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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무술생의 아름다운 무술년

조금은 슬픈 크리스마스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8. 12. 25.

새벽에 일어나 감사기도.


이렇게 좋은 날을 주셨군요.

그날이 언제인지 알 수는 없으나

알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한 날을 택하여(그날이 오늘이라네요)

예수님 이땅에 오심을 감사드립니다.

예수님 아니었으면 어쩔 뻔 했습니다, 제 인생이!

진작 세상에서 사라져 분토같이 되었을 텐데...

(그렇다고 지금까지 살아있어서 좀 더 나아졌다는 것은 아니고요)

내가 누구 땜에 이렇게 살아있는지 그 의미도 모른 채 그냥 어딘가로 사라져버렸을 텐데...


아주 다행입니다.

그래서 기분 좋습니다, 오늘 새벽은 더더욱.


이렇게 대강 기도 드리고

멘탈 깨지기 직전인 글쓰기로 돌아가

수정같은 수정이 아니라 돌떵이 같이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정말 생각같아서는 아몰랑 하면서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꾹 참느라고 고생했다.


그리고 돼지고기 김치찌개 끓여먹고


동네 교회 성탄절 예배갔다.


그 교회는 우리 가족이 나간지 1년이 되었는데

1년 동안 어느 부부와 노 집사님이 교회에 오시게 되었다.

그것도 올해 전반기 반년 동안은 우리 가족만 예배드렸다.

그런데 오시던 부부 중 아내되시는 집사님이 수술해서 입원 중이다.

그러므로 교회오시는 분은 딱 한분, 노 집사님.


아들은 성탄절기념 외박이고

우리 부부만 손잡고 교회에 가니 아니나다를까 노 집사님 한 분 조용히 앉아계시다...


내가 엊그제 주일날 예약해 놓은 케이크는 목사님 따님(반주자이시다)이 준비해 놓고.


감격의 성탄 예배드리는데 나는 또 왜 그렇게 졸음이 쏟아지는지...

(이거이 나의 본 실체란 말인가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며 견디고 있었다...)

 예배 끝나고 생일축하합니다 노래 부르고 케이크 잘라 먹는데

가만히 보니 목사님은 안드신다...


알고 보니 예배 끝나자마자 원주에 있는 기도원에 며칠 가 계실 예정이라고 한다.

미리부터 금식 중이신 것이다.

표정이 그다지 밝지 않으시다...

"예수님 생일날 축하해야지 금식하시면 어떡해요?"

하고 웃겨드렸지만...아무말씀도 없으시다...


집에 오면서 우리 부부도 마음이 짜안했다.

요즘 내 글도 완전 삼천포로 빠지고 있는 중이라 공감 백배였다...


개척한 지 1년 반.

반 년동안은 목사님 가족만 예배드렸고

그 다음 반 년은 우리 가족과 예배드렸다.

그리고 그 다음 반 년은 지금 입원해 계신 부부와 우리 가족과 한 집사님, 이렇게 예배드렸다...


목사님 아들도 목사님이고 따님도 올해 감리교 신학대학에 들어갔다.

목회자 집안이다...ㅠ.ㅠ


목사님은 원래 목회를 한 게 아니었다.

사모님과 연애하면서 처음으로 교회를 다녔는데

멀쩡하게 연세대학교 나오고 LG 들어가 평범하게 살았는데

어느날 목회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고난의 행군이 끝이 없는 것 같다...


....내가 목사님이라도 눈물 날 것 같다.

나도 눈물 난다.


매일 새벽이면 혼자 쓰레기 줍고 담배 꽁초 줍는 목사님을

베란다로 보고 있다. 묵묵히 언제나 그렇게 소리소문없이 일하신다.


목사님 힘 좀 나게 해주세요, 하나님.

예수님 나신 날, 땡깡 부려서 죄송합니다만...

그리고 저도 좀 글 좀 잘 풀리게 해주세요.

아니, 글이 안 풀려도 괜찮은데

멘탈만 깨지지 않게 해주세요...


하긴

멘탈 깨뜨리는 게 하나님 작정하신 거라면

것도 할 수 없궁.....


어째...조금은 슬픈 크리스마스가 되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