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말씀을 듣는 중에 '무시로'라는 말이 나왔다.
매일 혼자 일정한 시간에 예배하고 말씀보고 기도하고 찬송하는 것도 좋지만(이건 내가 좋아하는 시간인데?) 더 좋은 것은 매순간 하나님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처음에 들을 땐 살짝 삐칠 뻔했다.
나를 그 시간에 엮어매는 것은 분명 나의 위안도 있지만 하나님이 너무 좋기 때문인데!
그러면서 무시로에 대하여 오래 동안 생각했다.
나는 늘 하나님과 함께 하고 있는가?
거의.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된 것을 하나님께 감사드리나이다)
빳빳하고 교만했던 자아가 많이 빠져나가 이제는 거의 모든 일이 일어나면
일단 하나님의 의향이 어떠하실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요즘의 내가 가장 하나님께 가까이 가고 있는 것 같고, 요즘의 내가 가장 정리정돈된 평안한 시간을 누리고 있다. 그리고 요즘의 내가 가장 남편을 사랑한다. 연애포함 결혼 37년동안 지금처럼 남편이 이뻐보인적이 없었다.
와, 감사해요 하나님. 나에게 이런 마음을 갖게 해주셔서요.
가장 좋은 것은 내가 결심하고 내가 의도하고 내가 계획세우고 하는 짓거리는 많이 내려놓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나는 작년부터 호구지책에 대하여 연구하였던 바, 요즘 돈을 쓸어모은다는 엡소설 쪽을 한번 해보까, 하는 생각으로 책도 몇 권 독파하고 짱짱한 웹카페도 간신히(회원가입하기가 보통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기어들어가 알랑방구를 뀌면서 그들의 속성과 팁을 얻느라 몇 달 노트가 까매지도록 메모하고 팁을 적어놓으며 이 궁리 저궁리 하는 지금 생각해보면 '쓸데없어 보이는'노력을 했다. 그리고 아닌게 아니라 몇 회분의 엡소설을 쓰기도 했다. (발표는 하지 못했지만)
이전의 고리타분한 시나리오 하나도 다시 꺼내어 손 좀 보기도 하고
단막 드라마도 한 달여의 시간동안 골때리면서 게우게우 완성해놓기도 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다른 방향으로 손가락을 가리키고 계셨다.
생각지도 않은 후배 장로님을 꼬드겨 나에게 사업동업을 권하게 하시고
생각지도 않은 후배 소설가를 꼬드겨 고액 알바를 시키게 하셔서 일단 돈 걱정을 없애시더니만
생각지도 않은 소설 청탁이 두 개나 들어와 '연을 끊으리라!'고 내 자신에게 다짐했던
소설가의 길을 가고 있다. 내가 안가겠다고 하면 꼭 그 길을 가게 하시는 하나님의 심보라니!
하지만 어쩔 것인가.
내 삶이지만 내맘대로가 아니고 하나님 맘대로라는데!!!!
80매짜리 단편은 며칠 독하게 집중한 결과, 그제 아침에 얼렁설렁 게우게우 60여 매까지 써놓고 지금은 묵히는 중이다. 마감은 7월 10일인데 시간은 간당간당하지만 어쩔 수 없다.
사람도 그렇고 된장도 그렇지만 소설도 쓰다가 묵혀서 며칠 지난 후 보면 안목이 좀 넓어지는 것^^;; 매일 들여다본다고 뭐가 떠오르는 것은 아니다.
나의 소설작법은 첫 문장 떠오르고 끝문장 두수뭉수리하게 떠오르면 그 중간의 79. 9매는 하나님이 주시는 필을 받아 완전 '자동기술법'으로 하기 때문에 쓰면서도 소설의 방향이 어떻게 전개될지 나도 모르고 다만 하나님만 아시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어떡하겠엉~~ 잘쓰려고 노력할 것도 없고, 안 써진다고 애태울 것도 없고, 마감 전 날까지 못썼다고 해서 죽네사네 매달릴 것도 없다.
가끔 하나님은 끝까지 고생시켜놓고 '메롱'하시는 삶의 유머를 즐기기도 하시기 때문이다.
하여튼 하나님이 어련히 알아서 내 소설을 마무리 시켜주지 않을까, 아님 말고. 이런 하나님의 자녀스러운 믿음으로 오늘도 하루를 시작하는데
오, 황홀한 7월이여.
내 손에 들고 있는 월든(아, 일주일 후 내가 발표해야 하는데 1/5도 체 못읽은 거 같다. 대략 7매 정도의 리포트는 대체 언제 쓴담)의 아름다운 자연이 비록 내가 좋아하는 장소는 아니지만, 아스팔트 킨트로서의 색다른 감상은 솔직하게 털어놓을 생각이다.
소설과 월든 리포트 작성을 이번 일주일 동안 모두 완성해야 하는 미션을
혹시 하나님은 잊고 계신 것은 아니겠죵?
그리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외출 준비를 시작합니다^^
유다서 말씀 몇 개와 멘델스존 합창곡 소프라노파트 연습 파일을 잘 저장해 놓은 휴대폰을 들고 우리 아들과 동갑인 사촌 동생(ㅋ 작은 외삼촌의 둘도 없는 아드님)의 결혼식을 축하해주러 자그마치 서울대학교 교수회관까지 달려가야 하는 이몸에게
입에서는 덕담만 나오게 하시고, 차비하라고 신사임당 한 장 준 적없이, 100억 재산있다고 자랑만 늘어놓는 이모님(윽. 그래도 존대를 해야지) 만나도 활짝 웃으며 사심없이 사랑의 교제를 잘 나눌 수 있도록 하시고, 돌아오는 길 친척의 부귀영화에 배아파 하지 않을 수 있는, 진정한 하나님의 자녀스러운 모습이 되기를요!!! 나야말로 진정한 하나님의 명품인 것을 잊지 말게 해주시고요!!!! 아무쪼록 기쁘고 신나고 즐겁고 아름다운 하루가 되게 하여 주시기를. 우리 남편 혼자서 교회 와야 하는데 버스에 오를 때 너무 힘들지 않게 저상버스 좀 보내주시고, 더운데 전철 너무 기다리게 하지 마시고요.....
아무튼 7월 첫날이 황홀합니다.
아참 어제 저녁 먹고 산책하듯 동네 아마트에 쓰레빠 끌고 가서 허시파피에서 반짝 세일하는 이쁜 샌들 하나 건지게 하여주신 것도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3년 신는 동안 중간에 두번 접착제로 남편이 땜빵 해주었으나 엊그제 또 간당거리는 바람에 내 속을 상하게 하던, 그 애지중지하던 19800원짜리 샌들은 남편이 시원하게 쓰레기통에 던져버렸습니당~~ 미얀마 땅까지 다녀온 샌들에게 애잔.... 미안.....
그래서 오늘 새 샌들 신고 나들이 가듯 결혼식 잘 다녀오고 교회에 가서 성가연습도 잘하고 남편 손 꼭 붙잡고 집에 올 때까지 하나님께서 지켜주실꺼죵! 미리미리 감사드립니다. 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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