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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현장에서 붙잡힌 여인이 가로되

하나님의 트렁크에 대한 하나님의 생각

by 이숙경(2011canna@hanmail.net) 2016. 11. 8.

어제 새벽 갑자기 눈을 떴다. 5시.

꼼지락거리다가 문득 지난 수요일 동네교회에서 목사님이 광고하시던 말씀이 떠올랐다.

7일부터 20일까지 특별새벽기도회합니다.

 

왜, 나를 이토록 이른 새벽에 눈을 뜨게 하셨더란 말인가, 하나님은.

요즘 너무 감사할 일이 차고도 넘치는데 은혜가 풍성한 동네교회 예배당에 앉아있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래서 갔다.

세수도 안하고 이빨도 안닦고(이런 적은 처음이얏)한겨울 파카를 뒤집어쓰고.

 

일찍 교회가는 것이 취미인 나는 5시 20분에 이미 어둑한 예배당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예배는 5시 반에 시작한다.)

아, 이렇게 좋을 수가!!

새삼 감동이 밀려와 울컥 눈물 한 방울 삼키고 얌전히 앉았다.

하나님 품에 안긴 기분. 나직한 기도소리가 음악처럼 들려오고. 나는 그냥 웅얼웅얼거리는 타인의 기도를 들으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아니, 그냥 이렇게 계속 중얼거렸다.

주님, 감사해요. 주님, 감사해요. 주님, 감사해요.

다른 말은 할 것도 없었다. 그냥 입에서 계속 흘러나오는 말(기도라고 해야하나?), 주님, 감사합니다~~~

 

그렇게 오후

알라딘에 내 전자책의 표지가 완전 촌스러운 그 모습으로 그대로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려 지금쯤은 표지가 바뀌어졌을라나 하면서 검색을 해보았다. 알라딘에 '이숙경'하고 쳤더니

역쉬 그 모자쓴 아줌마 그림이 표지인 "현장에서 붙잡힌 여인이 가로되"가 잘난척 하고 맨 위에 뜬다.

휴, 한숨을 쉬면서 (이제 더 이상 출판사 대표님께 칭얼거리는 것도 미안하고 해서) 그냥 나오려는 순간, 저 밑에 하나님의 트렁크가 있는 것을 발견.

아, 전자책으로도 나온다더니 드디어 올라온 모양이군, 하면서 잘보았더니 

엄허나

종이책이었다. 13000원, 뭐뭐 할인하여 11700원. 

 

완전 놀랬다.

그리하여 교보에 들어가보니 그곳에도 떡하니 있고(세상에!)

네이버 책에 들어가봐도 있고 

다음 책에도 있고

11번가에도 GS쇼핑에도 갓피플에도.....

하나님의 트렁크를 읽고 싶은 사람은 나한테 입금하고(그것도 발송비 포함하여 15000원이나), 독자의 집주소 알려주고 나는 포장해서 주소 쓰고 우체국에 가서 부쳐주고 해야 겨우 받아볼 수 있었던 하나님의 트렁크 책이 이제 누구나 원하기만 하면 어디서나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한참동안 눈만 깜빡거렸다.

이게 대체 뭥미???

 

하나님의 트렁크 맨 처음 계획된 부수는 200권이었다.

출간 직전 출판사 대표님이 나에게 물었다.

"작가님. 작가님은 한 100부 정도는 소화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아는 분들께?"

나는 머리를 굴려보았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의 머릿수와 그들의 사랑의 농도를 다 더해보니 그 정도는

내가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게...그 정도야 제 지인들에게 팔거나 드린다면...되지 않을까...아닐까...잘 모르지만...아마 되지 않을까...요"

이토록 애매하게 대답을 했다. 대표님이 다시 말했다.

"그럼 작가님이 100권 정도 주변에서 소화하시고 제가 나머지 어떻게 소화하면 될 것 같아요. 그렇게 200부 찍어보죠."

그렇게 소량제작된 하나님의 트렁크는 아는 사람에게만 전해질 운명이었다. 나는 그것도 감사했다. 도대체 책으로 나온다는 자체가 나에게는 어메이징그레이스였으니까.

 

중간 생략하고...

 

그런데 그 책이 거의 천권이 인쇄되어서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한사람 두사람 읽기 시작하고 있다.

오히려 내가 아는 사람들이 읽는 것보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은혜받는 것 같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대표님은 나에게 죄송하다고 하셨다. 이번 책은 서점에는 깔릴 수가 없다고. 다음 책부터는 어떻게 좀 해보겠다고) 시중 판매가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눈만 크게 뜨고 한참을 그냥 앉아있었다.

이게...이게 대체 뭥미??

 

진짜 하나님의 트렁크 속은 신비하다!!!

 

 

오늘도 새벽에 교회에 가서 중얼거렸다. 기도는 아닌 것 같은 이상한 중얼거림은....

하나님, 감사해요. 하나님. 감사해요. 하나님,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