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되도록 대하는 사람에게 친절하려고 노력하지만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은 하지 않는다. 기왕의 인연도 간수하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게 나의 생각(ㅋ)이고 기왕의 인연이라도 좋게 이어가는 것을 아주 중요한 미션처럼 힘겨워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은 옳고 그름이거나 좋고 나쁨의 차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내가 꽃이나 자연, 과일이나 야채, 몸에 좋은 웰빙식이나 어린아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이 선과 악으로 구분되지 않은 것과 같은 방식이 아닐까.
하나님은 각 사람을 다양하게 만드셨다는 그 놀라운 신비와 진리를 사람들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고 남들도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아주 친한 언니(그 언니는 나를 사랑하는 친구라고 하기도 한다)는 사교성이 장난 아니어서 빵집, 옷집, 슈퍼 주인은 물론 거의 온 동네 사람들과 교류하고 꽃집 주인과는 문자까지 주고 받는다.
언제인가 얘기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2000년 즈음에 그 언니와 나는 몇 달 동안 종로에 있는 정독도서관을 같이 출입한 적이 있었다.
그때 언니는 12년인가 14년인가 하는 길고 지루한 빠리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그 유명한 빠리 8대학인가에서 천신만고끝에 교육심리학 박사를 취득하고) 전임강사 교재를 만들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중이었고, 나는 난생 처음 장편소설을 쓰느라 매일 도서관에 출근했던 것이다. 그 시간은 정말 좋았다.
언니와 나는 같이 커피를 마시고 잘 정돈된 정독도서관 주변을 걸었고, 같이 쫄면이나 백반으로 점심을 먹었고 다시 오후 시간에는 도서관에서 집중 몰두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언니의 넓디넓은 사교적 방식이 나는 좀 불편했다.
도서관 직원. 도서관의 식당 아주머니, 작은 카페 여주인, 모자 가게 주인, 작은 옷집 주인, 근처 화랑 주인, 매일 오는 과일 행상 아저씨, 매일 마주치는 대학원생, 등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사람과 다정하게 인사하고 근황을 묻고 즐겁게 대화했다. 언니가 아는 모든 사람은 언니가 그동안 어디에서 무슨 공부를 했는지 아는 것을 넘어서 그 옆에 멀뚱하니 서 있는 나의 이력까지 모두 알게 되었다. 이 친구는 지금 장편소설을 쓰고 있어요. 이 친구는 아주 글을 잘 써요. 오랜 친구에요. 등등 나에 대한 모든 정보는 언니가 입을 턴 덕분(!)이었다.
오, 나로 말한다면 거의 이십년 동안 살던 아파트 마주 보는 집을 단 한번도 들어가보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매일 가던 단지내 슈퍼의 카운터(장장 십년 이상 얼굴을 보았겠지)를 지키는 캐셔에게도 '감사합니다' 이외의 말은 해본적이 없다. 나는 어떤 사람이 무작정 나의 문을 노크하고 들이닥쳐서 자신의 일, 주변의 일, 동네의 일, 자식에 대한 고민을 늘어놓는 것을 심각한 피해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동네의 따뜻한 인심, 사랑, 배려, 도와주는 것을 참으로 좋은 한국적 관습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구태여 알릴 필요는 없으니 나는 그냥 조용히 가만히 있는 것이다. 이것이 나쁘고 좋은 일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지만 구태여 나의 의견을 주장할 생각 또한 없었다. 사람들은 다 자기 중심적이고 자기 생각대로 사는 것을 나는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ㅋ
작년 12월부터 동네 개척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남편 때문이었다. 남편은 아직 교인이 한 명도 없는 텅 빈 예배당에서 목사님 가족만 모여 예배드리는 상황을 안타까워한 나머지 매주 수요일 저녁예배를 나를 동반하여 참석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주일 예배에도 참석했다.
물론 목사님 부부는 참 좋은 분들이어서 많은 대화를 나누는데 별 거부감이 없었다. 나는 제법 대화에 참여하여 쫑알거리고 웃고, 떠들기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과자부스러기도 집어먹으며 친교를 계속 했다.
나는 매주 수요일 저녁 예배를 어느때는 아들도 함께 하여 세 식구가 같이 가게 된 것이 참 감사했다. 그러지 않으면 TV앞에 앉아있을 남편이 찬양하고 기도하고 말씀 듣는 모습을 보는 것도 감사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필요 이상으로 친하게 되는 것이 나는 좀 부담스러웠다.
나는 성격 상 신앙이나 신학, 종교나 말씀, 등에 대하여 대화하는 것은 참 좋아하지만, 일상, 밤을 따러 갔느니, 어디에 코스모스가 피었으니 가자느니, 이사를 했으니 심방가는데 같이 가자느니 -목사님도 권유하시지만 우리 가족 이후 교회에 나오시게 된 1호 부부도 무척 권유하신다- 차가 어떻게 되었다느니 등등의 사적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99% 대화를 나누고 집으로 오면 머리속이 아리송해진다. 교회에서 만났을 뿐이지 동네 친목모임과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얼마 전부터 목사님 설교에서 출처 불명의 우스운 일화나 성경에 없는 갖가지 에피소드를 몇 가지씩 준비해 오신다. 벌써 몇 주째 예수님의 '예'자도 들어보지 못했다. 구원의 신비와 감격도 없다.
결국 수요 예배 시간에서 찬양하는 시간이 젤 좋아져버렸다.
하나님은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찬양이라고 생각하시는가보다...
할 말은 많지만 이만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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