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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의 하루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2. 3. 27.

사람들과의 만남에 대하여 생각한다. 생각은 그다지 진행되지 않지만 그래도.

금요일부터 각종 모임으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는 말도 있으므로 즐기기로 했다. 별로 즐겁지는 않았지만.

등단 50년이 된 소설가의 출판기념회에서 럭셔리하고 유명하신 분들 틈에 끼어 박수치고 강연듣고, 그리고 부페를 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연어샐러드를 실컷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토요일 성경공부는 역시 좋았다. 내가 존경해마지 않는 왕선배 소설가의 심중 토로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마치 예수님처럼 변해버린 목사님의 말씀.

뮌헨 브레드가 다 팔려버려서 그 비슷한 곡물 빵을 두 박스 사가지고 갔는데 너무 거칠었다. 다음에는 빠리크라상에 전화라도 해서 남겨놓으라고 해야할까보다...

연극을 보기 위하여(성경공부 일원이었던 한 친구가 이번 신춘에 당선된 희곡을 공연한다고 해서) 대학로까지 진출했는데.... 날짜에 착오가 있었다. 다음주 토요일이었던 것이다. 결국 횟집에 둘러앉아 환담을 나누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알탕을 실컷 먹었다. 옆자리의 김교수가 건네준 회덮밥까지 알뜰하게 챙겨먹고 게다가 꽁치구이 살을 잘 발라먹었더니면 배가.... 만땅이 되었다. 깊이있는 대화도 머릿속을 만땅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는 다시 문우와의 산문 연구, 밤늦게까지. 실컷 욕해주고, 야단쳐주고.

 

주일. 새벽에 들어오신 아드님과 함께 이른 아침 교회로 달려가 행복한 예배 드리고...

즐거운 휴식의 시간. 역시 주일은 편하게 쉬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 것이다. ^^

옷을 껴입고 산책을 하는데 추위가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 설교 두 바닥 듣는데 죽을 뻔했다....

 

그리고 어제. 다시 인사동 아트센터에 들러 전시회를 하는 선배 소설가를 만나뵙고, 엉겅퀴 꽃만 가득 그려놓은 칙칙한 그림을 열심히 관람하고, 인증 사진 한 장 박았다. 유명하신 소설가는 그림도 꽤 수준급이었다... 마음에 드는 그림이 석 점 정도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엉겅퀴를 그렇게 열심히 그린 것일까. 나에게 꽃이라는 것은 그다지 흥미롭지도 않거니와, 엉겅퀴라는 꽃(대체 그게 꽃 맞아?)은 더더구나 내 머릿속 사전에는 없는 거였는데 작가는 그 꽃같지 않은 꽃에 너무 깊게 천착해 들어간 것 같았다. 어쨌든 화려한 장미나 뭐 그런 아름다운 꽃을 그리는 것 보다는 훨 나아보이기는 했다.

인사동 갤러리에서 선배 작가님과 함께 평창동 갤러리로 갔다. 그곳에서 벌어진 상황은 아래 글에 대강 써놓았다. 그러니...금요일부터 어제까지 만난 인간이 대체 몇 명인지....

사람과의 교제에는 매우 거부적 성향이 있는 나로서는 정말 장족의 발전이긴 했다. 그래도...하나님과 관련된 모임이 많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사람들을 만나면 참 신기한 생각이 든다. 이제까지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사람과 인사를 나누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대체 이 사람을 내가 왜, 어떻게 해서, 어떤 인연으로 만나게 된 것일까....?

나의 삶의 모든 궤적은 하나님의 개입이 있다고 믿는 나로서는 모든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이 분들은 분명 나의 인생에 무슨 역할인가는 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배울 것이 있을 것이라고도 믿고, 그럼으로 진심으로, 인격적으로 대하려고 노력한다. 마음으로부터 예의를 갖추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물론 사람들은 다 그렇겠지만.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토요일 성경공부를 하는데 친구로부터 문자가 왔었다.

나, 폐암이래. 화요일 입원해서 금요일 수술할거야. 기도 해줘...

아이고....누구는 갑자기 폐암이 걸려서(실은 이제야 안 것이겠지만) 갑자기 혼란과 고통에 빠져있는데 나는 한가롭게 럭셔리한 모임에 가서 인품 좋은 분들 만나 속깊은 대화 나누고 신선놀음하고 있네....

하긴 내 사정도 지금 말씀은 아니지만 어떻든 외양은 너무 평안하다 이거겠지...

 

아참. 어제 평창동 갤러리에서 목사님이 몇 사람 마음에 내키는 대로 안수기도를 해주겠다고 하는데.... 열 몇 사람 중에서 단 세 사람 택함(?)을 받았는데 그 목사님이 나에게 와서 안수기도를 해주는 것이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이게 무슨 시추에이션, 하면서 의아해하는데 목사님이....

한참동안 이렇게 기도하는 것이었다...

생각이 너무 깊어요...

생각이 너무 깊어요...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아요...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아요...

계속 되풀이 말씀하시더니...또 이렇게 말씀하셨다.

하나님이 위로해 주십니다...

안타깝게 생각하십니다...(이 말인지 다른 말인지 좀 헷갈린다...)

하여튼 하나님이 위로해주신다는 말씀은 틀림없이 들었다...

 

나는 안수기도를 받아본 적도 없거니와 기도하면서 무슨 말인가 해주는 목사님도 처음이어서 당황했지만

옆에서 왕선배소설가가 내 무릎을 꼭 잡고 같이 기도해 주어서 안심했다.

그 왕선배 소설가가 나를 갤러리로 초대하면서 꼬시기를

"아주 영적인 분이고...기도를 한 번 받아보면 치유의 역사가 일어날꺼야..."

이런 말을 했었다. 나는 그분의 지성을 확실하게 믿는데 그런 말씀을 쉽게 하실 분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데 글쎄 그런 말을 해서 나는 놀랬었다.

같이 있던 많은 분들이 나를 위한 목사님의 기도에 아멘, 아멘, 하면서 같이 기도해 주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인데 감사했다. 그분들은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연민과 사랑이 있는 매우 차원높은 신앙의 경지에 있는 사람들 같았다...

 

생각을 깊게 하지 말라...

하나님이 위로해 주신다...

그리고 희미하게 생각나는 몇 단어...

 

나의 기도가 끝난 후, 왕선배소설가가 살짝 내게 속삭였다.

어때, 잘 왔지? 목사님이 어떻게 알고 오셔서 특별히 기도해 주었지?

나보다 더 좋아하는 왕선배를 보니 내 마음이 참....순박해졌다....

 

세 사람만 기도해 주었는데 다른 모든 사람이 목사님께 기도를 부탁해서 완전히 나중에는 기도판이 되었다.

간증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매우 멋진 갤러리 큐레이터도 떠오르고,

명료한 목소리로 자신이 받은 은혜를 말하던 굉장히 멋진 교수도 떠오른다....

겉 모습은 어떠하든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의 뜻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분들임에는 틀림없어 보였다...

 

그나저나, 생각을 깊게 하지 말라는데....

그렇다면 이제부터 나는 안으로 안으로만 파고드는 이 습성부터 고쳐야할까보다....

 

사람과도 만났고, 하나님과도 만났고, 그림과도 만났고, 문학과도 만났으니...

이만하면 그래도 꽤 좋은 만남이었다고 자위해도 되겠지?

 

음.... 명심하자.

생각을 깊게 하지 말자

생각을 깊게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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