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성경을 읽었을 때,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아멘이 아니라 도대체 왜? 였다.
나에게 성경은 아멘하기에 앞서 너무 이상한 책이었다. 그것은 상식에 준하는 이야기가 아니라서가 아니라 성경을 받아들이는 주윗분들의 대책없는 아멘, 때문인지도 모른다.
저 양반은 정말 저 말씀의 진의를 알고 아멘하는 것일까?
성경에 대해, 삶에 대해, 인생에 대해 가뜩이나 의구심이 많은데 착하고 성실하고 모범적인 교인들이 나에게 의구심을 더 깊숙하게 안겨주었다. 나는 그것을 감히 십자가라고 하련다. (이럴 때 한 번 웃어야지)
논리적으로도 허점투성이인, 여기서 이말하다가 저기서는 딴말하기 일쑤인 성경말씀을 한 문장씩 곱씹다가 한 단락씩 의미를 생각하다가 통틀어 구약, 신약으로 뭉뚱그리는 동안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다.
한 자 한 자 깊게 파고 들기도 하고 대체 뭔 말이냐 하면서 의미를 찾아다니느라 젊은 시절 다 가버렸다.
수많은 성경공부, 주해가 두껍게 붙어 있는 성경 독파. 매일 몇 장씩 숙제처럼 읽으면서 일년에 성경 두 세번 이상 통독하던 시절만 헤어보아도 이십년은 되는 것 같다. 매일 큐티는 어떻고? 감리교교육부에서 발행하는 매일 가정예배서인 하늘양식의 애독자 시절도 십년이 넘어간다. 각종 신앙 서적, 간증 서적은 또 어떻고.
매달 후원비 송금하고 받아보았던 테이프 설교는 또 십년이 부쩍 넘어가고. 일주일에 다섯번씩 교회로 달려가서 스폰지처럼 쏙쏙 빨아들였던 수많은 설교, 강해, 성경공부, 성인학교(1년 과정의 성경공부모임이다)는 또 어떻고. 88올림픽 즈음부터 시작된 새벽교회 즐겨가기 리추얼은 '줄창'과 '뜸뜸이'라는 그래프를 그리면서 아직도 계속 중이다.
(교회에서 일 시켜먹으려고 붙여주었는지는 몰라도)'작은 목사'라는 속장의 직분으로 이십년 꼬박 매주 금요일 오전에 설교 아닌 설교를 하느라 공부는 또 얼마나 했는지. 오죽하면 일주일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 금요 속회 예배 끝나는 시간이라 했을까.
아침 저녁마다 산책가면서 이어폰 꽂고 들은 100주년 교회 거의 모든 설교 섭렵하고 2013년부터 김성수목사님 설교 하루에 서너 개, 많게는 일고여덟 개, 그 후로도 계속 이런 말씀, 저런 말씀...아이고 쓰기도 힘들엉
대강 떠오르는대로 적어도 끝이 없네.
'도대체 왜'가 '그렇다면 왜'로 진전되기까지의 기간은 대략 잡아도 수십 년.
참 이상한 것이
나의 숱한 궁금증은 대개의 교인들은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일테면, 유치하지만 나는 이런 질문을 속장공부시간에 손을 번쩍 들고 한다.(지금 쓰려고 해도 창피하군)
"하나님은 영이신데 출애굽기에서 모세는 어째서 하나님의 발등상만 보았다고 하나요? 정말 하나님 발등상을 본 걸까요? 구럼 하나님은 그때는 사람들 눈에 보이셨나...? 다빈치 천지창조에 나오는 그 수염 하얀 할아버지가 바로 하나님이실까요 아닐까요 만일 그렇다면 이건 심각해지는 문제인데 하나님은 그러면 영이 아니잖지 않은지 어떤지...."
나는 정말 모르겠어서, 눈을 똥그랗게 뜨고, 어떻게 하면 나의 무식을 드러내지 않고 질문을 마칠 수 있을까를 고심하면서 질문을 하는데 질문을 하면서도 질문을 받는 담임목사님이나 질문을 듣는 70명 가까운 속장들이 시큰둥해하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아이고, 또 시간 다 끝나가는데 쓸데없는 질문한다고 뒷소리 엄청 듣겠네, 까지 생각하느라 나의 질문은 계속 오리무중, 갈팡질팡, 내 눈만 더욱 똥그래지고, 서 있는데 진땀이...
이런 상황으로도 굳세게 질문을 했었다. 질문에 대한 답은 글쎄다, 반타작 정도. 그 반타작은 성의 없는 단답형 답변까지 포함해서다.
그 궁금증 가운데 랭킹 3위 정도 되는 곳에 바울이 있었다.
그리고 1세기 그 시대 군중들의 삶과 생각과 꿈이 궁금했는데, 아주 많이 궁금했는데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기쁨'에서
바울의 생각을 거의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참 고맙다. 김학철 교수님께. 진심으로 두 손 붙잡고 감사인사 드리고 싶지만, 독서회에 오셔서 특강하시는 바로 그 시간에 이몸은 미얀마에서 땀 흘리면서 혈압재고, 체온재고, 기록하느라(나는 의료봉사팀에 합류되었다) 그분의 생생한 말씀을 못듣는다.
늘 그렇듯 감사카드 써오라는 명령에, 저 미얀마 가는데요, 했더니, 책은 읽을테니 감상문 포함하여 감사카드 미리 써서 주고 가라는 것이다. (독서회 총무님은 물귀신같다)
사실, 지금 여기 들어온 것은
책에 밑줄 친 것만이라도 기록 차원으로 필사해 올리려던 것이었으나, 쓰다보니 덥기도 하고 이미 진이 빠져 진도나가는 것을 포기했다. 이따 쓰든지, 담에 쓰든지, 아님 말든지 하지뭐.
냉커피 한 잔 타 마셔야겠기로 일어서련다.
오늘도
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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