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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무술생의 아름다운 무술년

참으로 신기한 성경모임 휴강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8. 11. 3.

요즘 마감이 바로 코앞인 글을 쓰고 있다.

생각대로 진행되지는 않고 계속 꼬이는 중이다.

하지만 내 마음으로 약속했다.

이번에는 어떻게 쓰든 마감일은 꼭 지키고 말거야!

그런데 시간이 택없이 부족하다.

매일 시간을 아무리 많이 확보한다고 해도...

오늘은 성경모임이 있는 즐거운 토요일.

어제, 아니 며칠 전부터 생각했다.

이번 토요일 성경모임에는 내 특기인 해물파전을 만들어가야징~~

우리 남편과 우리 아들 빼고는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 해물파전 ㅋ


돈은 없지만 이마트에 들러 3800원이나 하는 최상급 부추 한 단을 샀다.

(정말 손 떨렸다. 일반 마트나 시장에서는 기껏해야 1000원 남짓하는 부추를...)

몇 년 만에 조갯살도 샀다.

집에는 코스트코에서 산 냉동 굴과 냉동 새우가 있었다. 해물파전을 위하여 아껴두었던 것이다.

이마트에서 자그마치 9900원이나 주고 작은 오징어를 샀다. 요즘 오징어는 왜 그리 비싼지모르겠다! 올해 내내 금오징어였다...그래도 해물파전에 오징어 빼면 시체...이니...ㅠ.ㅠ

쪽 뻗은 호박도 사고, 부침 가루도 한 봉지 사고 모든 준비 끝.


어제는 글 쓰다 말고 저녁에 파전 준비를 했다.

굴과 새우를 해동시키고 그 비싼 부추를 다듬었다. 해물파전 반죽을 만들어 시험삼아 한 장 부쳐 남편 앞에 갖다 놓았는데 단 한 점도 안드신다.

내가 먹어보니...(타인의 입맛에 맞추느라 간을 조금만 하니) 약간 싱거웠지만 사람들의 일반적인 간은 된 것 같았다. 하나 가득 만들어놓고 오늘은 새벽 4시에 일어났다.


그리하여 새벽부터 해물파전을 부치기 시작했다.

먼 곳, 홍대까지 가지고 가야 하므로 빨리 식혀야 했다. 파전은 뜨거운 채 가져가면 흐물흐물해져서 맛이 없어져 버린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모두 일곱 장이나 부쳤다.

해물파전이 식는 동안 부지런히 샤워하고 머리감고 꽃단장했다.


우리 남편이 뒤늦게 일어나 부엌을 보더니 (식히려고 꽃잎처럼 펼쳐져 있는 부침개의 행렬을 보고) 이런 노래를 부르시는 것이 아닌가.


"잔치 잔치 벌렸네. 무슨 잔치 벌렸나. 우리 숙경이 성경모임 가지고 가려고 부침개 잔치 벌렸네~~~"


부지런히 남편 아침 식사 차려드리고 이쁘게 썰어놓은 부침개 잘 담고 포장까지 해서 비닐봉투에 담고 (내 소설책도 몇 권 넣고, 그분들은 아직 내 소설책을 보지도 못하셨다 오늘 갖다드린다고 했다...)막 신을 신으려는 순간, 휴대폰을 보니...

이런 톡이 와 있다.

-오늘 목사님이 아침에 너무 어지러우셔서 성경모임에 부득이하게 못 나오시게 되었으니...


이를 어쩔...

묵직한 쇼핑백에 가득 담긴 해물파전은...?


결국 해물파전은 때마침 전화를 하신 동네교회 목사님께 남편이 갖다드렸고(요즘 토요일마다 내가 바쁜 줄 알고 남편을 불러서 성경공부 개인교습을 하고 계신 것 같다.) 한 장 얼른 부쳐서 관리실 경비아저씨 갖다 드렸고, 그리고...엄청난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갑자기 주어진 축복같은 하루에 열나 글쓰기 몰빵하기!!

오, 하나님. 정말 감사드려요..제가 지금 시간 없어서 고통당하는 것을 어찌 아시고는!


오늘 하고 싶은 말은 이것.

나에게 시간이 필요하시다고 생각이 되시면 하나님은 목사님에게 어지럼증을 만들어서라도(죄송합니다 목사님)성경모임을 휴강하게 하시면서까지 나에게 시간을 만들어 주신다는,

온전히 내 방식대로 해석하는 이것이 믿음인지 아닌지 잘은 모르지만


하여튼.

오늘 하루 아주 편안하게 기분좋게 충만하게 글쓰기 작업에 몰빵 할 수 있었다는

참으로 신기하고 신비한 이야기.


(그렇다고 글의 진행이 원만했다거나, 줄줄 써졌다거나, 신나게 글을 썼다거나 한 것은 절대 아니었지만, 긴 시간 동안 글에 대하여 생각할 시간을 주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오늘 갑자기 성경모임이 휴강이 된 이유를, 다른 분들은 절대 알 수 없지만 나는 이렇게 해석하고 있다. 참으로 신기하고 신비한 성경모임 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