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성경공부가 개강을 했다. 2월의 마지막 날은 그래서 더욱 뜻깊었다.
빌라도와 헤롯 앞에 선 예수님이 침묵하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문득 목사님께서 물었다.
당신에게 침묵은 어떠하게 다가오는가.
제일 먼저 나에게 물었지만 다른 몇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고 나는 들었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의 침묵과 나의 침묵이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은지는 모르겠다.
이윽고 또 다시 목사님께서 나에게 눈짓을 하셨다. 나는 말했다.
침묵은 상황에 따라 여러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침묵 이콜 변명하지 않는다, 대항하지 않는다, 해명하지 않는다, 핑계대지 않는다입니다.
예수님이 헤롯과 빌라도 앞에서 그러하셨던 것 같아요.
그다음 떠오른 것은 나의 어리석음입니다.
오래 동안 , 충동적으로, 침묵하지 못하여 너무도 많은 실수를 했어요. 누구나 마찬가지이겠지만 '말'로 인한 상처와 고통과 관계단절의 저급(^^)단계를 좀 뛰어넘어서 이제는 많은 순간 침묵하고 싶어요.
어제, 협회에서 회의가 있어서 여러 문인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가졌는데 그분들이 나에게 이러시는 겁니다.
이전의 당신은 참 무서웠다. 너무 날카로웠고, 싸움이라도 할 듯 날선 비수를 품고 있는 듯 보였고, 가차없는 말들을 많이 했다.
지금은... 참 많이 달라졌다. 이토록 사랑스러워지다니!(쓰면서도 쑥스럽지만...^^)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사람은 죽을 때까지 자라는 것 같다. 이전의 나는 덜 성숙해서 그러했던 것 같다. 그때는 문학이 나의 생의 전부를 자리하고 있어서 사람이 보이지 않았고 사람들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눈길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목사님께, 그리고 모인 분들에게 말했다.
사람은 타인들에게 특히 가족에게는 말로 무엇인가 보여주는 것은, 가르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 말은 필요없는지도 몰라요. 그것은 나의 교육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그냥 보여주는 것.
우리는 그밖에도 침묵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참 좋은 시간이었다.
말은... 사랑의 언어, 이해의 언어, 용서의 언어로만 사용할 때 필요할 것 같다..
앞으로는 비수가 꽂힌 말은 하지 않도록
하나님이 도와주시기를.
많은 부분, 침묵으로, 사랑의 눈길로 대신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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