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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의 하루

사데 교회 정리 중^^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2. 1. 14.

오늘은 실컷 놀았는데도 50장 썼다. 그래서 오늘은 이만 쓰려고^^

사데 교회까지 썼는데 사데 교회의 기억이 너무 웃겨서 사진 몇 장 같이 올리려고 이 곳에 들렀다.

 

순례기 중에서 사데 교회 부분만 조금 옮기겠다. 물론 나중에 엄청 퇴고를 해야하겠지만.

 

....살짝살짝 비가 내리는 가운데 이즈밀에 도착해서 폴리캅 기념교회를 찾았다. 교회 내부까지 들어갈 수는 없게 되어 있어서 문 앞에서 단체 사진만 찍었다. 다른 도시처럼 촘촘히 이슬람 사원의 첨탑이 솟아 있는 이즈밀. 그러나 도시 한복판 빌딩 사이에 유일하게 십자가를 달고 지금도 당당하게 서있는 폴리캅 기념교회는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감동스러웠다.

그리고 샤르디스로 가서, 사데 교회 터가 있는 그리스 시대의 아르테미스 신전 터를 찾았다. 비는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고 있어서 바닥이 촉촉하다. 내 개인적으로는 해가 짱짱한 날씨보다는 이렇게 비가 오는 듯 마는 듯한 흐린 날씨를 더 좋아한다. 약간의 멜랑콜리를 훈장처럼 달고 나는 걸었다.

사데 교회는 나에게 황홀함을 주었다. 크고 웅장한 검은 돌기둥의 위용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돌기둥의 색깔이었다. 거므죽죽한 돌의 색은 아무리해도 설명할 길이 없으므로 사진 한 장 덧붙이고 싶은 마음만 굴뚝같았다. 사데 교회 터까지 걸어가는 길 같지 않은 길에는 푸릇푸릇한 풀이 가득했다. 알맞게 젖은 검은 땅과 더불어 더욱 푸르러 보였던 풀의 생기가 온몸으로 느껴졌다. 정말 단 한 시간의 자유 시간만 있어도 곳곳을 내 발로 밟으면서 촉감과 색감이 어우러지는 감격을 누렸을 텐데...

아르테미스 신전 터의 이오니아 식 돌기둥 앞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는데, 어느 틈에 나타났는지 대여섯 명의 터키 사람들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런데! 그 중 젊은 터키 남자가 순례자들을 제치고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거는 것이었다.

가이드의 유려한 설명은 귓등으로 들으면서 멍하니 풍경의 아름다움에 빠져 있던 나는 순간 당황했다. 터키 말이므로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고.

젊은 남자는 상냥하게 계속 무슨 말인가 했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나는 답답하기만 했다. 설명을 듣던 순례자들이 그러한 나를 보더니 웃으면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저 남자도 우리 권사님 이쁜 것은 알아서 꼭 집었네?”

하긴. 순례자 들 중에서는 가장 어리다(?)고 할 수 있으니까.

터키 현지 가이드 하산이 얼른 달려와 통역을 해주었다. 그 젊은 남자는 군대에 입대하는데 가족과 친구들이 그를 위하여 같이 동행하는 길이라고 했다. 그렇게 가는 길에 유적지에 잠깐 들린 것이라고. 우리에게는 사데 교회 터라는 의미가 더 깊지만 그들에게는 아르테미스 신전 터라는 인식이 더 강할 것이다.

터키 남자 가족과 우리 순례자들은 모두 웃으며 악수도 하고 같이 사진을 찍었다. 터키는 한국과 정서가 비슷한 것이 틀림없다. 아들이 입대한다고 온 가족이 함께 부대까지 동행하는 것을 보니 가족과의 끈끈한 정도 우리 못지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사데 교회 터에서 나는 대표 기도를 했다.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원래 교회 터를 찾으면 장로님들이 돌아가면서 기도를 하곤 했는데 갑자기 나를 지목하니 좀 놀라기는 했다. 한참 가만히 있다가, 채 정리되지 못한 기도를 더듬거리면서 올려드렸다. 나는 일단 멋지게 기도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기도했다. 그것이 나의 최선이었다. 순례자 들으라고 하는 기도가 아니라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기도는 드려야 한다는 원칙! 하지만 제대로 기도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 그 때 내 마음은 성경에 나오는 사데 교회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아늑하고 아름다운 경치와 나를 계속 홀리고 있는 아르테미스 신전의 검은 돌기둥에 완전히 마음을 뺏기고 있었기 때문에 그 허접한 마음으로 갑자기 하나님을 부르기는 쉽지 않았던 것이다. 가식적인 기도는 하기 싫었고, 내 마음은 기도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데 왜 하필 나에게 기도를 시킨 것인지...

어떻게 했는지 모를 기도가 끝나고 내가 약간 볼멘소리로 항의했다. 다음에 기도 시키실 때는 꼭 미리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나는... 죽을 때까지 사데 교회 터에서 버벅거리면서 기도한 기억은 잊지 못할 것 같다. ....

 

 

 

(ㅋㅋ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던 입대하는 터키 청년)

 

 

결국 같이 사진까지 찍으면서 터키 한국 양국간의 우애를 다지고^^ (뒤에 보이는 저 기둥의 색깔에 완전 반하고!!)

 

 

에고고...버벅거리며 기도하는 장면을 또 누가 찍어주셨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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