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과의 인터뷰
2007년 여름 한 때, 나는 100여명의 기독교인들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사람 만나기 싫어해서 미미한 대인기피증이 있는 나에게 그런 미션이 주어진 것에 대하여 당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내가 왜 그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해!
하지만 만나야 했다.
교회에서 미담집을 만드는 집필자로서, 그냥 마구 소설처럼 꾸며낼 수 없으니까.
인터뷰이들은 주로 오래동안 신앙생활을 해온, 비교적 업적이 뛰어난, 타의 모범이 되는 사람들이었고
그들은 대개 교회의 중추적 역할을 했거나 하는 사람들이었다.
목사들과의 인터뷰도 꽤 많이 가졌다.
마치 기자처럼 소니 레코더를 테이블 앞에 틀어놓고, 속기사 쓰듯 재빠르게 키워드를 수첩에 적으면서
될 수 있으면 그들의 심도 깊이 내려갈만한 질문을 했고, 그 와중에도 개인적으로 궁금한 질문을 덧붙였다.
이건 개인적인 질문인데요, 하면서 오프더 레코드를 전제로 한 인터뷰 내용은 나의 머리속에만 저장되어 있다^^
당시 소설에 미쳐있던 나는 빨리 그 작업이 끝나기만 기다렸고, 두달 동안 집중적으로 작업해서 1200쪽이 넘는
기록물을 썼다. 퇴고과정에서 1/3가량 짤려나가긴 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소중한 체험이었다.
장로님과 혹은 목사님과 독대하여 그토록 깊은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었던 것은, 그런 기회를 주신 것은
하나님의 뜻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한민국에서 교회에 다니는 많은 사람들의 심중을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단 한 문장 때문에 교회가 발칵 뒤집어져서 하마터면 책이 사장될 뻔한... 어이상실된 기가막힌 경험은
두고두고 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들의 행각은 현대 그리스도인들이 대체 어느 길로 가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므로 절대 잊어서는 안되겠지.
상식이 통하지 않은 교회는 죽은 교회나 다름없듯, 상식이 통하지 않는 교인은 그야말로 민폐였다.
100명의 인터뷰이를 만난 결론을 슬프게 내리자면.
그들의 은혜받음은 대개 과거완료였고, 그러므로 현재까지 -매일매일-은혜를 체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으며
그들의 소진된 은혜는 늘 옛날에는, 하는 식으로 수십년 전의 은혜 울궈먹기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던 것.
또한 대개의 인터뷰이들은 그들의 축복은 범사에 잘되는 것에 국한되어 있었다는 것. 실패의 과정에서 하나님을 만나
현실적 여건이 회복되는 은혜의 역사를 열심히 증거해 주었는데 나는 그것이 그다지 와 닿지는 않았다.
초기 그리스도인의 모습이기보다는, 자신도 모르게 바리새인처럼 변해버린 것을 그들은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았다.
저 인터뷰이와 이 인터뷰이를 개별적으로 만나면 꽤 인품있고 괜찮은 사람들인데 그 둘이 원수 비슷한 상태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실망감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겸손한 듯 말하지만 자신의 학력을 내세우고 싶어하고, 교회에서의 공을 드러내고 싶어하고, 자선의 양에 대하여 자랑하는 것을 보면서 <예수님만 자랑하고, 나의 약함을 자랑하라>는 성경말씀을 어떻게 대치시켜야 할지 암울했다.
하지만...대개의 그리스도인들은 그렇게 산다.
그래서 본인도 모르게 극보수꼴통의 길로 접어드는데, 한결같이 자신의 방향이 올바르다고 믿는 것이다.
저 고집쟁이들의 편협한 신앙관은 하나님도 못말리실 거 같다. 물론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런데 한쪽이 너무 심하게 기울어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개혁이 가장 늦게 이루어지는 곳이 교회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신교인들의 숫자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어느 목사 인터뷰이께서는 쭉정이는 가고 알곡만 남아있는 상태로 나쁜 상황은 아니라고 했지만, 과연 그런가?
100명을 만났다는 것은 나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개인적으로 보자면 개개인의 모습은 존경스러웠지만 '合力'하여 선을 이루는 데는 좀 요원한 감이 없지 않아보였다. 교회의 머리되시는 예수님은 제멋대로인 몸통땜시 머리 쫌 아프시겠다는 생각^^:;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에서 열번째 안에 드는 감리교회이니만큼 나의 표본조사는 한국 교인들, 혹은 한국 목사의 샘플용으로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터는?
그들의 간증을 베이스로 깔고 애정어린... 탐구에 들어가야겠지?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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