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다의 하루

슬픈 설교 후기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3. 3. 15.

 

(슬픈 설교를 교회 홈피에 올리기까지, 그리고 올린 후의 심경을 적은 일기. 2012년 1월 10일자)

 

엊그제 썼던 <슬픈 설교>를 오늘 아침 교회 홈피에 올렸다. 몇 번 망설인 끝이었다. 목회자들은 설교권에 대해 아주 강력한 프라이버시를 주장하는 것 같다. 절대 건드리면 안될 치외법권을 공개적으로 선포하기도 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설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오래 동안 귀가 닳도록 들어오면서 신앙생활을 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하나님의 말씀이므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자에게도 동일한 권력(?)이 포함되는가? 나는 그것에 대하여 많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고 요즘 들어 심각하게 고민했다. 결론은 아니다, 였다.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는 말씀이라고 생각되면 의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의문에 대하여 설교자는 성실하게 답변할 수 있어야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아, 정말 한국 교회가 어떻게 하다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모르겠다. 우리 교회만 하더라도 서울의 백년 이상된 역사 깊은, 조용하지만 깊은 영성이 있는 분들로 이루어진 교회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열 몇 살 때부터 무려 사십 여년 이상을 교회에 출석하면서 나의 인생속에 하나님을 동행하게 만드신 그 아름다운 믿음의 자리가 바로 우리 교회다. 순수한 하나님에 대한 열정과 사랑, 그리고 교우들 간에도 돈독한 친교가 이루어지는 교회였다. 나는 우리 교회를 통해 하나님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 나에게 교회는 고향이고 친정이며 영원히 머무를 안식처이다. 오래 전부터 알던 교인들을 존경하고 사랑하며, 수십 년 동안 희로애락을 나누면서, 그리고 수많은 신앙의 멘토를 눈앞에서 보고 그 가르침을 따르려고 노력했다. 정말 믿음의 본보기가 되시는 분이 한 둘이 아니다. 지금의 나를 만들고 나를 키워주신 진정한 믿음의 동역자들이 우리 교회에 많이 계시다는 것이 참 행복하다.

 

 

하지만 지금은.

혼돈의 시대이다. 목사님은 무당처럼 설치면서 복채를 요구하듯 헌금을 강요하고, 하나님이 끔찍하게 사랑하는 성도들을 일개미처럼 부려먹는다. 매달 행사를 만들고, 매달 특별 새벽 기도회를 하고, 강단에서 호령하고 질책하고 야단친다. 웃음을 짓는 목사님을 본 기억이 대체 언제인지도 모를 지경이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제일 큰 문제는 역시 목사님의 믿음의 역량이다. 아니, 역량을 논하기 이전에 목사님의 신앙관이다. 목사님이 철썩같이 믿고 전하는 하나님이 과연 하나님일까 하는 의심마저 들게 만드는, 대단히 기복적인 신앙, 성공중심주의 신앙으로 모든 말씀을 몰고 가고 있다.

전도하라. 좋은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신앙의 전부인양, 성도들의 최대의 사명인양 거리로 내모는 그 행태가 과연 옳은 것인가.

교회에 와서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평안과 기쁨을 누린지 언제인지 모르겠다.

얼마 전 만난 출판사 사장의 말이 귀에 쟁쟁하다. 기독교인인 그 분은 단도직입적으로 이렇게 진단했다. 목사는 너무 싫은데 교인들간의 정 때문에 교회를 떠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 마이 갓.

글을 올리고 나서도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나의 진심을, 글을 읽는 분들이 과연 알아줄 것인가. 나의, 목회자에 대한 사랑, 교회에 대한 사랑,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님 예수님에 대한 사랑을 그들도 읽어줄 것인가.

그래서 글의 서두에 이렇게 토를 달았다.

 

 

(이 글을, 한국교회의 현실이라고 생각하고 읽으시기 부탁드립니다. 정죄나 비판의 시선으로 읽지 마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덧글을 다실 때에는 기도하세요. 내가 과연 목회자를, 교회를, 예수님처럼 사랑하는가, 자신에게 물어보시궁^^::)

 

 

오늘 하루만 해도 나의 <슬픈 설교>를 무려 322명이 클릭했다. (유다 주: 일주일 만에 1000회를 넘어섰다)

그들의 공감이 댓글로도 증명되었다. 나는 안심했다. 그분들도 나의 생각과 같은 생각이었구나...

많은 격려의 문자도 받았다. 감사했다. 그리고 하나님께 감사했다.

 

나는 모르겠다. 내가 아는 것은 우리 교회 성도들이 나보다 훨씬 하나님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보다 훨씬 교회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달란트인, 진솔한 글쓰기로 하나님의 사랑에 보답할 것이다. 나의 글이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게 사용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그리고 반드시 그렇게 되기를 기도한다.

하나님, 오늘, 기쁜 마음 감사한 마음으로 잠들게 하여 주십시오....

 

'유다의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염없는 생각  (0) 2013.03.15
반역은 살아있어도...  (0) 2013.03.15
세 통의 전화  (0) 2013.03.15
작은 움직임들  (0) 2012.11.10
누리게 하시는 하나님  (0) 2012.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