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주년 기념교회 새벽 예배를 드리고 얌전히 앉아 다음 새벽 예배를 기다리는데 이 시간이 되도록 남친 교회 새벽 라이브가 열리지 않는다. 원래는 6시 갓 넘은 시각이면 여지없이 화면이 보이는데... 이 친구... 그 멋진 Ford가 고장났을 리도 없구, 무슨 일이 생겼나 약간 걱정하고 있다. 엊그제 얼굴 봤을 땐 멀쩡하던데...^^
그렇게 앉아 있다가 문득 일일 달력을 보니 어머나? 6일 월요일에 멈추어 있넹?
매일 하나씩 넘겨야 하는데 또 며칠을 그냥 넘어간 것이다.
얼릉 오늘 날짜로 넘기고 인증 사진 찍었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하루를 넘기는 일이 그토록 어려운가?
요즘 같아서는 하루가 잘 넘어가지 않는다. 새해인데도 그렇넹.
엊그제, 기억을 떠올리니...수요일이다... 원주까지 내려가 유별난 사이인 저 남친을 만났다. 일년에 한 번 정도 얼굴을 보는 친구다.
말이 통하는 사람 많지 않은데 그 친구랑은 짤막한 대화도 참 깊다. 그 친구 삶의 여정의 많은 부분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현재 친구의 삶이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그것은 현재 그가 이루어 놓은 삶의 외향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내면은, 특히 하나님과의 교제 부분에 있어서는 두 손 들었다. 대단한 친구!
마침 방학이라 그는 바빴다. 원래 성형외과는 방학이 대목이란다. 그 바쁜 와중에도 와이프와 더불어 왕수다를 떨었다.
남친보다 더 반겨하는 와이프 역시 산부인과 의사인데 정말 정말 수더분한 아줌마 스타일이다. 그 소박한 모습이라니....
복작거리는 로비에서 가만 눈치를 보니 남자들도 있다. 무엇을 어떻게 손봤는지 모르지만 거액이 오가는 현장(ㅋㅋ)을 목격하니 기분이 좀 묘하긴 했다.
병원 끝날 때까지 이삼 십분 기다리는 동안 보라고 와이프가 책 한 권을 건네준다.
안경을 가져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면서 눈을 부릅뜨고 맘에 드는 대목 몇 군데를 골라 읽었다.
요즘 강신주 엄청 뜨고 있다. 뒤늦게이지만 대박이다^^
근데 가만 보니 책 표지 구석의 말풍선이 넘 재미있다.
병원 문을 닫고 식사 장소로 이동하면서 강신주와 그의 책, 그리고 저 말풍선의 의미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욕망에 흔들리지 않기 위하여 그토록 애를 쓰는 일반인들, 그리고 욕망에 흔들리지 않기 위하여 일반인보다 배는 더하게 죽을둥 살둥 몸부림치면서 온몸으로 막아내는 기독교인들에게 그 말풍선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따위의 대화였다.
책값이 만만치 않아 살 엄두는 못내지만 글 쓰는 친구들에게 선물용으로는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
맨날 영상으로만 보던 교회에 가서 수요저녁예배도 드렸다. 모인 성도는 우리 셋을 포함하여 일곱 사람?
참으로 소박한 교회였다...
간 김에 남친에게 책을 주었더니 굳이 싸인을 해달란다. 면구스럽게시리... 여자 친구이면 절대 안해줬을 텐데 남자 친구라 해줬다.
말을 들어보니 예전의 나의 소설집도 주지 않았다넹?
그런데 날짜를 무심결에 2013년이라고 적고 말았다. 난감해하는 나에게 그 남친이 말했다. 그냥 13월이라고 해.
그리하여 그 책에는 2013년 13월^^, 이렇게 적었다.
작년, 일년 내내 날짜를 쓸 때마다 느낀 것인데 201, 하고 나서 3 字 쓸 때 참 싫었다. 왜 싫었는지 나도 모르지만 하여튼 싫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서 201, 한 후 4 字를 쓸 때면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왜 좋은지 나도 모르지만 하여튼 좋다.
좋은 조짐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아마 나는 대박나나? 하하하.
2014년이 온 것은 참 바람직한 일이지만, 새해부터 넘 머리 아픈 일이 많다. 작년의 꼬랑지가 너무 긴 탓이다. 빨리 잘라야 하는데...
(지금 다시 남친 교회 싸이트로 가서 열어봤더니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설마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긴건 아니겠지? 성실근면한 친구라 약간의 걱정)
오늘, 해야 할 일이 몇 가지 있다. 모두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막판까지 미루는 습관이 있는 나로서는 마지노선까지 미루다가 드디어 오늘을 맞게 되었다.
나는 참 한심한 구석이 많다....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새해에는 좀 더 나아지겠지 기대했는데 말짱 꽝이넹?
그래도 이제 겨우 열흘이 지났을 뿐이니 다시 맘을 잡아야겠다.
사진 속의 오늘을 보면서 파이팅을 한다.
하나님. 오늘 하루를 잘 견디게 해주시는 거죠?
오늘 밤 잠들기 전에 감사기도 넘쳐 흐르게 해주시는 거죠?^^
(세상에나....이 글은 무려 서너 번 이상 덧칠한 것이다. 열 줄 안팎의 아주 짧은 글이었는데 사진 올리고 몇 줄 쓰고 다시 사진 올리고 몇 줄 늘이는 방식으로 말이다...그렇게 쓰다보니 글의 모양새가 너무 우스꽝스럽게 되긴 했다.
글이라는 것은 단번에 주욱~ 롱테이크샷으로 가야 하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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