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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의 하루

목사님댁 이사심방을 가다^^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2. 11. 3.

난생 처음 죽전이라는 곳에 갔다.

목사님댁 이사심방.

엊그제 우리집은 목사님의 심방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거꾸로 된 셈이다.

인터넷으로 대중교통 수단을 검색하고 꼼꼼하게 메모를 하고 마치 낯선 해외여행이라도 하는 심정으로 조심조심 길을 갔다.

처음 가는 길은 즐겁다.

낯선 풍경을 바라보면서 귀에는 늘 그렇듯 단호하고도 명료한 어느 목사님의 설교 한 타임을 담았다.

어디든 사람이 사는 곳이로구나. 그 사람들은 참 많기도 하다.

그것은 죽전에 내린 첫 감상.

거대한 백화점, 거대한 쇼핑몰 사이로 가르쳐주신 아파트가 장애물 없이 그대로 눈안에 들어왔다.

목표물이 바로 보이니 신이 났다.

사는 것도 목표물이 저렇게 선명하게 보이면 헤매지 않을텐데, 하는 생각이...

지금 나는 제대로 된 목표물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약간의 한숨과 함께 씩씩하게 몇 개의 도로를 가로질렀다.

아파트 앞에서 목사님 댁 호수를 눌렀다. 현대식 아파트가 주는 지극히 기계적인 경로.

그러고 보니 출발할 때부터 도착할 때까지 그 누구와 단 한 마디 말도 나누지 않고 왔다. 이 삭막한 세상.

목사니임~

인터폰에 대고 애교를 부렸다.

문 열어드리겠습니다.

부드러운 음성의 목사님은, 내가 마음속으로 '예수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모르시겠지?^^

 

향기가 진한 꽃다발을 들고 온 분도 계셨다.

연극배우 겸 탈렌트 두 분, 내가 존경해마지 않는 멘토 소설가 선배님, 그리고 소설가이자 교수님...

식탁에 놓인 각종 견과류와 직접 끓이셨다는 고명 이빠이 생강차와 무한 리필되는 커피, 그리고 특A급으로 차려놓은 과일무더기 앞에서

식탐이 많은 나는 쉴 새 없이 먹고 또 먹었다. 점심 먹을 배는 남겨두어야 하는데 하면서도 마음뿐이었다. ㅋㅋ

오늘은 성경공부에서 고린도 후서를 떼는 날. 책씻이, 책거리.

찬송가를 골라 세곡이나 부르고(가사는 또 얼마나 좋아!!) 기도하고, 성경공부 시이자악~

어찌하여 똑같은 성경인데 목사님의 음성으로 들으면 따따블 은혜가 되는지 모르겠다.

늘 그렇듯 말씀 중간에 그런데, 하면서 자신의 생각들을 가감없이, 아주아주 솔직하고 심오하게 피력하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일년 동안 닫혀져 있던 내 입도 한몫했다. 내가 종알종알하는 것을 지켜본 분이 웃음을 참지 못한다.

아니, 너무 신기해요. 어떻게 일년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을까...

나는, 약간 부끄러웠다. 까칠하기 그지없던 나는 그냥 쑥쓰러운 웃음만....ㅋㅋ 

(내가 입을 열면 폭탄이라는 것을 아직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

선배소설가님은 내 블로그를 보고 그 거침없음에 경탄(감탄을 넘어서^^)하셨다고, 궁금해서 블로그를 들르셨다는 목사님 부부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아니, 그렇게 조용하고 얌전한 분이 이 분 맞나, 그렇게 생각하셨다네? 하이고...제게 몇 개의 페르소나가 있는지 모르시는 게 나을 겁니당~

....점점 이야기가 깊어졌다.

나는 눈을 반짝이며 혹여 잊어버릴까 메모도 열심히 했다. 집에 가서 꼭 복습하면서 생각을 정리해야지!

육적인 것, 육, 육적인 생각, 그런 말은 대단히 델리케이트하다....그 미묘한 간극을 이분도 정리해주고 저분도 정리해주고

나는 마음속으로 다시 정리하고..... 아아아아 너무도 좋은 시간!

 

사모님이 며칠은 궁리하셨을 점심은 또 얼마나 풍성한지.

도토리묵, 굴생채, 겉절이, 온갖 것이 다 들어간 샐러드, 해물부추전, 고기버섯볶음, 굴을 넣은 미역국, 영양밥....끝이 없네!

하여튼 계속 먹고 또 먹었다. 영의 양식, 육의 양식 모두 베스트 어브 베스트였다.

 

이윽고 기도제목을 나누는 시간.

정말...모두 진지하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시간이었다. 어쩐지 내 마음이 울컥해졌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너무도 이타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자신보다 타인을 배려하고 어떻게 하면 타인을 더 사랑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고민하고 있었다.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내 앞가림도 못해서 매일매일 아니 매순간순간을 이끝에서 저끝으로 헤매기만 하는 나는 대체 언제 저 분들처럼 '이웃을 내몸처럼' 사랑할 수 있게 될까.......

(반성하는 시간....이다...지금...)

 

말썽꾸러기 나는 화장실에 들렀다가 수건걸이를 망가뜨렀다. 하지만 그것은 비밀. 아무리 애를 써도 제자리에 돌아오지 않아서 임시방편으로 대강 걸쳐놓았으니 나 다음 수건을 쓴 분은 덤태기를 썼을 것이다. 하하하.

목사님댁 이사심방은 처음이었지만 편안했다. 소탈하고 격의없이 대하시는 그 마음에 나는 감격했다.

단 한 번도 목사님은 우리 위에 군림하지 않았다. 무엇을 가르치지도 않았다. 다만 조용히 듣고 계실 뿐이었다.

목사님의 평안이 가득한 얼굴을 보기만 해도 은혜가 되는 것은...아마도...그 성품이 그대로 드러나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오늘 그 시간을 같이한 분들이 정말 좋다. 좋다! 좋다!!

나도 그들에게 '좋은'사람이 되기 위하여 나는 무슨 노력을 해야할지 그것부터 먼저 풀어야 할 숙제!

 

집으로 돌아오니 어둑어둑해졌다. 아니 벌써?

오늘 죽전까지 갔다 온만큼, 목사님 이사심방까지 한 만큼

아주 조금이라도 나는 자라지 않았을까....하고 바라고 또 바란다.

오늘 하루를 보낸 평점은...별 다섯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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