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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 2019년!

조금은 달랐어야...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9. 12. 25.

성탄절 케이크사건.


어제 밤 아들이 케이크를 들고 왔다.

사장님 선물이라고. (빵재료 공장이니...)

딸기생크림케이크.


오늘아침 모처럼 아들과 함께 아침을 먹는데

케이크 잘 안먹는 아들이기에 내가 말했다

"저 케이크는 요기 교회에 가져가서 같이 먹어야겠다."

떡국 먹던 아들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왜 교회에 자꾸 갖다 주느냐, 내가 엊그제 사온 푸하하 크림빵도 먹으려고 보니까 없더라,

그것도 교회 갔다 줬지?(실은 남편이 목사님 딸 갖다주었다), 나 두 개 엄마 두 개 아빠 두 개 그렇게 먹으려고

사왔는데 나는 하나밖에 못 먹고.

(그것뿐이 아니다. 우리 집에 있는 거 거의 모든 것은 다 갖다주었다...)

교회에 그냥 잘 나가기나 하지, 뭘 그렇게 갖다 주는 거야! 갖다 주지 말고 교회나 잘 나가!


내가 조그맣게 대답했다.

가난한 교회니까 갖다 드리면... 까지 말했는데 아들이 더 큰 목소리로

대체 누가 불우이웃인데?

하면서 마구 따지고 든다...

계산해 본다면 우리가 아마 훨~~씬 더 가난하겠지, 물론.

임대보증금 1200만원에 연금공단 대출이 750만원 빼면 대체 우리 재산이 얼만가??

매월 들어오는 금액은 100만원에 훨씬 못미친다. 아니...50만원 조금 넘는다고 말하는 것이 더 가깝겠다.

대체 누가 누구를 돕는다는 것인지 아들이 보기에는 엄마아빠가 너무 한심했나? 너무웃겼나?


케이크는 아들의 생각으로는 같이 오손도손 앉아서 먹을 생각이었나 보다.

(그럼..아들도 같이 교회가서 여럿이 같이 먹으면 좋잖아?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 아들이 가져온 케이크는 손도 못대고 빠리바게트에 들러 자그마한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샀다.

(나의 예산에 없던 지출이어서 가슴이 뜨끔했다. 그래서 남편에게 말했다. 꼭 케이크를 사가지고 가야

할 이유는없잖아. - 이 무슨 은혜 떨어지는 소린가...- 남편은 그래도 자기라도 사가지고 간다고 해설랑...

결국 계산은 내가 하궁)

그리고

맹숭맹숭한 성탄절 예배 후.

초등생처럼 과자만 먹을 뻔 하다가 촛불도 하나 켜고 케이크를 나누어 먹었다.

너무 소박한 사이즈여서 여섯 명(목사님 부부, 목사님 딸, 남편은 그냥 집으로 가버리고, 나와 장애인 청년, 그리고

단 한명의 신자인 노할머니권사님)이 한조각씩 겨우 나누어 먹었네.


집으로 오면서 생각하는데...

그래도 기쁜 우리 성탄절인데, 어쩌면 여느때의 설교말씀과 1도 다르지 않은지.

성경 강해. 한 구절 따라 읽고, 또 따라 읽고, 목사님이 준비하신 문장 따라 읽고...

감격 1도 없는 성탄 예배를 드리고 오자니...


정말 내년부터는 가고 싶지 않은 생각이 굴뚝 같았다.

수요일은 벌써 오래전부터 남편은 나오지 않고 나만 나가는데, 가서 그 시간 동안 마음속으로 어찌나 헤매는지

교회에 앉아 있으면 더 죄만 계속 더 짓는 것 같다.

착하고 성실한 것이 목회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다...


지금 내가 매주 수요일에 수요예배에 참석하는 것과 주일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참석하는 이유는

딱 하나.

목사님 부부가 실망하실까봐.

그런데 왜 우리가 목사님 마음까지 헤아려야 하는 거지?

목사님은 늘 설교말씀에 목말라하고 답답해하는 우리 마음은 헤아려주시지 않는데.

좋은 날, 이런 생각까지 하게 만드시니 더 짜증이 나려고 했다.

이렇게 솔직하게 글을 쓰면 나중에 나는 또 후회하겠지?

후회하더라도...내 마음은 내 마음이니까 쓰고 싶다.

남편은 벌써 오래 전부터 말씀 듣는데, 들어주는 데 너무너무 힘들다고 수요 예배에 안 간다.

나의 소울메이트와도 많은 이야기를 했다.

만약 목사님께서 조금만 더 설교를 잘 하셨더라면 그 친구는 교회를 다녔을 거라고.

몇 번 같이 예배를 드렸는데 의미가 없다고...


나는 잘은 모르지만, 취향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지만, 나와는 잘 맞지 않는다.

2년 성실하게 다녔으니 그만 다닐까, 어쩔까 생각 중이다.

그리고 너무 친밀하게 친교를 맺는 것도 실은 부담스럽다. 그것도 나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


오늘 일을 더듬어보니 새삼스레 우울해진다.

오늘 말씀은 여느 주일 보다는 조금은 달랐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