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파리를 한 번도 잡아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제, 담양의 입성 첫 손님은 파리였다.
많지도 않았다.
문을 열고 담배 한 대 피우는 사이, 따뜻하다못해 너무 뜨거워 숯불 한증막 수준인 나의 방으로
파리 세 마리가 침입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이것들이 드러난 나의 맨살에 자꾸 들러붙는 통에(숫놈이었던 모양이지? ㅋㅋ)
매우 무딘 나조차도 그만 성질(!)이 나버렸다.
그리하여 오늘 아침 하루의 미션 단 두 가지를 적는데 그 첫번째가 바로 이러했다.
파리를 다 죽여버린다!!
두번째는...그야물론 작업 진도.
그런데...파리를 어떻게 잡느냐 말이닷!
시원찮은 손놀림으로 파리를 잡을라치면 어느 틈엔가 휑 날아가는 파리.
몇 번 시도해 보았지만 엉성하기 짝이 없는 나의 행동거지를 보면... 파리가 나를 잡게 생겼다.
약이 올랐다. 내 이것들을 그냥...
하지만 밤새도록 나의 얼굴에 기습 뽀뽀를 해댄 저 자식들은 내가 얼마나 좋은지 계속 내 곁에서만 맴돌고....
파리 때문에 못살겠어요!! 나의 하소연에....
같은 화장실 쓰고 같은 부엌을 사용하는 룸메이트 시인이 내 방에 파리채가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장소까지, 그리고 파리채를 찾아 내 손에 들려주기까지 했다.
눈썰미도 좋아라, 시인이여...그대는 과연 시인이다...^^
파리채를 들고 집중해서 한 시간 동안 파리만 쫓아다녔다.
그리하여 드디어 박멸시켜버렸다. 세 마리 모두! 아, 그 쾌감이라니!! 원고지 열 장 쓴 거보다 더 기뻤다.
그 기쁨은 한 나절이 지난 지금 이 시각, 야심한 밤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밤새도록 나를 괴롭히던 파리가 없어졌으니 이젠 평안하게 잠잘 일만 남았다. 그러니 내가 어떻게 안 기쁠 수가 있을까...
파리 한 마리도 못 죽였던, 여리디 여리고 착하디 착한(ㅋㅋ) 내가 드디어 인간다운 인간이 된 느낌이라면 너무 뻥이 심한 건가?^^
오늘, 파리 3마리 죽여버리고 나는 천국을 누리고 있다.
이럴 때 하나님께 감사드리면 하나님이 이런 쯔쯔 하고 혀를 차실지도 모르겠다....
담양 입성의 첫 글이 쫌 그렇지만, 뭐... 오늘은 온종일 파리에 시달렸으므로 당연 이렇게...글이....파리처럼 쪼잔하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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