다는 것이 다행이긴 했다. 그녀는 단호하게 목회자는 존경을 받아야한다고 역설했다. 물론 그 속에 사모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어제 밤 방영된 김수환 추기경은 자신이 존경받아야한다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지만, 그의 마지막을 지켜본 수많은 사람들은 내면에서 절로 우러나는 존경심을 그에게 바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도 모르나? 존경은 스스로가 받아야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존경할 수 있도록 만들면 되는 것이다. 일부러 존경받기 위하여 무슨 일인가 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인간도 없겠지만, 존경받고 싶으면 노력이라도 하라는 말씀. 누군가에게 존경하라, 고 명령한다고 해서 존경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말씀을 1에게 드리고 싶었지만 성령의 열매인 <인내>를 생각하면서 참았다.

왜 목회자 및 사모(목사 마누라)를 존경해야 하느냐 하면, 1의 말에 의하면, 그 존경의 발로는 목회자의 영권이라는 것이다. 영적인 권능, 의 준말인 것 같은데, 만인 제사장설에 의한다면 목회자만 혼자 영권을 갖는 것은 아닐 터. 그것은 미미하나마 그들의 오만을 드러내는 것처럼 나에게는 보여졌다.

존경해야하는 이유로써 또 하나, 기도하는 사람, 이라는 것을 내세웠는데, 기도하지 않는 크리스천은 크리스천이 아니므로 그것은 너무나 보편타당한 일반적 크리스천에 해당되는 말이므로 특별성, 개별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말 많은 1은 또한 사모(자신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사모'라는 명칭을 즐거이 사용하셨다)는 축복의 자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하다는 뉘앙스가 강하게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여기에서 입 아프게 '축복'의 진정한 의미란 무엇이다, 고 일일이 말할 여력은 없거니와 그녀의 자신 넘치는 어감에서 나는, 사모의 자리는 하나님이 특별하게 아끼시고, 그러므로 복도 따따블로 내려주시며, 평범한 교인들의 자리보다는 훨씬 윗자리에 존재하느니라, 하는 정도로 알아들었다.

 

1은 자신에 대한 교인들의 사사로운 험담에 대해서도 아주 획기적인 답을 말해주었다. 사랑받고 싶어서 하는 일탈된 행동이라는 것이다. 많은 교인들이 목회자나 사모의 사랑을 받고 싶어서 목회자와 사모 옆을 맴돌고 있는 모습으로 비춰진다는 그녀의 단순명료한 사고방식이 정말 놀라웠다.

 

1의 발언 중 가장 압권은 선덕여왕, 운운이었다.

요즘 혹시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다섯 명의 그녀들 중, 아이리스 3, 지붕 뚫고 하이킥 1, 그리고 선덕여왕 1이었다. 나 역시 외출하지 않은 수요일, 목요일은 아이리스를 꽤나 흥미 있게 시청했는데-아이리스 마니아인 남편은 내가 옆에서 같이 아이리스를 보면 내가 보지 못했던 스토리를 줄줄 읊어주면서 엄청난 즐거움을 누리셨다- 요즘 하도 외출이 빈번해서 반도 못 보았지만, 나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드라마였다고 나 역시 생각한다. 사담이지만 나에게 TV의 효능성은 일기예보로 충분하다. 그러한, 비교적 TV와 친하지 않은 나로서는 지붕 뚫고 하이킥,이라는 프로가 있는지도 모르고, 선덕여왕, 이라는 프로는 인터넷 검색 순위에서 늘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그 드라마에 고현정이 출연하는구나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시청한 적이 없어서 대화를 나누기 매우 난처하고 애매했다.

 

나의 질문: 드라마는 종교적이지 않은 면이 꽤 많겠지요? (우문이지만 아이리스, 같은 경우에도 그 속에서 시청자들이 하나님을 찾을 수 있는가, 에 대해서 비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의 대답: 아니오, 그렇지 않습니다! 나는 거기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1은 선덕여왕 파였는데 그녀는 드라마를 놓치면 다시보기로 꼭 보았다고, 그만큼 열심히 시청하셨다고 했다.)

나의 질문: 호오~ 어떤 대목에서인가요?

1의 대답: 드라마에서 선덕여왕이 이렇게 말합니다. 백성에게 어미와 같은 마음을 품어라. 나는 그 말을 깊이 마음에 담았습니다. 그렇구나. 바로 그거다. 나도 교회에서 어미와 같은 마음을 품어야겠다!

나: (앗! 속에서 저절로 비명이 튀어나왔다)그러니까... 백성의 위치는 아니겠고, 선덕여왕의 위치에서 하시는 말씀이신 거 맞죠?

1의 대답: 그럼요, 물론이죠!(아, 이렇게도 명확하고 단호한 목소리를 이제껏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1의 내면에서는 교인은 백성, 목사 내지는 사모는 선덕여왕의 위치에 정확히 올려놓고 있었다. 목사와 사모는 교인을 다스리는 위치에 있다는 전제, 그 놀라운 제왕의 자리. 충효사상에 충실한 - 그것의 바탕은 지극히 유교적인 관념들이다, 참고로 기독교는 평등주의라는 것을 1은 아예 망각하고 있는 듯하다. 이것이 바로 유교적 마인드로 하나님을 섬기는, 그러므로 엉망으로 짬뽕된 한국의 크리스천들의 현주소이기도 하다-위에서 내려다보면서 긍휼히 여기고, 어미와 같은 마음으로 따뜻하게 대하면 교인이 감읍하는 모습이 저절로 그려졌다.]

나:(이를 악물고 말하느라, 목소리는 상당히 뾰족해졌을 것이다, 살얼음도 끼어 있었겠지)그렇다면 사모님은 선덕여왕...? 상~당히 높~이 계시네요~~?

(그 때, 약간, 당혹해 하는, 1을 제외한 4명의 그녀들! 아직 젊으니까 야릇한 뉘앙스 풍기는 내 말의 의미를 알아들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1은 감지하지 못한 듯하다.)

 

그 후, 몇 장의 사진을 찍는데, 자칭 선덕여왕에게 참석자들은 모두 선덕여왕님, 이라고 불러주었다.

선덕여왕님은 가운데 앉으셔야죠, 선덕여왕님은 커피 잔을 살짝 들고 계세요, 선덕여왕님은 활짝 웃어주세요, 뭐 그렇게...

(여기에서 또 사족을 달자면, 참석자들이 말끝마다 선덕여왕님, 이라고 불러주는 것에 대하여 1은 그다지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는 사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이제야 제대로 알게 되었느냐, 하는 즐거우신 표정이셨다...) 

 

그러니까...

교회 사모는 선덕여왕이십니다. 아시겠습니까? 명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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