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중복이라고 난리들을 치는 바람에 남녀 두 쌍이 탕탕집에 모여(진짜 식당 이름이 탕탕집이다^^과연 중복답게 탕집은 대만원이었다),수육, 탕, 쏘주 2병 작살냈다.
친구부부-부부와 함께 밥 먹는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었다. 그동안 이상하게 쫌 멀어져 있었다...-가 약속시간보다 늦게 도착하여, 그 기다리던 삼십분 동안 우리 둘이 쏘주 한 병을 비우셨다. 먹은 테 안 낼려구 수육을 넓게 펼치고 부추도 넓게 펼치고 나름 머리를 썼지만, 그리고 주인 불러서 쏘주병까지 숨겼지만 너무 얄팍해진 수육과(ㅋㅋ)계산서에 반듯하게 표시되어 있는 바람에 들통났다.
그네들 말씀인즉슨, 안주 앞에 놓고 술 안마시면 칸나가 아니라며, 그럴 줄 알았다고, 이해한다고 했다. ㅋㅋ
요즘 갑자기 아픈 친구 남편은 한 잔도 안마셨고, 친구는 예의상 한 잔 받았고, 결국 우리 둘이 두 병을 다 마신 셈이다. 걍 열심히 마셔주었다고나 할까... 참으로 이상한 위로였다^^ 하지만 안주가 좋으니까 술술, 술이 잘도 넘어갔더란 말씀.
다른때 같으면 이차로 호프집이나, 퓨전일식집이나, 종로빈대떡집이었을 테지만 상황이 묘해지는 바람에 홈플러스 앞의 롯데리아! 에서 팥빙수, 아이스크림 먹었다. 살다보니 별일도 다보넹...
그리구설랑 비틀거리는 남편을 뒤에서 밀면서 간신히 천변을 걸어왔다. 칸나 혼자서는 15분 거리인데 삼십 분이 훨 넘게 걸렸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내 자신이 취했는지, 안취했는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는 점.
나는 정말 나를 모르겠다, 이다!
그렇게 하여 11시도 되기 전에 잠이 들었더니만 오늘, 새벽 정각 3시에 반짝, 하고 눈이 떠졌다...
3시, 3시... 일어나지 않으려고 용을 쓰며 버티다가 결국 일어나고야 말았다.
그러구러... 책상 앞에 앉아... 글쎄...
3시간 동안 대체 뭘 했는지...
요즘 변심한 나, 변심한대로 밀고 나가려고 6시 새벽 미사를 가기로 했다. 새벽 미사는 난생 처음이었다.
개신교에는 침묵하는 이판은 없고 사판들만 있다는 엊그제 설교 말씀이 떠올랐다. 아멘이어요.
영적 경박성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개신교에 대한 한탄이었다. 또, 또 아멘이어요.
인간 영성의 깊이는 하나님 앞에서 침묵한 시간의 길이와 정비례한다는 말씀에도 아멘이었구...
역시, 미사는
개신교 새벽예배와 많~이 달랐다. 칸나 필은 역시 새벽 미사 쪽이었다..
클랐다...이러다 진짜 개종할라...
미사 후, 마음이 가쁜해진 나머지, 월드컵 이후 밟아보지 않은 천변을 한 시간 동안 산책.
해 뜨기 전이었는데도 벌써 후텁지근했다.
이 모든 짓거리를 오전 8시 이전에 끝냈다. 하루 일을 다 한 것 같은...!
... 자세히 말하기 쫌 어렵지만 오늘은 좀 이상한 날이었다.
나는 마치, 성장통을 앓고 있는 느낌이다.
내일도 만약 새벽에 눈을 뜨면, 또 새벽미사를 갈 생각이다.
오늘, 욥기 15장에서 건진 말씀 하나.
하나님이 네게 위로를 베푸시는데도,
네게는 그 위로가 별 것 아니란 말이냐?
하나님이 네게 부드럽게 말씀하시는데도,
네게는 그 말씀이 하찮게 들리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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